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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소녀 - 예쁘고 사랑스러운 소녀 컬러링북
케이트 그리너웨이 지음 / 그여름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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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 선물로 주었더니 엄청 좋아하네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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뤼미에르 피플
장강명 지음 / 한겨레출판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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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일주일간 출퇴근 시간에 버스에서 아껴 가며 읽었다. <801호·박쥐 인간> <802호·모기> <804호·마법매미> <810호·되살아나는 섬>을 재밌게 읽었다. 읽는 내내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지?'와 '어떻게 이걸 하나의 이야기(그리고 또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전체 한 덩어리)로 만들었지?'의 연속이었다.

 

  책에 실린 10개의 작품 모두 개성이 뚜렷하지만, 특히 <802호·모기>의 경우에는 이야기 A, B가 다 작중 인물이 만들어낸 것이라는 구상이 독특했다. 그러니까 이야기 A는 이야기 B의 주인공인 여자아이('쩜')가 만들어낸 남자의 이야기, 이야기 B는 이야기 A를 만든 여자아이가 나오긴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이야기 A의 주인공인 남자(전신마비에 걸린)가 만들어낸 이야기. 결국 뫼비우스의 띠처럼 서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야기 A는 이렇게 시작된다.

 

 "여자아이는 사는 게 너무 힘들어서 이야기를 하나 만들어냈다. 모범적인 삶을 살았지만 야비한 운명의 덫에 걸려 거지 같은 상황에 빠진 어떤 남자의 이야기였다. '다른 선택을 했어도 별 수 없었을지 몰라'라는 생각이 힘든 삶에 위안이 돼주었다."

 

  그리고 이야기 A(아마도 카프카의 소설 '변신'의 주인공 '그레고리 잠자'가 모델이 되었을 법한 남자의 이야기)가 펼쳐진 다음 마지막 부분에 이야기 B의 시작을 알리는 글이 등장한다.

 

  "남자는 숨을 참으면서 이야기를 하나 만들어냈다. 감정과 욕망에 충실하게 살았지만 불행에서 헤어날 수 없는 처지가 된 어떤 여자아이의 이야기였다. '다른 선택을 했어도 별 수 없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분노를 덜어주었다."

 

  이야기 A, B, 그러니까 <802호·모기>라는 단편을 읽으면 결국 '다른 선택을 했어도 별 수 없었을지 모른다'는 하나의 문장이 남는다. 이것은 무슨 의미인가. 책의 마지막 부분에 실린 작품 해설에서 문학평론가 정은경 씨도 비슷한 진단을 내리지만―<804호·마법매미>에 나오는 요절 작가의 도저한 허무주의는 일면 실제 작가 '장강명'의 것이기도 하다는―이 문장에선 작가의 육성이 활자에 머무르지 않고 독자를 향해 비약하는 느낌이 든다. 보통의 경우 작가의 목소리가 직접적으로 느껴지는 작품은 몰입이 좀 힘들지만, 이 경우엔 좀 다르다. 이 책을 통틀어 이런 메시지는 대여섯 개의 문장이고, 이것이 개중 꽤 도드라지는 편에 속하지만, 보호색을 띤 카멜레온처럼 작품 속에 안착해 있기 때문에 몰입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뚜렷한 하나의 세계관으로 인식되는 것이다. 또 다른 것으로는 역시 정은경 씨도 언급한, "인생과 세계에 별 대수로운 의미가 없으며, 그 사실을 알아도 죽지 않고 살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극단적인 허무주의와 쾌락지상주의에 동시에 빠지면서도 자기 혐오 없이 균형 있는 삶을 누릴 수 있다"는 문장.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 단편에서 보이는 작가의 인식은 스캇 펙 박사가 <아직도 가야 할 길>의 맨 첫 문장으로 적어 놓은 말과 같은 뿌리로 통한다. 그러니까, "삶은 고해(苦海)다"라는 것.

 

  글 쓰는 사람들, 참 존경스럽다. 우연히 스쳐 지나가는 착상을 붙잡아 책상에 앉아 묵묵히 밀고 가는 그 의지가 부럽고, 그 시간들이 고맙다. 작가란 익명의 독자들에게 자신의 시간을 나누어주는 존재가 아닌가 싶다. 다 나누어주고 시간이 부족해질 때쯤 독자들로부터 작은 시간 조각들이 날아와 쌓여서 계속 살아가게 되는 걸까. 시간 조각들이 보내준 만큼도 날아오지 않으면 결국 작가의 삶이 끝나는 것일까.

 

  밑줄 쳐 놓은 문장이 꽤 많다. 기억하기 위하여 옮긴다. 일단 <801호 박쥐 인간>에 있는 것만.

 

"박쥐 인간이었을 때, 나는 그런 일들을 그냥 알고 있었다. 박쥐 인간들은 인간과 달리 현재가 과거와 분리되지 않는다. 조상들의 과거는 현재만큼이나 실제적이며, 미래는 현재에 없다."

