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즘과 올로지 - 세상에 대한 인간의 모든 생각
아서 골드워그 지음, 이경아 옮김, 남경태 감수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최근 책에 빠져 살고 있는 나는 “여러 책을 짓는 것은 끝이 없고 많이 공부하는 것은 몸을 피곤케 하느니라”라고 얘기했던 옛 지혜자의 말을 자주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지식과 앎의 욕구가 오늘날의 문화와 문명을 탄생시키게 된 원동력이 아니던가! 또한 프란시스코 고야의 ‘이성의 잠은 괴물을 낳는다’는 그림에서 작가의 작품적 이해보다는 제목의 문자적 의미로만 생각해 본다면 우리의 이성이 잠들거나 지식과 앎에 대한 욕구 혹은 논리적 사고가 멈출 때 그 때 우리 안에 내재된 괴물을 낳게 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인간의 이러한 사유 행위는 생각으로만 묶여있지 않고 논리의 과정을 통해 과학의 발달까지 이루어 내게 되었는데 불과 몇 년 혹은 몇 십년 만에 컴퓨터를 비롯한 각종 IT 상품들의 개발과 과학기술의 발달은 과거 인류가 누리지 못한 다양함과 편리함이라는 문명의 혜택을 누리며 살게 하였는데 이러한 문명의 혜택은 과거 인쇄기의 발명으로 인한 문서의 보급화로 그동안 몇몇 사람들만의 소유물이었던 지식 또한 대중들에게 오픈되어서 인류사에 많은 변화를 일으켰던 것같이 오늘날은 과거 인쇄기의 발명보다 휠씬 막강한 컴퓨터와 인터넷의 등장으로 하루에도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정보의 바다에서 이제는 무엇이 진실이며 진리인지 분간하기도 힘든 역정보의 오류로 인한 이성이 잠들게 하는 부정적인 측면 또한 발생하게 되었다. 하지만 부정적인 측면 보다는 긍정적인 면이 더욱 많기에 이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미래는 밝을 것이라 예상해 본다.


십여년 전만 하더라도 학문을 하거나 어떤 단어, 혹은 개념에 대해 모르는 것이 있으면 으레 커다란 사전 책을 찾아서 확인을 했었는데 최근에는 컴퓨터를 활용하여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사전을 활용하여 쉽고 간편하게 그 의미들을 확인하고 있다. 아무래도 간편함과 페스트 푸드에 길들여진 문화가 한 몫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사전’하면 어떤 의미지가 떠오르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영어사전이나 국어사전을 떠올릴 것이다. 나 역시 그러하니 말이다. 그리고 대학 서고에서나 보았던 큼지막한 대백과사전이 사전의 전부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즘과 올로지”라는 책을 만나게 되고 사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었다.


이 책은 사전은 사전인데 그동안 일반적으로 보아 왔던 사전과는 조금 다른 색깔의 사전이다. 사전하면 어떤 범위 안에서 쓰이는 낱말을 모아서 일정한 순서로 배열하여 싣고 그 각각의 발음, 의미, 어원, 용법 따위를 해설한 책으로 알고 있는데 이 책 역시 그러한 순서로 책의 내용을 언급하고 있지만 그동안 보아왔던 모든 단어나 낱말의 뜻을 담고 있는 사전은 아니다. 그렇다면 사전의 역할로서는 별 볼일 없는 책이 아닐까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책의 제목처럼 ‘~론, ~주의’에 대한 내용들만 언급한 특별한 사전이다.


이 책은 정치와 역사, 철학과 예술, 과학, 경제, 종교, 성도착 외 와 관련된 “이즘과 올리지”의 설명들로 가득한데 책을 읽다보며 느껴지는 문체가 예사롭지 않다. 대부분 사전이라면 어느 누가 읽더라도 객관적이고 사실적인 정보제공이 가장 중요하기에 상당히 무미건조한 문체로 무엇인가를 알기 위해 읽는 책으로 인해 앎에 대한 호기심이 반감되어 본 경험은 있는가? 읽어도 무슨 의미인지 알지 못 하고 읽어 내려갔던 사전의 딱딱한 추억은 이제 이 책을 만나게 되는 사람들에게는 이 책이 사전인지 저자의 개인적 기호를 옮겨 놓은 책인지 한번쯤 서문을 다시 읽어 보게 되지 않을까 한다. 그렇다고 이 책이 사실을 제공해야 하는 사전의 기본 바탕을 무시했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딱딱한 문체에서 벗어나 저자만의 독특한 이야기 형식의 사전이라는 것에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는 것이다. 때로는 풍자와 유머가 뒤섞인 다분히 주관적 느낌의 글이 독자로 하여금 보다 쉽게 그 의미를 파악하게 하는 매력과 객관적 시각을 준다면 어떻게 생각을 하겠는가? 생각만 하더라도 사전이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이 책을 읽게 되는 사람이라면 최소한 ~론, ~주의에 대한 사전적 개념정의가 필요하다고 느낄 때 컴퓨터나 전자서전을 찾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이 책에서 세상의 모든 이론들을 언급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이 책을 찾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배경은 특별히 종교와 관련하여 많은 단어들을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평소에도 종교에 관심이 많고 직업도 종교와 관련이 있다 보니 자연스레 이 책을 읽게 되었는데 저자가 알고 있는 지식의 방대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수많은 개념들의 정의를 어떻게 자신만의 독특한 문체로 정의를 했을까와 실제 이런 단어들이 우리의 일상에서 쓰이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들이 들었었다. 물론 몇몇 단어들은 잘 알고 있고 많이 사용하는 단어였지만 대부분 실생활에서는 의사소통을 위해 필요한 몇 백 단어들만이 사용되고 있기에 이런 개념적 정의를 요구하는 단어들을 굳이 알아야 하는가는 각자의 몫이겠지만 때론 어떤 개념적 정의에 대해 객관화 하는 차원에서 ~주의, ~론 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때 그 의미 전달이 현저히 반감되는 경우도 허다하지 않은가 그래서 저자는 위트 넘치는 독특한 사전을 구상했을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문학작품을 생각하여 이 책을 읽고 싶다면 권하고 싶진 않다. 이 책도 엄연한 사전이기에 이 책을 처음부터 마지막 장까지 읽는 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무리하지 않고 가볍게 읽어 나가거나 책장에 꼽아두고 “이즘과 올로지”에 대해 생각나거나 접할 때 마다 이 책을 읽게 된다면 많은 도움이 되리라 확신한다. 가볍지만 가볍지 않은 사전, 정보제공만을 위한 사전이 아닌 사전이란 책에 또 다른 매력을 느끼게 하는 책 올 여름은 이 책을 읽으며 더위를 잊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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