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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를 과학적으로 배우는 방법 - The art of learning languages
이충호 지음 / 다개국어 / 2020년 3월
평점 :
품절
어떻게 논문과 자료를 체리피킹하거나 삼류 자기계발서만 읽어야 이런 결론에 도달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제 2언어 학습에 대한 많은 환상들이 실증 연구로 깨져버리고, 그래도 유의미한 결과도 많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그런 기본적인 내용들조차 보이지 않았어요.
기계적인 반복은 좋지 않다? 시험을 봐야한다? 그 이야기 참 새로운 것처럼 떠벌리는 공부법 책은 제가 중학생 때부터 잔뜩 봤어요. 간격을 둔 복습은 에빙하우스 시절부터 수 많은 교재와 애플리케이션을 통해(안키를 포함해서 말이죠) 나온 정말 상식인 개념이고요. 의미있는 반복이라는 개념도 사실 더 복잡한 맥락이 있어요.
요즘은 안키가 쓰는 수퍼 메모보다 좋은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연구라도 하고 있어요. 듀오링고나 멤라이즈 같은 회사 그렇고요. 한국에도 영어학만 10년 넘게 연구하셨고, 최근에는 딥러닝과 연계에서 단어 뿐만 아니라 문법, 유형, 각종 패턴에서 취약부분을 찾아서 피드백을 주는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신 제가 존경하는 강사님도 계세요.
그런데 앞서 말했지만, 이 책의 단점은 뻔한 이야기라는 게 아니에요. 최신이 아니라 뻔한 연구 결과도 잘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는 거죠. 최소한 한국에도 번역되었던, Principles of Language Learning and Teaching 같은 제2언어 습득 교과서에 나오는 이야기라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니면 유원호 교수님의 영어 습득의 이해 정도는요.
저는 교육학과 언어학, 언어 습득 이론에 대한 책을 원서, 번역서, 한국 저자를 막론하고 꽤 많이 읽었어요. 그리고 이해를 못하겠어요. 블로그를 가봤는데요.
저자분이 자기가 안 한 이야기로 비방한다고 주장하셔서 다 인용으로 바꿉니다.. 저 한국어 강의하지만 취미이고 무료입니다. 영어 강사도 아니고요. 영어 강사라 해도 마이너한 이 분 깎아내려서 이 분 책이 퍼져서 제가 무슨 돈을 벌겠어요? 그것 때문에 이렇게 긴 글을 자세하 남겼을 거라 생각하시면... 자의식 과잉이죠.
원래 이렇게 긴 글은 아니었습니다만. 안 그래도 화가 났는데, 저자분이 자꾸 저를 음해하셔서 상세하게 비판했습니다. 핵심 내용은 두꺼운 글씨로 썼으니, 관심 가는 내용 위주로 읽고 책을 평가해주세요. 외국어 학습에 관심 있는 분들은 보시면 도움이 되실 거에요.
그 분 댓글을 보기 편히시게 맨 위로 올립니다.
"위에 쓰신 내용들 제 책과는 전혀 관련없는 내용들이 많습니다. 혹시 어디 까페회원이신가요? 아니면 운영진중의 한분신가요? 제 책을 다른 분들이 읽게 됨으로써 손해를 볼 수 있는 사람중의 한사람이라고 판단됩니다만. 책을 읽고 비평을 써주신다면 충분히 님과 토론할 의향이 있습니다만 제 책의 내용에서 언급하지도 않은 것을 가지고 말씀하시면 독자분들이 판단하실거에요. 그럼 좋은 하루보내세요"
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lch0206&logNo=221830438311&navType=tl
"두 언어를 동시에 배운 그룹이 하나의 언어를 배운 그룹보다 테스트에서 조금 더 나았다."
그 조금이란 68.33 점 vs 56.16점 이었습니다.
여러분 시험점수를 12점 통계적으로 유의하게(95% 이상의 확률) 올려주는 방법이 있다고 해보세요. 저는 그걸 작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런데 이 연구를 소개하시고 정 반대의 결론을 내리세요.
"문제는 이 연구는 단기간의 결과다. 두 개 이상의 언어를 배울 때가 단 하나의 언어를 배울 때보다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는 없다. 오히려 반대다."
그리고 아무 레퍼런스도 달지 않으셨어요. 그리고 갑자기 무리한 가정을 하셨다고 저는 생각해요.
"각각의 언어의 레벨이 아주 높은 레벨을 원한다면 동시에 여러 개를 배우는 것은 장기적으로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 한국어 문장은 읽기 힘들었어요. 번역투이기도 하지만, 주술 호응이 이상하죠. "각각의 언어를 높은 수준으로 배우기를 바란다면" 같은 식으로 쓰셨으면 좋았을 거에요.
어쨌든 대부분의 사람은 시키지 않아도 영어 나 중국어, 일본어 1~2개 공부해요. 사실 1개도 안 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에요. 저는 걱정하고 경고해야 할 정도로 사람들이 보통 욕심을 부리나 싶어요. 보통 2개를 배우면 2배 어렵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5개나 높은 수준을 원한다면 공부를 정말 열심히 하는 희귀종이고 말씀하시는 대로 폴리글랏이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저는 무리한 가정이라 생각해요.
어쨌든 이 가정을 토대로 계산을 하세요.
