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부엌의 마법사 - 어느 푸드 스토리텔러가 차리는 음식과 사람 이야기
김성환 지음 / 이매진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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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하자면 49살동안 비행기를 타본 적이 없다.대학 졸업때도 신청 안 했고 결혼을 안했으니 남들 신혼여행 때 타는 비행기 역시 타본 적이 없다.

그래도 빵과 커피는 아주 좋아라 해서 인터넷서 맛나보이는 빵과 디저트, 커피 사진과 맛깔나는 요리에세이 글 보는 게 큰 낙이었다. 그중에서도 김성환님은 이십년 전부터 Nitro란 필명으로 글솜씨가 남달라서 유학가기 전 글들도 인상깊게 읽곤 했는데(오렌지페코 홍차카페에서 홍차랑 이쁜 돌들 나눔하실때 받은 사람중에 한 명이라서 더욱 기억나는지도..) 나중에 루리%에서 40075km님이 그분이구나 하며 놀란 적이 있다.

이상한 부엌의 마법사를 읽으면서 이십대의 기억과 현재의 내가 교차되는 느낌이 묘했다

이십여 년 넘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엄마 간병과 집안일에 동동거리며 시간을 허비했던 나와 달리 40075km 김성환님은 전공을 바꿔 유학을 가고 CIA 요리과정을 마치고 사서라는 직업을 가진 두 아이의 가장이 되어 맛나고 마법같은 요리 에세이들을 모아 책을 펴내다니... 분명 쉽지 않은 길이었을텐데 참 열정적인 행동력이 있구나...모카 크림빵을 우물거리며 요리에세이를 읽고 또 읽으면서 빵순이인 내 삶도 쭉 이어질 꺼라고 생각했다.

5월에 건강검진에서 갑작스런 암 선고로 2달 동안 정신없이 보냈다. 이제 내일이면 수술인데 취소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니 뭔가 멍하기도 하지만 입원 전 날이라도 빵과 커피는 먹어야 겠기에 습관처럼 초코 도너츠랑 커피를 앞에 놓고 저자의 레이디 그레이와 홍차 마들렌 글을 읽으면서 글을 써본다.

비밀의 밥, 불의 맛, 불사조 요리사,CIA입학세트 세션마다 다양한 요리들도 재밌지만 그 외 최고로 꼽는 글은 역시  CIA에서 제과제빵 배우면서 만든 빵과 과자들과 "제철" 딸기로 만든 홈메이드 딸기잼, 이 두 편의 글은 볼때 마다 행복한 느낌이 들어서 빵 먹으면서 꼭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은 글이다. 책에는 실려 있지 않아서 아쉬운데 블로그나 저자 필명으로 검색해 보면 100편이 넘는 다양한 음식 애기가 한 가득이다.어려서부터 좋아라 했던 산딸기 임금님 이야기..그리고 형형 색색의 맛이 궁금한 빵과 과자들..저자가 인터넷에 올린 100편이 넘는 글들 모두 좋아라 했는데 책 한 권으로는 담아내기 모자르다는 게 아쉽다. 계란 샌드위치랑 스모어 애기도 맛있어 보였는데..

가족땜에 힘들때마다 인터넷서 외국의 아름다운 풍경 사진과 빵과 디저트들을 볼때 마다 내가 평생 모르고 가보지 못했던 세계들이 안타깝고 그립다. 아마 퇴원해도 아픈 부모님땜에 여행을 가거나 비행기를 탈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아직은 걸어다닐 수 있고 근처 빵집에서 빵을 사와서 좋아하는 믹스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지금은 행복한 편이다.

사람은 꿈을 꿀 때 희망을 볼 때 행복하다는데 건강이 좋아지면 언젠가는 성심당에 가서 몇 십만원어치 빵을 카드 일시불로 사러 여행을 가보고 싶다. 그리고 저자가 1편부터 차곡 차곡 쓴 브런치의 제왕, 에그 베네딕트 글들을 다시 읽으면서 빵과 커피를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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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30 13: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7-06 2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Hug! Friends -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히스이 고타로 지음, 금정연 옮김, 단바 아키야 사진 / 안테나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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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해외토픽에서 저 사진을 보고 허스키가 뭔가 포기한 듯한 겁먹음이 보여서 웃은 기억이 있는데 책이 나올 줄은 몰랐다

책 소개를 봤지만 그래도 저 북극곰과 허스키의 사진 구도가 나올려면 곰과 허스키가 뭔가 인연이 있다거나 둘이 좀 친한 사이라거나 사연이 있겠지 싶었는데 그런 거 없고 재들은 정말 첨 보는 사이 맞더라 

 

친구라기 보단 곰이 허스키를 안을 때 양 손을 조심스럽게 안아서 다른 곰에게 보여주는 걸 봤을때

마치 인간이 애완견을 다루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아님 암컷인데 새끼를 잃은 경험이 있어설까?

털이 있어서 친근감을 느낀 걸까 바다사자는 털이 없이 미끈하니 맛있어 보이지만

같은 털과라서 털끼리 교감을 하나 기적을 믿지 않으니 기적을 보여주는데도 자꾸 의심스럽기만 하다

 

800키로나 나가는 곰이라 손 하나가 허스키 몸통만 해서 그런지 뭔가 겁먹은듯 포기한듯

얌전히 안겨 있는 개들을 보니 웃기면서도 안스럽고  말라서 홀쭉한데 개들과 좋다고 뒹구는 곰을 보니  재가 넘 굶어서 오락가락하나 싶기도 하지만 인간인 나는 동물의 감정을 알 수가 없다

영하 삽 십도가 넘게 눈보라 치는 추운 곳에서 줄에 묶여 있다가 덩치 큰 곰이 곁에 왔을 때

느꼈을 개들의 감정도 

앞으로 자기들이 삼 십년 후에 멸종될 운명인지 모르는 반 년 넘게 쫄쫄 굶은 배고픈 북극곰의 감정도..

 

십 분이면 읽는 내용이지만 여운이 있는 내용이라 가끔씩 손에 잡힐 때마다 후루룩 보기 좋은 사진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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