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고양이가 내게로 왔다 - 최선을 다해 대충 살아가는 고양이의 철학
보경 지음, 권윤주 그림 / 불광출판사 / 2017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느날 고양이가 내게 왔다

 

 

어느 날 고양이가 내게 왔다책 제목을 보는 순간, 내가 기르고 있는 까망이와의 만남이 떠올랐다. 녀석을 만나게 된 것은 어느 인터넷사이트에 길고양이 분양글을 보고나서이다. 길고양이인데 곧 겨울이 닥칠텐데, 먹이와 추위가 걱정된다는 분양 글이었다. 무료로 준다는데, 딸아이 정서상에도 녀석을 데려다가 키우면 좋겠다는 생각에, 수원 화성행궁까지 가서 고양이를 데려왔다. 무료로 분양한다고 했지만, 초코파이 두 상자를 건네고 고양이가 든 상자를 건네받았는데, 상자가 생각보다 컸다.

 

상자를 여는 순간, 나는 앗...하고 소리를 질렀다. 상자 안에는 고양이가 한 마리가 아니고, 두 마리나 들어있었다. 한 마리만 데려가시면 아기가 혼자 외로울 것 같아서 두 마리를 가져왔다는 말에, 나는 그만 거절을 못하고 두 마리를 가져왔다. 고양이를 풀어놓으려니, 비릿한 고양이 냄새가 집안 가득해서 목욕일 시키기로 했다. 수도꼭지를 틀어 물을 담고....아이를 물에 넣는 순간, 녀석이 내 검지를 콱 물었다. 순간 나는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이빨자국이 푹 들어간 손가락, 그 자리에서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깜짝 놀라서 고양이를 야단을 쳤다. 손으로 얼굴을 한 대 줘박으며 야단을 쳤는데, 녀석은 앙칼지게 하악거리고 있었다. 쪼그만 녀석이 그렇게 무섭게 화를 내는 것은 그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본 것 같다.

 

두 녀석은 정말 무서웠다. 누가 옆에 가서 쓰다듬기라도 할라치며 하악거리고, 다가가려면 어디론가 숨어버리기 일쑤였다. 마침 이갈이를 하는지 컴퓨터에 연결된 선들을 씹으려고 잘근잘근 물어댔다. 결국 목줄로 묶어놔야하는 지경이 됐다.

 

어느 정도 정이 들어서 하악거리지 않게 되고, 졸졸 따라다닐 때 녀석들을 풀러서 길렀다. 어느 날부터 우리들은 옷에 고양이털을 하얗게 붙여가지고 다니게 되었는데, 사랑하면 눈이 먼다더니, 털이란 털은 정말 질색하는 우리 식구들, 참 대견하기 짝이 없었다. 다 그 털을 극복해내고 있었으니 말이다. 청소를 하려고 놓여있는 가구나 짐을 들어 올리면 고양이털이 한 줌씩 뭉쳐있었다. 정말 평소 같으면 기절할 노릇인데 그 털조차도 이젠 대수롭게 여지기 않고 넘기게 되다니, 놀라운 장족의 고양이 사랑, 장족의 발전이었다.

 

내 고양이 육아기를 떠올리면서 저자의 책들을 읽다보니 하룻저녁에 다 읽어제꼈다. 재미가 나니 도대체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고양이와 생활하면서 고양이 관찰 일기 비슷한 느낌도 나고, 고양이와 함께 어우러져서는 생활 일기 느낌도 나는, 수필 같은 일기, 일기 같은 수필을 한 편 읽은 느낌이다. 고양이와 함께하는 삽화 그림이 굉장히 정겨웠다. 이 책에 나오는 고양이는 중성화수술을 한 수컷으로 나이는 대략 짐작했을 때 사람 나이로는 청년을 지난 중년에 접어드는 고양이라고나 할까... 홀로 고독하게 살아가는 참선하는 스님처럼... 느껴지는 고양이의 삶, 스님과 잘 어우러지는 동물이야기이라서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방문 앞에 집을 지어주고, 보일러실에 집을 지어주고, 또 대여섯 군데 집을 만들어주고, 급기야는 방안에 방석을 깔아서 녀석을 쉼터를 마련해주는 여정이, 꼭 우리가 사람을 사귈 때 마음에 들여놓고 점점 더 가까워지는 그런 과정처럼 세밀하게 고양이와 친해지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는데, 정말 내가 고양이를 기르는 것처럼 환하고 선명하게 그림이 그려지는 것이다.