"5개 언어를 골고루 크게 향상 시키기 위해서는 3시간이 필요하다고 해보자. 그럼 5언어 x 3시간 = 15시간 현실적으로 자는 시간 외에는 온종일 언어공부에만 매달려야 한다. 이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네. 없죠. 누구도 단기간에 몰아쳐서 5개 언어를 마스터하려 하지 않으니까요. 저도 외국어를 일본어, 스페인어, 중국어, 아랍어, 프랑스어, 한국 수화까지 많이 배우고 있어요.
하지만 저는 하루 종일은 커녕 하루에 3시간도 투자하지 않아요. 1개 외국어 문장 10개를 외우고 전에 배운 걸 복습하는데 15분 걸려요. 15분이요. 왜냐면 제 인생은 길거든요. 1년 정도면 저는 적당히 몇 천 단어 수준의 중급 회화가 가능하겠죠. 저는 아직 젊고요. 인생을 길게 보고 공부할 거에요. 저는 외국어를 취미로 공부하고, 제 본업도 아니에요.
하지만 이것과 외국어 여러 개를 공부하는 게 시간 대비 '효율적'이냐는 다른 문제에요. 나중에 말하겠지만 인간은 하루 3시간 넘게 제대로 공부를 할 수 없어요. 하지만 매일 조금씩 여러 언어를 공부한다면 효율적일까요? 저처럼요.
오히려 교육학이나 전문성 연구에서 비슷한 여러가지를 같이 공부하면 장기적으로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연구는 많이 있어요. 바둑과 비슷한 보드게임을 같이 연습시켰더니, 바둑을 더 잘 하게 되었다는 연구도 있고요. 2년 동안 프랑스어만 배운 그룹과, 쉬운 인공어인 에스페란토를 먼저 1년 배우고 프랑스어를 1년 배운 그룹을 비교했을 때 후자가 더 실력이 좋았다는 결과도 있어요. 2중 언어 사용자인 학생들에 대한 연구도 창의성이나 리더십 능력 면에서 흥미로운 결과를 내고 있고요. 교육학자들은 비슷하지만 다른 것들을 공부하면서 공통점과 차이점을 더 예리하게 구분할 수 있다고 해석하고 있죠.
그런데 이 글에서는 작업 기억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주장하세요. 저는 이게 심리학을 잘 모르고 하시는 주장이라 생각해요.
"우리의 작업 메모리는 한계가 있다. 15시간 이상을 늘 공부한다고 해도 오전에 공부한 것을 오후에 공부하는 것들이 밀어내버리는 역할을 한다. 그만큼 효율이 떨어지게 된다."
작업기업은 램일 뿐이에요. 우리가 공부한 건 장기기억 = 하드에 저장되요.
저는 인지 심리학 교과서만 4권 읽었어요.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어요. 교과서들에 따르면 작업 기억은 매우 짧게 작동하는 4~7개 정도의 데이터 밖에 담지 못하는 거에요. 이게 램 같은 거에요. 시공간 메모장이라고 이미지를 저장하는 램과, 음운 고리라고 소리를 저장하는 램이 따로 있어요. 눈으로 외울 때는 전자를, 귀로 듣고 외울 때는 후자를 쓰겠죠?
어쨌든 램이에요. 우리가 하루에 단어를 4~7개 밖에 못 외우나요? 아니죠. 새로운 단어를 외우면 당연히 까먹어요. 그러면 짧게 복습을 다시 해줘요. 이렇게 망각하고 다시 작업기억에 복습하기를 반복하다보면 장기기억LTM으로 넘어가기 시작해요. 물론 이 장기기억도 해마를 통해서 중개되는데, 자주 안 보면 뇌는 쓸모 없는 데이터라 생각하고 삭제해요.
장기기억은 자주 삭제를 단행하긴 하지만... 하드 디스크에요. 하드에는 데이터가 얼마든지 들어가요. 그리고 사실 다시 복구할 때마다 기억 기간이 늘어나요. 다들 에빙하우스 망각곡선은 한 번 쯤 들어보셨죠?
여러 언어를 공부하기 힘든 건 피로하기 때문이지, 작업 기억 때문이 아니에요.
연구들은 한 가지를 몰아서 공부하기보다 여러가지를 조금씩 꾸준히 공부하는 게 더 좋다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영어를 15분 공부하고 수학을 15분 번갈아 공부하는 게 매일 똑같은 시간 수학만 공부하는 것보다 효율이 좋았어요!
이를 교차 연습이라 하는데요. 저는 [학습 이론 교육적 관점] 같은 학습 심리학 교과서에서 처음 봤어요. 최근에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 같은 대중서를 통해서도 소개되면서 이런 저런 삼류 자기계발서에도 흔히 나오는 개념이에요. 짜집기와 표절로 가득한 책 [완벽한 공부법]처럼요.
왜 그럴까요? 여러 이유가 있지만, 바로 방해가 좋은 거에요. 기억이 잘 나는 상태에서 반복을 하면 이 분도 말씀하시는 "의미 있는 반복"이 되지 않아요. 다른 공부를 하면서 기억이 밀려나고 까먹었는데, 다시 공부를 하려면 전에 배운 걸 기억해야하잖아요? 이게 테스트를 보면서 능동적으로 인출하고 복습하는 과정인 거죠. 그래서 이렇게 공부하면 왠지 어렵고 내가 멍청이처럼 느껴진다고 제 친구나 학생은 말하더라고요. 하지만 그게 오히려 학습이 잘 되는 거에요.
저자 분이 학생에게 제공하신다는 앙키 카드
안키 같은 간격을 둔 복습이 효과적인 이유도 이거에요. 저도 안키와 멤라이즈를 사용하고 있어요.
