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피라예 - 가장 최고의 날들
자난 탄 지음, 김현수 옮김 / 라이프맵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고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이 소설의 주인공인 피라예와 하심은 분명 정서적 문화적으로 다른 환경에서 자랐다. 그런데 그들이 사랑하여 결혼하고 아이도 낳았다. 얼마나 평범한 이야기인가? 이렇게 끝났다면 아주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여느 부부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피라예는 터키의 보수적인 사회에 당당히 맞서는 여인이었고, 하심은 그런 사회에 순응하고 가족과 문화에 복종하며 살아가는 인물이다. 보시다시피 전혀 다른 두 사람의 결혼생활이란 쉽지 않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나도 결혼생활을 하면서 자라온 환경 등의 차이로 나타나는 성격차이를 은근히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느낀다. 내가 터키의 문화에 대해서는 자세히 모르지만 이 책을 통해 이슬람 문화가 뿌리깊다는 것만을 어렴풋이 짐작할 뿐이다. 이런 사회에서 자란 여자의 위치란 어느 정도인가, 아마 우리나라의 1900년대 초에서 산업화 전인 60년대 풍경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런 변화의 시대상에서 전통의 고수와 현대사회로의 발전은 피할 수 없는 갈등을 불러일으킨다. 바로 이 책은 그런 사회 문화적 갈등을 바탕으로 한 젊은 부부의 삶을 그렸다.

 

이 책을 읽으면서 초반에는 굉장한 지루함을 느끼게 된다. 자아가 강한 처자가 대학에 가서 공부를 하며 좋아하는 여러 남자를 만나게 된다. 물론 그들은 피라예에게 홀딱 빠져버리지만 피라예는 그들에게 집착하는 것을 거부한다. 아마 피라예는 남자들을 향해 희망고문의 결정체를 보여주지 않나 생각해 본다. 그런 삶을 즐기다가 불현듯 나타난 어느 땅 부잣집 아들인 하심과 결혼을 한다. 이게 무슨 된장녀의 극치인가, 이런 저런 이유야 있겠지만 여기까지의 피라예의 행동은 그저 속물 습성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내용 전개도 그다지 특색이 없다고 생각된다. 내용 전개도 지루하고 허영심이 가득한 여자의 이야기를 읽고 있는 것만 같아서 씁쓸한 생각마저 들게 한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피라예에게 닥치는 상황들은 점점 그녀에게 동정심을 갖게 만든다. 그토록 사랑한다고 믿었던 하심의 우유부단한 성격이 이 소설을 극적으로 전개하도록 만든다. 우리의 사고방식으로는 과연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지만 어차피 터키와의 문화적 차이에서 비롯된 일이기에 따지지 않고 받아들이기로 한다. 또한 이 소설을 읽으면서 느낀 감정은 세계 어느 지역에서나 지역을 고부간의 갈등은 존재한다는 것이다. 고부간의 갈등이 이 소설을 극적인 상황으로 연출하도록 했으며, 기존의 틀을 거부하던 피라예도 그 굴레에서는 벗어나지 못했다.

 

이 소설을 읽고 있노라면 인간이 성숙해가는 과정을 엿볼 수 있다. 삶의 굴곡을 겪으며 성숙해가는 여인의 모습을 볼 수 있으며, 급변하는 사회에서 신구의 갈등을 보여준다. 아마 사회가 성숙해가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런 현상은 우리사회에서도 겪었던 일이고 지금도 겪을 것이다. 단지 상황전개가 피라예의 입장에서 이뤄지다 보니까 각자의 마음이 어떤지 알 수가 없다. 분명 이 소설의 또 다른 주인공인 하심도 피해자이다. 물론 마지막에 하심의 사랑을 알게 되는 피라예지만 상황이 너무 급격하게 변해버린 상황이었다. 소설을 읽으면서 나는 우리사회에 소설 속 상황을 대응해봤다. 거리상으로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은 우리사회에 결코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다 비슷비슷해서인지 그들이 겪는 고통이 우리사회가 앉고 있는 문제고 우리가 느끼는 고달픔이 또한 그들의 삶 속에서 느낄 수 있다. 처음에는 모르지만 읽고 난 후에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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