정욕 - 바른 욕망
아사이 료 지음, 민경욱 옮김 / 리드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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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8, 명왕성이 태양계에서 퇴출당했다. 명왕성과 비슷한 조건인 천체가 하나씩 발견되면서, 국제천문연맹이 정한 새로운 규정에 따라 태양계에 소속될 자격을 잃었다. 만화 달의 요정 세일러문으로 행성과 친해진 나로서는 플루토(Pluto, 명왕성)’가 그 그룹에서 제외되었다는 사실이 슬프기도 했다. 정욕(正欲)에서 아사이 료는 우리 주위에 있을지 모르는 플루토에 시선을 보낸다. 태양과 까마득하게 멀리 떨어져 다른 행성과는 조금 다른 궤도로 공전하듯이, 사회 속에서 사람들과 공존하려는 명왕성같은 존재에게.


평범한 길에서 벗어난 사람은 범죄와 아주 가까워진다. 이 명제를 가슴에 품은 채 검사의 길을 걸어온 히로키는 초등학교 3학년이 되면서부터 등교를 거부하는 아들 다이키가 염려스럽다. 우연히 알게 된 친구와 직접 동영상 제작에 나서더니 댓글 요청에 응답하려고 온갖 대결을 촬영한다. 풍선 빨리 터뜨리기, 수중에서 오래 숨 참기. 도대체 이 대결의 어디가 재미있다는 것인지, 히로키는 이해할 수가 없다. 한편, 침구 판매점 직원 나쓰키는 어느 날 중학교 총동창회에 참석했다가 요시미치를 보게 된다. 교내의 오래된 급수장에서 딱 한 번 단둘이 만났던 같은 반 친구다. 그리고, 학교 축제 진행 위원을 맡은 대학생 야에코. 모두가 평등한 위치에서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성을 내세워 다이버시티 페스티벌을 기획한다. 축제를 위해 춤으로 사람들이 연대한다는 의미를 담아 댄스 동아리를 섭외한다. 처음으로, 자신이 위축되지 않고 눈을 마주 본 남자 다이야가 소속된 동아리다. 각자의 인생에서 큰 접점이 없던 이들이 유일한 안식처가 사라진 사건을 계기로 얽히게 된다.


자신과 다른 존재를 인정하자. 내가 다른 사람과 다르더라도 당당하게 가슴을 펴자. 나답다는 데 당당해지자. 타고난 속성을 다른 이가 판단하는 건 틀렸다.

가슴이 상쾌해질 정도로 축복이 반짝이는 말입니다. 하지만 이것들은 결국, 소수자 가운데서도 주류에게만 해당하는 말이자 말하는 사람이 상상할 수 있는 범위 안의 자신과 다른 것에만 해당하는 말입니다.” (p8)


책장을 넘길수록 우리가 정의하는 다양성이 무엇이고 실제로 받아들이는 다양성이 어디까지인지 새삼 고민에 빠지게 만든다. 특히 야에코를 포함한 다이버시티 페스티벌진행 위원들이 가슴 벅차게 외치는 다양성으로 진정 모든 사람을 품을 수 있는지, 그리고 연대라는 단어가 지닌 무게감을 제대로 느끼는지 독자 스스로 그에 대해 의심하도록 이끈다. 사람들은 나와 조금 다르거나 평범하지 않은 사람을 이해하는 범위가 넓다고 자신할 때가 있다. 그러나 그 범위의 기준을 누가 정하는가. 세상을 폭넓게 바라보고 소외된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믿는 모습이, 누군가에게는 아주 오만하게 비칠지 모른다.


명왕성은 태양계에 포함되든 아니든 갈 길을 간다. 인간의 기준으로 행성이냐 왜소행성이냐 구분될 뿐이다. 정욕속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공존을 바라면서도 자신의 조건을 바꾸지 못해 외로운 사람들, 그리고 이 사람들을 진정으로 알지 못하면서 자신의 기준에 따라 받아들이냐 아니냐를 결정하는 사람들. 이 책을 읽으면서, 행성의 정의는 바꿀 수 없지만 내 안에 있는 다양성의 범위는 과연 어디까지인지 가늠해 볼 기회를 얻었으면 한다.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하지 못할뿐더러, 보고도 믿지 못하는 현실을 마주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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