하지만 외국어 공부에는 멤라이즈가 훨씬 효과적이라 생각해요. 안키 카드는 조약하기도 하지만, 테스트 종류가 별로 없어요. 저는 안키를 자격증 공부 용으로만 쓰고 있어요.
멤라이즈는 디자인만 더 좋은 게 아니라, 알고리즘도 직접 확보한 최신 데이터로 업그레이드했고요. 이미 수 많은 사람들이 만든 단어장과 심지어 네이티브 음성을 포함한 코스까지 모두 무료로 제공해요. 사진에는 한국어 자료만 있지만, 영어로는 더 많은 자료가 있어요. 게다가 읽기, 쓰기, 듣기는 물론 심지어 음성인식으로 말하기 까지 연습을 제공해요.
또 이 분은 초보자는 mp3를 들으며 정확한 소리를 들어야 하지만, 고급자는 영화와 드라마, 유튜브 같은 authentic한 자료로 넘어가야 한다고 이야기하세요. 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lch0206&logNo=221562967002&referrerCode=0&searchKeyword=%EB%93%9C%EB%9D%BC%EB%A7%88
저는 이렇게 유창한 회화가 절대적으로 중요한 것처럼 말하는 책이나 강사를 많이 봤어요. 이 분이 회화만 공부해야한다고 이야기했다는 건 아니에요. 이분은 [외국어를 배우는 데도 과학적 지식이 필요해요"라는 글에서 이렇게 이야기하세요.
"배우는 첫날부터 말하기와 쓰기를 병행하면서 읽기와 듣기를 병행하여 가장 빠르게 외국어를 배울 수 있어요. 이게 정답이에요."
죄송하지만 제가 본 책들에서는 그런 근거를 보지 못했어요.
물론 저도 토익 900점일 때 외국인이 길을 물어보는데 답을 못하겠던 적이 있어요. 외국어 습득 연구자들도 흥미롭게 생각했어요. 왜 10년을 공부했는데 영어를 못할까요? 시험에나 쓰이는 영어라고요? 하지만 왜 외국어에 몰입하는 환경을 못 만들고, 외국어를 쓰지 못할까요? 쓸 필요가 없었고, 앞으로도 없거든요. 사실 우리가 살면서 원어민을 만날 일은 거의 없어요. 이민을 갈 게 아니고서야.
드라마나 영화로 배우면, 드라마틱한 상황에서 밖에 말을 못하게 돼요.
또 기존 듣기 프로그램이나, 읽기 위주의 교육에서 입술 모양을 보지 못한다던가 하는 한계가 있는 건 분명해요.
하지만 외국어 교육 학자들이 공통적으로 동의하는 건... 단일한 "스피킹 능력"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거죠. "전이"에 대한 연구를 보셨으면 아실 거에요. 의사나 학자들을 보면 자기 전문분야에 대해서는 유창하게 영어로 말도 하고 설명도 하는데, 정작 일상 회화는 잘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 똑똑한 분들이 기본적인 문법이나 단어를 몰라서일까요? 그게 아니라 왜냐하면 그 재료를 합성해내는 패턴과 기술 자체가 분야에 한정적이라서 그래요.
마찬가지로 그 반대도 성립해요. 영화나 드라마, 유튜브로 공부하는 사람에게는 치명적인 한계가 있어요. 바로 드라마나 영화 같은 상황이 아니면 말을 못하게 된다는 거죠... 마치 일본 애니로 일본어를 배우면 만화 속 모에한 여고생처럼 말하게 된다고 하는 것처럼요. 영화나 드라마 속 상황은 하물며 일상물 같은 거라도 실제로 외국어를 사용하는 일상과는 동떨어져 있어요. 삼각관계나, 회사 내 정치나, 재벌 2세나, 이런 게 나오죠. 재미있어야하니까요!
만약에 자기가 비즈니스를 하는데 영어가 필요하다. 그러면 비즈니스 회화 책을 보세요. 회사를 다룬 드라마나 영화는 적어요. 고증이 철저한 해외판 미생이 넘쳐나지도 않고, 자세한 설명 없이는 외국인이 맥락을 충분히 이해하기 어려워요. 유튜브 채널도 마찬가지에요. 실제 목소리랑 동떨어졌다고요? 요즘에는 실제 회사나 여행, 유학하는 현지에서 비슷한 상황으로 녹음을 해서 만든 교재도 많이 있어요.
언어는 단순히 소리로 듣는 게 아니에요. 사람은 대부분 입 모양도 읽고요, 상황도 파악해요. 그리고 문화를 토대로 이해해요. 예를 들어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고 해보죠.
"김부장님 안 됐어. 아버지 같은 분이었는데."
이건 한국인이나 일본인은 쉽게 앞 뒤 맥락도 추론할 수 있을 거에요. 그런데 제가 외국인에게 한국어르 가르치고 있어서 아는데요. 외국인들은 심지어 영화로 앞 뒤 이야기를 봐도 이 맥락을 이해를 못해요. 유럽권 사람들에게는 회사가 '가족'같은 게 아니거든요. 회사를 나오면 다른 회사를 찾아야죠. 평생 직장이나 정규직 같은 개념도 희박해요. 이런 문화는 교재를 통해서나 누군가 인위적으로 설명해서 이해를 시켜야 하는 거에요.
