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 1 - 불 속의 꽃길
백금남 지음 / 끌레마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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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학업이 부족해서인지 마음의 수련이 부족해서인지 모르겠으나 사소한 일에 치밀어 오르는 화를 억누를 수가 없다. 나이가 들면 자연히 내면이 성숙할 줄 알았는데 노력 없이는 그냥 되는 게 없는가 보다. 점점 소극적이며 소심해져 가는 내 모습을 보고 있자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이런 모습을 고쳐보려고 노력도 했지만 쉽지가 않다. 요즘 한국사람들이 쉽게 화를 낸다는 말을 귀담아 듣지 않았는데, 이는 나를 두고 하는 말이었나 싶다. 점점 더 남편으로서 부모로서 자식으로서 부족함을 느낀다. 이 같은 복합적 난국을 어찌하면 헤쳐나갈 수 있을까? 근심은 점점 쌓여만 간다.

비록 내가 읽은 이 책이 소설이지만 퇴계 선생의 마음가짐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요즘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부부간에 도리가 무엇인지 책 속의 짧은 글을 읽고 느낀 바가 있다. 서로를 손님처럼 대하여 존중하며, 모자란 면이 있어도 감싸고 인도해야 한다고 했다. 조선시대 유교가 널리 펴져 지금보다 더 남녀간의 규율이 심하던 그 때도 퇴계 선생은 부인에 대한 예를 다했다. 예나 지금이나 시대가 변했다고는 하나 부부간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나 보다. 내가 퇴계 선생의 발끝만치도 따라갈 수 있다면 좋으련만 부족함이 많이 그렇지 못하다. 머리로는 이해를 하는데 진실된 마음으로 행동에 옮길 수 있을지 고민이 많다.

여기서는 퇴계 선생의 단편적인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아니 단편적인 모습들이 모여서 전반을 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퇴계가 자식을 생각하는 부모의 마음을 알아볼 수 있고, 일찍이 떠나 보낸 첫 번째 부인과 정신적으로 모자란 두 번째 부인과의 도리와 느지막이 찾아온 사랑이야기도 전해들을 수 있다. 그도 갈등하며 고뇌하는 모습에서 인간적인 매력을 느끼게 된다. 또한 노구의 몸으로도 유교의 본질을 찾으려는 불굴의 열정은 본받을만하다. 나는 마흔에 사회 초년의 열정이 사그라짐을 느끼며 당연한 것이라고 스스로 위안을 삼았다. 하지만 그건 아닌가 보다. 스스로를 갈고 닦는 것은 죽는 그날까지 배우고 실천해야 하는가 보다.

역사에 관심이 많은 나로서는 조선 중기의 퇴계와 율곡뿐만 아니라 유성룡을 비롯한 우리 역사의 자랑스런 다양한 인물을 접하고 상상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 여기에 퇴계의 사람됨이나 그가 추가하는 이상을 엿볼 수 있고, 기대승과 같은 인물의 등장이 실제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유교와 도교의 관계뿐만 아니라 그 간극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생각을 접할 수 있다. 그저 허구의 인물인줄만 알았던 임꺽정과 퇴계 선생과의 악연도 이 책을 읽는 즐거움이다.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허구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기에 그 사실관계를 더 파헤쳐보고 싶은 열정이 샘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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