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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 그리스 신화 - 명화들이 말해주는
이진숙 지음 / 제이앤제이제이 / 2019년 8월
평점 :
《명화들이 말해주는 그림 속 그리스신화》라는 이 책의 저자는 도자기를 공부하다 서양미술사의 매력에 빠져 90년대 중반 독일로 유학을 갔다고 한다. 그곳에서 서양미술사, 고전고고학, 라틴어를 공부했고 현재 독일의 작은 마을에서 가족과 함께 살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은 단순히 그리스 신화에 관한 이야기를 서술한 책은 아니다. 신화에 등장하는 신과 영웅들을 주제로 한 명화를 선택해서 그 세세한 부분까지 이야기한 책이다. 특히 그 화가의 삶과 그들이 미술사에 끼친 영향까지도 서술하고 있어서 서양미술사를 동시에 공부하는 효과가 있다.
“그림을 어떻게 보고 이해해야 하죠?”
저자가 독일의 대학에서 서양미술사를 전공했다는 이유로 받은 대부분의 질문이었다고 한다. 사실 그리스 신화가 약방의 감초처럼 서양미술사에서 등장하기 때문에 그리스 신화를 모른다면 명화를 감상할 수가 없다. 그리스 신화와 서양미술사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이 책을 통해서 다잡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책은 Ⅰ. 올림포스의 신들, Ⅱ. 제우스의 여자들, Ⅲ. 신화 속 영웅들, Ⅳ. 트로이의 전쟁과 멸망 순서로 나누어져 있다. 신화 속 주인공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관련된 여러 화가들의 작품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씌여져 있다. .
특히 이 책은 관련된 많은 명화와 조각상이 소개되어 있다. 유럽여행을 가게 되어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원작을 보게 된다면, ‘내가 알고 있는 정보’의 일치를 확인하는 순간, 그 만족감은 참으로 클 것이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전 지식이 없는 상태로 단지 ‘눈도장’만 찍고 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저자는 화보를 통한 관찰이 아닌 원작을 눈앞에 두고서도 그 ‘원작이 주는 묘미’를 느끼지 못한다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이냐고 반문하고 있다. 작품의 내용을 알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내가 직접 분석해 보라고 말한다.
그리스신화 전문작가인 나도 그리스 신화가 어렵다는 독자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를 듣게 된다. 이유는 신화에 너무 많은 신들과 영웅들 등장해서 그 이름을 기억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가장 좋은 그리스 신화 공부법은 무엇일까? 바로 명화를 보면서 그리스 신화를 공부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 책 96페이지에 나오는 루벤스의 <페르세포네의 납치>라는 작품을 보자. “오비드에 의하면, 사랑의 여신인 아프로디테에겐 아직도 처녀성을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페르세포네가 눈의 가시였다. 그러던 차 지상세계로 나온 하테스를 보게 되었고, 사랑의 힘을 과시하고 싶었던 그녀는 아들 에로스를 시켜 하데스에게 ‘사랑의 화살’을 쏘게 명했다. 이 화살을 맞은 하데스는 사랑에 빠졌고 급기야 그녀를 납치하게 된다. 이때 이 페르세포네를 도우려는 여신들이 있었으니, 바로 아테나와 아르테미스이다. 이 두 여신은 처녀성의 수호신으로 그녀를 지켜야만 했다.” (p97)
그리스 신화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이 이 그림만 접한 사람의 눈에는 그저 그림일 뿐이다. 이렇게 그리스 신화에 관한 스토리를 알고 난 후, 다시 이 명화를 자세히 본다면 이제는 루벤스가 그린 명화가 달리 보일 것이다. 그리고 이 그림이 있는 유럽으로 여행을 가서 직접 원작을 본다면 진짜 감회가 새로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보면서 제 개인저서인 #마흔의공허함그리스로마신화를읽다 와 병행해서 읽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 책을 읽은 독자들은 꼭 이 책을 구입해서 보기 바란다. 그렇게 된다면 화가들이 명화를 통해 그리스신화를 표현하면서 숨겨두었던 힌트들을 찾아내는 짜릿함을 느낄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다. 서양 인문학 공부의 가장 기본인 그리스 신화를 열심히 공부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