이러한 사실은 프레임에 대한 연구를 통해 밝혀졌어요. 사람들 머리 속에는 각 문화권에 맞는 이야기와 상황들이 대본처럼 '스크립트'로 들어있어요. 거기에 맞는 상황은 쉽게 이해하고, 말도 잘 했어요. 하지만 실험 결과 다른 문화권의 상황은 쉬운 단어와 문법으로 쓰여져 있어도 쉽게 기억하지 못했어요.
또 영어를 배우는 주된 목적은 영어로 된 자료를 읽기 위해서에요. 회화가 아니라요.
정말로요. 의사들은 의학 서적을 읽고, 비행기 정비공인 제 친구는 스펙과 정비 안내서를 읽기 위해서 영어를 공부하고요. 저는 여러 외국어를 배우고 해외 친구들과 채팅도 하지만 취미일 뿐이고, 영어를 가장 많이 쓰는 건 프로그래밍 관련 material이나 Docs를 읽을 때에요. 읽기 교육은 중요하고, 회화?를 잘 하는 것과 전문서적을 읽는 능력은 별개에요. 회화만 공부한 사람은 전문 서적을 전혀 읽지 못할 거에요. 회화보다 더 복잡하게 명사구를 만들고 논리를 전개하니까요.
말하기랑 듣기, 읽기 쓰기를 같이 공부한다는 게 좀 말이 안 되요. 흔히 듣기라고 하면 자연스러운 대면 대화에서 듣기도 있지만요, 뉴스나 라디오나 유튜브나 TED같은 걸 일방적으로 듣는 것도 듣기거든요. 여기서 자기가 생각하는 바를 말하는 연습을 어떻게 같이 하죠? 쉐도잉을 할까요?
읽기도 그래요. 논문 같은 걸 쓰기 위해서 읽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영어로 배운 걸 그냥 써요. 남에게 영어로 글을 써도 포럼에 질문 쓸 수 있는 정도면 될 때가 많아요. 내가 책이나 논문 쓸 게 아니면 그 정도의 쓰기 능력 필요 없는 거에요.
정말 쓰기랑 말하기랑 다 예시 들고 싶지만 이미 길어졌으니 참을게요.
이건 제가 혼자서 생각한 말이 아니라, 정말 외국어 습득 이론에 대한 교과서를 조금만 읽어도 나오는 상식적인 이야기에요. 외국어 학습을 연구하는 학자들도 비슷한 환상을 가졌었지만 실증 연구로 산산조각 나버렸죠. 문법이 중요하지 않고, 자신감 있게 발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발화하고 하고 싶은 말을 만들어 보는 경험은 중요하죠. 하지만 그러면 문법적으로 이상하고 어색한 말을 하게 되죠. 그래도 다 알아 듣는다고요?
문법은 단순히 문장 규칙이 아니에요. 문법에는 문화도 담겨 있어요.
아까 말씀드렸듯이 저는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어요. 다음 예문을 보실래요?
"저 여자는 누구야?"
"아... 내 어머니셔."
"아 저 여자가 너의 어머니야?"
이 화자는 상대가 자기와 친한 사이라서 반말을 썼어요. 어머니를 높여야 한다는 생각을 못했죠. 게다가 영어에서 she를 쓰던 버릇 때문에 그녀나 저 여자 같은 말을 막 썼어요. 화제어인 은는의 용법도 잘 모르고 있죠. 문법이라는 건 단순히 말이 통하는 것만이 아니라, 그 나라의 문화를 담고 있기도 해요. 예를 들어 외국인은 부탁할 때 명령문을 쓰지 않고 would you please같이 간접화법을 쓰고요. 영어로 말할 때 The를 적절하게 쓰지 않으면 어색하게 들려요. 물론 외국인이니까 이해는 하죠. 하지만 그걸로는 유창한 회화도, 오픽이나 토익 스피킹 점수도 못 받을 것 같아요.
물론 저자님께서는 피드백을 통해 그걸 다 알려주면 된다고 생각하실 거에요. 문법 책에서는 오히려 그런 거 안 알려주지 않냐고요. 전문성 연구나, 요즘 외국어 교육 연구에서도 피드백을 강조하고 있죠.
하지만 많은 원어민은 피드백을 줄 능력이 없어요
이건 좋은 교재를 만들어야 할 문제지, 원어민이 하나하나 피드백해서 해결하는 건 돈도 많이 들 뿐더러... 요즘 전화영어가 많이 싸졌다지만 아무리 그래도요. 참 원어민 강사니 과외니 하는 사람들 돈 벌기에는 좋겠네요. 저자 분이 직접 외국어 강의도 하시던가요?
사실 원어민에 심지어 교사라고 자기가 왜 그렇게 말하는지 정확하게 설명할 줄 아는 것도 아니에요. 원어민 교사라고 자칭하는 상당 수는 자기 언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상대 언어에 대한 이해도 부족해서 잘 설명을 못해요.
저 예문은 사실 제가 한국인 국어학 박사와 한국어를 전공한 외국인 4명이 쓴 미국인을 위한 한국어 교재에서 어제 발견한 거에요. 그 교재로 공부하는 학생이 저런 식으로 말하길래 보니까 교재도 그 모양이더군요. 저자는 자연스러운 한국어를 위해서 여러 명이 검수를 했다고 누차 강조하더군요. 심지어 개정 몇 판 째였어요. 저는 그냥 살펴만 봤는데 저런 식의 오류가 한 둘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바로 제보를 했죠. 만들 때는 영어에서 한국어로 번역하니까 문맥을 생각 못했을 거라 생각하면서요...