 

"박쥐 인간이 사람들에게 원하는 것은 슬픔과 눈물이다. 비탄에 빠진 인간 곁에 있으면 박쥐 인간의 피와 정신은 맑아진다. 그러나 박쥐 인간이 그 슬픔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나는 간혹 소아 병동이나 방사선 병동에 다녀오기도 했다. 그곳에는 언제나 조용한 슬픔이 가득했다."

 

"생기는 눈빛으로 나온다. 맹수들이 사람과 눈을 마주치면 몇 초 이상 견디지 못해 고개를 돌리거나 거꾸로 사람을 공격한다는 사실을 아는가? 사람과 가장 가까운 동물인 개들조차 인간의 시선을 오래 받아내지 못한다. 인간의 응시를 10초 이상 참을 수 있는 동물은 인간뿐이며, 심지어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도 그보다 오래 서로 상대의 눈을 바라보는 것은 위험한 행동으로 간주된다."

 

"한낮에 어린아이들이 내뿜는 눈빛은 박쥐 인간에게 살인 광선이나 마찬가지다."

 

"그녀는 병상에서 처음으로 태동을 느꼈다. 배 안쪽에서 느껴지는 진동은 가혹한 운명을 예고하는 노크 같았다."

 

"왜 우리는 이 도시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까? 왜 박쥐 인간들은 인간의 곁에 있어야 하는 운명일까? 아마도 진화 단계에서 인간이 먼저 생겨나고, 박쥐 중 일부가 인간의 슬픔을 이용하는 법을 알게 됐으리라. 땅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깨친 뒤 다시 인간들 사이로 들어가버린 허망한 진화."

 

"그 순간까지 내 마음 속에 남아 있던 박쥐 인간의 마지막 부분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과거와 분리된 현재, 피할 수 없고 속도를 조절할 수도 없는 미래가 너무 두려웠다."

 

  언젠가 <804호·마법매미>에 등장하는 소설, 《시간의 언덕, 현수동》도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 아니, 어쩌면 이미 읽었는지도 모르겠다. 단편 <810호·되살아나는 섬>이 《시간의 언덕, 현수동》의 다른 이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혹시 그렇다 하더라도 길게 다시 풀어쓴 이야기를 읽고 싶다. 그만큼 <되살아나는 섬>은 매혹적인 작품이었다. 사실 <되살아나는 섬>을 읽으면서 버스에서 두 번씩이나 조는 바람에 재미없는 이야기가 아닌가 했는데, 다시 처음부터 읽고 나서는 완전히 좋아하게 되었다.

 

  참, 그리고 지적할 것 하나. 196쪽 9번째 줄 "01査10이 의자를 걷어차는 바람에 선균은 의자와 함께 바닥에 쓰러졌다."에서 '선균'은 '삼궁'이어야 스토리상 맞을 것 같다.

 

  내가 한 페이지만 읽고 지은이가 누구인지 맞힐 수 있는 문체를 가진 국내 작가는 한 손으로 꼽을 수 있다. 박상륭, 김훈, 박민규, 천명관, 돌아가신 박완서 선생 정도다. 영화평론가까지로 범위를 넓힌다면, 정성일과 김혜리의 글도 충분히 알아맞힐 것 같다. 하지만 김애란은 반반 정도의 확률일 것 같고, 김중혁 김연수 김영하는 아직 데이터가 많지 않다. 최제훈의 글은 좋아하지만 단편 전체를 다 읽어야 겨우 맞힐 거 같다. '장강명'은 아직 한 페이지만으로는 알기 힘들 것 같지만, 그래도 두세 페이지를 준다면 알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소재와 시선의 측면에서 그만큼 독특한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고 느껴진다. 

 

  마지막으로, 리뷰의 제목으로 쓴 '슬픈 일만 나에게'는 박정만 시인의 시인데, 801호 '박쥐 인간'에게 들려주면 무척이나 좋아할 것 같아서, 고르고 괜히 혼자 뿌듯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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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 많이 보면 머리 좋아진다길래 구입했는데... 재미도 있는지 후딱 칠해 버리는... ㅎㅎ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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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칠로 하는 명화 공부 2 - 고흐.클림트.뭉크 편, 창의력이 높아지는 교과서 명화 색칠북 정글짐 놀이책
김재운 글.그림 / 정글짐북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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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 많이 보면 머리 좋아진다길래 구입했는데... 재미도 있는지 후딱 칠해 버리는... ㅎㅎ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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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칠로 하는 명화 공부 1 - 르누아르.세잔.쇠라 편, 창의력이 높아지는 교과서 명화 색칠북 정글짐 놀이책
김재운 글.그림 / 정글짐북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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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 많이 보면 머리 좋아진다길래 구입했는데... 재미도 있는지 후딱 칠해 버리는... ㅎㅎ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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