하지만 대부분의 원어민 강사는 자기가 틀린지도 모를 거에요. 그냥 영어 하는 나라에서 태어났으니까 원어민 강사라는 사람도 많고요. 제대로 공부했다는 분들도 조금만 깊이 있게 들어가도 잘 이해하지 못하시는 경우가 많아요. 저도 한국어에 대해 질문을 받으면 최소 국립 국어원부터 관련 논문까지 찾아보고 답을 해줘요. 그러고도 나중에 빠트리거나 잘못 설명한 걸 자주 깨닫고는 해요. 제 친구 중에는 원어민 영어 강사도 꽤 있어요. 그 친구들과 대화를 하면 스스로도 인정을 하더란 말이죠. 자기도 늘 공부한다고요.
오히려 잘 연구한 교재가 필요해요.
저는 이런 걸 정리해서 책이나 교재로 만들고 개선해나가는 게 더 효율적이고, 저렴하다고 봐요. 사실 원어민 교사들에게도 그런 교재가 필요해요. 저는 영어를 열심히 연구하시고 좋은 책을 쓰는 학자나 강사 분들을 여럿 알아요. 저도 외국인을 만나서 대화를 많이 했고, 피드백도 받아봤지만, 사실 그런 문법 책에서 더 많이 배웠어요.
피드백은 강사들도 좀 받아야해요. 원어민에 조금 공부했다던가, 직관적으로 자기는 유창하게 말한다고 좋은 강사되는 거 아니라고요. 이 역시 교수 학습 연구에서 늘 하는 이야기에요. 서울대생이 최고의 선생은 아니다. 당장 대학 다녔으면 명문대 석박사 하신 분들 강의들어보셨을 거 아니에요? 그 분들이 너무 천재라서 이해못하는 게 아니에요.
그냥 그 분들은 연구만 하던 분들이라 교육에 전혀 전문성이 없을 뿐이죠. 원어민도 똑같아요. 말은 엄청 잘 하고 이상한 것도 대충 알아채지만... 가르치는 능력이 없다고요. 초보자가 뭘 모르고 뭘 실수하고 왜 그런 실수가 발생하고 어떻게 피드백을 줘야하는지 전혀 모른단 말이에요. 그냥 피피티만 읽거나, 조금만 공부해도 알아서 고칠 전형적인 실수만 뭐라하고 미묘하고 애매한 건 자기도 모르겠다 하고 넘긴단 말이죠.
몰입은 효과적인 학습과 전혀 반대에요. 고통스럽고 도전적이에요.
이것도 전문성 연구나 학습 관련 연구에 대해 안 읽어 보셨나봐요. 저는 학습에서 몰입 이야기 하는 분을 너무 많이 봤어요. 하지만 몰입의 최적 상태는 전문성과 다른 거에요.
[Cambridge handbook expertise and expert performance]을 전문성 연구의 권위자 앤더스 에릭슨 등의 연구진은 흔히 1만 시간이라 불리는 연구를 진행했어요. 한국에도 번역된 책 [1만 시간의 재발견]에서도 나오지만 중요한 건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대가가 아닌 사람들도 꽤 많은 시간을 연습했어요.
문제는 그 사람들은 너무 즐거웠다는 거죠.
사실 전문가의 유창함에 이르는 길은 재미가 없어요. 그게 특징이에요. 자기가 하는 연습이 너무 재미 없고 지루하다고 할 수록 대가였어요. 왜일까요? 그 사람들은 자기 한계를 넘어서 도전하거든요.
반면에 몰입은 안락한 상태에서 머무르는 거에요. 내 주변을 외국어로 가득 채운다고 몰입이 되는 게 아니에요. 마치 외국에 갑자기 떨어진 사람처럼 이해하기 어렵고 도전적인 외국어 = 내가 잘 모르고 가장 열심히 배워야할 취약점에 집중하는 사람이 공부를 잘 하는 거에요.
에릭슨 등은 이를 Deliberate practice 의도적 수련이라 불렀어요. 의도적 수련은 너무 피곤하고 힘들어요. 그래서 이 사람들은 의도적 수련을 하루에 길어봤자 3시간 밖에 하지 못했어요.
나머지 시간은 충분한 휴식을 가졌죠. 내가 하루에 10시간을 공부한다? 너무 공부를 비효율적으로 대충대충하고 있는 거거나, 자기관리에 철저한 대가들보다 강철 체력을 가진 거겠죠. 공부량이 중요한 게 아니에요. 하루 30분을 공부하더라도 제대로 공부해야 해요.
물론 전문가들은 유능하고 유창하기 때문에 더 많은 몰입을 경험해요. 마이클 펠프스가 수영을 할 때 복잡한 생각을 하지 않아요. 오히려 편안한 마음을 가지고 연습했던 걸 최대한 발휘하려하죠. 이때 축적해온 무의식적 스킬이 쫙쫙 펼쳐지면서 쾌감을 느끼고 수영에 빠져드는 거에요. 이게 몰입이에요.
몰입은 연습에 결과지, 과정이 아니에요. 연습 하는 동안 우리는 버벅거리고, 중간에 멈추고 생각도 해보고 그래야 해요. 실제로 앤더스 에릭슨은 이렇게 조언해요. 평소 자기가 하던 거보다 난이도를 높인 다음에, 막히는 부분 = 유창하지 못한 부분을 찾아서... 딱 그 부분만 천천히 연습해보라고요.
학습에 지름길은 없어요. 천천히 꾸준히 하는 게 정답이에요.
프로그래밍, 바둑, 심리상담, 운동, 물리학, 수학, 외국어를 막론하고 대가들은 경지에 이르는데 10년 이상이 걸렸어요.
벼락치기는 그 특성상 오래 가지 못해요. 아까 말씀드렸듯이 간격을 두고 충분히 복습하는 게 중요해요. 몰아서 공부하면 그러기 힘들죠. 복습해야 할 양도 너무 많고요. 그런데 이 분은 블로그에서 또 이렇게 말씀하세요.
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lch0206&logNo=220967663041&referrerCode=0&searchKeyword=%EB%AA%87%20%EC%8B%9C%EA%B0%84
"따라서 일년이내에 상단한 수준까지 끌어올릴 만큼 더 많은 시간을 배울 수 있다면 금상첨화입니다. 최소 1000시간 이상. 하루에 약 3시간 정도 됩니다."
3시간은 최소치가 아니라 대가들의 최대치에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에릭슨 등 연구자들은 3시간 이상 연습하고도 피로하지 않다면 제대로 의도적 수련을 한 게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할 정도에요.
하지만 또 이렇게 말씀하세요.
"외국어 그 자체가 내 삶의 일부가 되어야만 유창해질 수 있게 되죠. 예를 들어 일년내에 어느 정도 유창해질려면 매일 하루 10시간 이상은 기봉이 되어야 하는 거죠."
제 생각은 반대에요. 많은 사람들이 공부를 포기하지만, 그건 사실 필요도 없는데 공부를 시켜서 그렇다고 봐요. 읽기던 말하기던 필요한 사람은 공부를 하면 되죠. 그런데 사실 한국은 정말 쓸 때도 없는데 다 외국어를 '배워야 하는' 것처럼 말하잖아요. 나에게 흥미가 가는 자료로 공부를 하라니, 그게 나에게 필요한 영어는 아닐 수도 있죠. 공부는 재미있는 게 아니에요. 정말 쓸모가 있고 결과가 있어야 동기를 유지할 수 있는 거에요.
그렇기에 더욱 올바른 학습법과 효율적인 방법이 필요하다고 믿어요. 저는 미친듯이 10시간 몰입해야 된다는 식의 노력론은 과학적으로나, 윤리적으로나 옳지 않다고 봐요.
과학적이라는 말을 쓰려면 좀 더 공신력 있는 레퍼런스들을 가져왔어야 하지 않을까요? 블로그 글을 보면 책의 목차와 많이 겹쳐요.
충분히 자고, 운동해야 한다는 걸 누가 모르나.
예를 들어 8시간 이상의 충분한 수면이 중요하다. 저도 동의해요. 한국에서 가장 멍청한 게 야자랑 야근이죠. 잠을 줄여서 공부하거나 일을 하면 오히려 성적과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연구가 많아요. 자면서 해마가 기억을 정돈하고 장기기억으로 넘긴다는 것도 사실이에요. 단백질 위주의 식단이 좋다는 연구도 있긴 하죠.
새벽에 공부하는 게 좋다? 그것도 연구가 많죠. 하지만 자기 전에 그날 배운 걸 잠깐 복습하는 것 역시 효율적인 방법이죠.
그런데 이게 좀 이상해요. 수면에 대해 올리시는 글을 보면 자면서 외국어 단어를 들려주면 효과가 있는가? 그런 건데요. 이런 거는 한 두 개의 연구 가지고 결론을 낼 수가 없어요. 많은 학자들은 그게 어렵다고 하고 있죠. 그런데 몇몇 연구만 가지고서 배웠던 단어를 들려주는 건 효과가 있다던가, 비렘수면 단계에는 효과가 있다던가, 카더라식 이야기를 많이 하세요. 물론 자면서 외국어 듣는다고 손해볼 건 없겠죠. 하지만 세상에는 한방약품이 공부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도 있고요, 여러 이상한 방법들이 다 있어요. 대부분 효과는 잘 입증되지 않았거나, 실패 사례를 숨겼거나, 효과가 있긴 한데 미미하거나 그런 수준이에요.
운동이 중요하다? 말마따나요. 이것도 연구가 많죠.
포모도로 테크닉? 물론이죠. 인간의 집중력은 한계가 있으니까요. 이건 교차 연습과도 연결되는 거에요.
그런데 이게 뭐 대단한 게 아니에요. 저는 이 연구를 우울증 책에서 처음 읽었고요. 경영서나 자기계발서에서도 늘 노래를 불러요. 잠을 잘 자고 운동을 꾸준히 하세요~ 포모도로 테크닉을 아시나요? 자기계발에 관심이 있어서 이런 책을 사볼 정도의 사람이라면 다 알고 있을 이야기에요.
하지만 우리가 하기 싫어서 안 하나요? 야자와 야근은 구조적인 문제에요. 말마따나 회사 다니면서 야근하고 일찍 자면 외국어 공부할 시간이 없을 거에요. 시간이 있어도 피로에 지쳐 있겠죠. 이 역시 한국의 수면과 운동에 대해 연구한 많은 학자들이 내놓은 결론이에요. 적어도 다른 자기개발서는 작은 습관 만드는 법이라던가 그런 거라도 알려주거든요. 시간 널널한 대학생에게나마 도움이 되겠죠.
독자연구는 위험하고, 오히려 독이 될 가능성도 있어요.
정말 두루두루 비평했지만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이거에요. 재야학자가 논문이니 저널이니 본답시고 세계 어느 학자보다 자기가 뛰어나다고 주장하는 건 정말 오만하다는 거죠. 제발 딱딱해도 차라리 교과서를 읽으세요. 저자 분이 서평 이벤트도 하시던데 저는 열심히 썼지만 응모할 생각이 없어요. 제가 저자 분이 블로그에 당당히 쓴 말을 옮겨 볼게요.
"제가 서점에서 제 책과 유사한 책도 거의 다 보았고, 전세계에 있는 어학관련 다른 서적도 영어, 중국어, 스페인어, 일본어, 프랑스어로 다 뒤져보았습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제 책 그런데로 다른 책에 뒤지지 않을 만큼 괜.찮.다. 입니다.
한국에서 뿐만 아니라 전세계 기준입니다."
다음은 외국어를 배우는 데도 과학적 지식이 필요하다는 글에서 인용했습니다. 정말 눈을 의심했네요.
"어떻게 외국어를 가르쳐주어야 되는지에 관한 대학교 교재를 며칠 전에 읽어보았는데요.
거의 모든 연구나 논문 자료를 소개하는 정도였어요. (중략) 사람들이 매년 개최되는 Polyglot gathering의 자료들만 제대로 공부해도 더 나을텐데 말이죠. 실제로 외국어 공부 방법에 관해서 가장 전문가들은 폴리글랏들이에요."
현장과 연결된 엄정한 최신 연구가 필요해요. 자칭 전문가들이 아니라요!
연구방법론 교재 쓰는 교수님들에게 보여드리고 싶은 이야기네요... 저도 정말 이론이나 나열하는 실제와 동떨어진 책 많이 봤어요. 꼭 외국어 교육이 아니라도 그런 책들 많죠. 이론적으로도 뒤떨어지고, 실제로 도움도 안 되는 '자칭 교과서'님들.
하지만 그 대안은 엄정한 방법론을 쓰면서도 실제 교육 현장과 밀접한 연구를 하는 분들이에요. 자칭 외국어 전문가들의 개인적인 일화가 아니라요. 외국어 갯수 늘려서 뭔가 유창하게 말하는 것처럼 보이는 그 분들. 참 대단해보이죠. 저도 여러 외국어 배우는 사람이긴 해요.
이 분은 자주 그 대단하신 폴리글랏들의 영상을 소개해주세요. 그 중에서도 정말 뛰어난 폴리글랏을 소개해주신다면서... (여러 언어를 같이 공부하는 건 좋지 않지만 폴리글랏들이 가장 효율적으로 공부하는 사람들이고, 그래도 여러 언어를 공부하고 싶다면 다들 꾸준히 써라? 저는 이게 정말 아무런 근거도 없이 그냥 하기 쉬운 말이라 봐요)
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lch0206&logNo=221734406568&referrerCode=0&searchKeyword=%ED%8F%B4%EB%A6%AC%EA%B8%80%EB%9E%8F
저는 이분 영상을 보고 왜 유창하다고 생각하셨는지는 알겠어요. 와 외국인이 저렇게 자연스러운 발음으로 자연스러운 표현을 쓴다고?
뭐 저는 이것도 이상해요. 저 사람이 저런 언어를 자연스럽게 배웠을리도 없고, 상황도 그렇고요. 그냥 드라마 같은 거에서 본 장면 하나 연기로 따라하는 거면 누구나 할 수 있죠. 게다가 제가 외국 학습자분들에게 가장 먼저 가르치는 게 뭔지 아세요? 나이 많은 남자를 오빠로 부르지 말라는 거에요. 도대체 어떤 평범한 한국 여자가 "오빵~"같은 애교를 부리나요... 제발. 그거 남자들의 망상에 한국어 교재가 합세해서 술수라도 부리는 것 같아요.
하지만 기억해야 될 건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언어 능력은 단일하지 않아요. 저희가 다들 한국어 원어민이지만, 모두 논문을 쓸 줄 아나요? 아니면 전문 서적을 읽을 수 있나요? 그 유창해보이게 인터뷰나 농담 따먹기 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거에요.
저는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데요. "저는 고등학생이에요."를 막 배우기 시작한 필리핀애가 한국어 발음은 엄청 좋아요. 표현도 자연스러워요. 그 애랑 통화하는데 갑자기 "헉... 엄마 왔어요. 이만 끊을게요."라고 한국인 같은 발음으로 말하더라고요. 한국 드라마는 많이 봤다는데 거기서 배웠을까요?
하지만 그 친구는 한국어를 못해요. 아무리 유창하고 자연스럽게 들렸다고 해도요. 그 좁은 세계를 나가면 아무 말도 못하거든요.
요지는 이해가 가시겠죠. 외국어를 잘 한다는 건 없어요. "저는 방탄소년단 가사를 한국어로 읽을 수 있어요." "아 그러시군요." "저는 토익 듣기랑 독해 문제를 풀어서 900점이 넘어요." "아 그러시군요." "저는 한국 친구들과 술 마시러 2차도 갈 수 있는데... 사실 책은 못 읽어요." "아 그러시군요."
마지막으로...
정말로. 저는 언어 그 자체에 호기심이 있어서 외국어를 배우거든요. 저는 이미 에스페란토와 영어로 한국어를 가르칠 정도고요. 일본어는 N3정도고, 그 밖에도 5~6개 언어의 기본 표현은 알아요.
저는 외국어를 배우는 목적과 쓸모가 있어요. 아랍어를 배우는 이유는 아랍 친구랑 약속했고, 아랍 문화에도 관심이 있어서에요. 한국 수어를 배우는 이유는 원래 장애인 인권에 관심이 많았거든요. 표정과 몸짓을 활용하는 언어 자체도 신기했고요. 장애인 보조자로 저희 업계에 청각 장애인분들이 취업하는데 도움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폴리글랏? 취미로 언어를 배우는 것 자체가 재미있는 사람들이죠. 물론 팀 페리스씨같이 다개국어로 인터뷰를 하거나 유용하게 쓸 수도 있어요. 저도 다양한 외국어를 배우고 친구를 사귀는 것 자체가 재미있어요. 그러니 저는 폴리글랏이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하지만 딱히 대단한 천재나 존경할 사람들도 아니에요.
저희 아버지는 영어를 못하시고 수학도 못하시면 훌륭한 프로그래머시고 월 700을 넘게 버시거든요. 외국어 몰라도 인생 잘 살 수 있어요. 돈이 있으면 외국어 배운 사람들을 통역으로 붙이겠죠.
더군다나 폴리글랏들이 진지한 연구자들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폴리글랏들의 유튜브나 책 저도 많이 봤는데 진지하게 도움이 되는 게 거의 없었거든요... 이 책처럼요. 제가 정말 별로인 책도 일단 읽고 보는 게 문제에요. 이 책이 과학적이라느니 수식어만 달지 않았서도 아예보지도 않았을 거에요.
목차봤을 때부터 약간 걱정부터 되기 시작했거든요. 제가 이렇게 화나서 글을 쓰고 있는 것도, 저 과학도거든요. 과학도의 자존심이 있지, 이게 과학이라고? 자기 필요할 때만 논문 가져다 쓰고 주장에 맞지 않으면 무시하시잖아요. 심지어 제가 무슨 이득을 노리고 고의적으로 자신을 음해하려는 게 아니냐고 화를 내세요. 저도 감정적으로 이 긴 글을 쓰고 있지만, 정말 불쾌했어요. 제가 그렇게 주장하는 게 아니라 하나하나 보여드렸죠.
뭐 자신만만하실 만도 해요. 직접 말하신대로 세상에는 영어 책 한 권은 외워봤냐느니, 꼴찌가 영어 천재가 되었다느니, 책을 3년 간 1만권 읽었다느니, 자기가 혁신적인 영어 학습법을 개발했다느니 떠벌리는 약 장수들이 정말 많으니까요. 그런 책에 뒤지지 않는 또 그런 책을 한 권 쓰셨네요.
전문가 연구에 관심 있는 분은 [1만 시간의 재발견] [탤런트 코드]나 [어떻게 재능은 단련되는가] 같은 책이 번역 되어 있어요.
외국어 습득에 대해서는 사실 외국어 학습에 인지과학적 최신 학습법을 적용한 책도 이미 나와있어요. 하지만 일단 얇은 유원호 교수님 책 [영어 습득의 이해]를 추천드려요.
[Principles of Language Learning and Teaching] 교과서로는 이 책이 좋죠. 번역판도 있어요.
그리고 인지과학과 학습 심리학에 대해서는 옛날 교과서 말고 [학습 이론 교육적 관점]을 추천드려요. 대중서로는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보다 좋은 걸 보지 못했어요.
이 모든 걸 아우르는 정말 좋고 얇고 보배 같은 책이 있어요. [함께 자라기]라고요. 김창준님이라는 프로그래며 출신 컨설턴트님이 쓰셨는데, 과학적으로 폭넓고 레퍼런스가 확실하게 어떻게 하면 우리가 함께 성장할 수 있을지 이야기해주세요.
저도 동의해요. 세상에는 독자 연구가 아니라, 정말 과학에 근거한 외국어 공부법 책이 필요해요. 저는 귀찮아서 그런 걸 쓰진 않겠지만, 이 정도 글은 쓸 수 있답니다.
그래도 논문을 보긴 하셨으니까... 정말 다행이에요. 최소한에 존경을 표합니다. 야박하지 않게 3점 드릴게요.
대응하시는 태도가 저는 마음에 안 들고, 더 화만 나서 1점으로 깎겠습니다. 저자 분이 5점으로 자추를 하셨으니 이제 공평하겠죠.
세상에 돈 버는 길은 많습니다. 저는 올바른 지식으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강의를 만드셨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고집을 부려봤자, 정말 독자들이 누구의 손을 들게 될까요? 이미 세상에는 외국어 교재도 강의도 넘칩니다. 이야기 책을 만드신다는데, 이야기 책도 넘쳐요. 중국어와 일본어는 수준별로 30권 짜리 전집도 있고요, 영어는 더 하고요. 스페인어는 그래도 생기면 좋을끼 싶긴 하네요. 저는 그저 이게 자존심 아니면 돈 욕심이 아닌가 싶어요. 하긴 이 자긍심으로 밥 벌어 살고 있는 내 직업이 송두리째 부정당하면 기분이 좋지 않으시겠죠. 제가 생각해도 화가 나서 비이성적으로 대응하실 것 같아요.
하지만 정말 과학적으로 올바른 공부법을 널리 퍼트리고 사람들을 돕고 싶다면 부정적인 피드백을 혹독한 오독으로 넘겨 짚지 말고 근거를 하나하나 따져보시는 게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