담담하고 조요조용하게 펼쳐지는 수채화 한 폭 같았다. 읽는 내내 가슴이 따스해졌다. 고양이의 일상생활을 묘사하면서 세상 살아가는데 대한 이야기, 어느 종교 서적에 나오는 이야기, 옛 문헌에 나오는 말씀 등등... 귀한 옛 선인들의 말씀들이 갈피사이에 한 꼭지씩 집어넣어 이 책을 구성하신 것도 재미가 쏠쏠하게 읽혔다.

 

고양이를 기르는 분 뿐만 아니라, 인간관계에 대해 고민하거나 사색하는 분들께 권하고픈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4차 산업혁명시대 온라인 생존마케팅 - OCMP로 백만고객 만드는 방법
안희곤 지음 / 리텍콘텐츠 / 2018년 1월
평점 :
품절


4차 산업혁명시대 온라인 생존마케팅

 

 

4차 산업혁명시대 온라인 생존마케팅을 택배아저씨가 문 앞에 두고 가셨다. 봉투를 뜯어내고 책 표지에 “OCMP로 백만 고객 만드는 방법이란 문구가 두 눈에 확 들어왔다. OCMP? 무슨 의미이지?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책을 펼쳤다. OCMPOen Content Mulit Platform(하나의 콘텐트, 멀티 플랫폼)의 준말이란다. 프롤로그를 읽어내려가다 아이가 아팠을 때 병원들이 6시 이후에는 대부분 문을 닫고, 약국도 저녁에는 일찍 문을 닫아서 당황해하던 기억을 떠올렸다.

정말 야간에 문을 열어놓은 병원과 약국을 알려주는 app이 필요하단 생각을 했더랬다.

 

이 책은“OCMP로 생존전략 구축하라, 매출 폭발시키는 랜딩페이지 실전 운영 전략, OCMP 채널별 실전 운영 전략, 1_바이럴 영역, OCMP 채널별 실전 운영 전략 2_SNS 영역, AI 자동판매시스템_킬러 콘텐츠 확산기법, 온라인 생존마케팅 고급테크닉_업종별 실제 활용예시으로 총 6Part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OCMP를 활용하는 방법에 동공에서 지진이 일어났다. 왜냐하면 SNS 마케팅을 어렴풋하게 알고 있던 터였는데, 하나의 콘텐츠를 여러 platform에 사용하라는 이야기, 관심은 있지만, 온라인상 각 사이트마다 공유시키는 것이 시간도 걸리고 복잡하다는 생각에 엄두를 내지 못했다. 여러 가지 채널을 동시에 운영하려면 같은 콘텐츠로 포스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OCMP는 하나의 콘텐츠를 제작해서 각 온라인 채널에 등록해서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물론 단순하게 각 채널마다 똑같이 하는 것이 아니라, 각 채널에 최적화된 형태로 변형시켜서 업로드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 책에선 내가 만든 콘텐츠를 최대한 여러 개 플랫폼에 뿌려놓고 채널 이용자들이 이용하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경쟁자와 어떻게 해야 차별화를 할 수 있을까?

그것은 세분화와 전문화이다. 내가 속한 사업 분야에서 잘할 수 있는 영역을 찾은 후 전문화를 시키는 것이다. 키워드란 이런 과정을 거친 후 나의 사업경쟁력을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다. 잘게 쪼개보자. 시장이 작아진다고 두려워 하지 말고, 명확한 타깃 집중한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이다.

 

너무도 변화가 빠른 시대에 우리는 산다. 이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 오랜 역사와 지명도, 인지도를 갖춘 사업체로써 손님이 끊이지 않는 곳이라면 걱정이 없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업체라면, 너무도 빠르게 변화해가는 트렌드에 고민을 하며, 어떻게 하면 사업체를 번영시킬까 고민 속에 하루하루 보낼 것이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나만의 특별한 그 무엇이 없다면 큰 규모의 업체(더 많은 광고비를 쓰는 업체)를 만나게 되었을 때, 이길 수 없다는 점 명심해야한다. 이 책에서는 창업에서부터 사업체 볼륨을 키워가는 방법 중에서도 특히 홍보 및 마케팅에 대해서 구체적인 내용들이 내겐 커다란 도움으로 다가왔다. 어렴풋이 알고 있던 네이버에서 키워드 활용하는 방법, 카드뉴스 만드는 방법, 재능마켓 활용 방법, 모두 홈페이지 활용하는 방법이 눈에 들어왔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구글, ...에서 홍보 및 마케팅에 쓰일 광고...페이지..등등 읽어내면서, 어떻게 하면 고객 확보에 주력할 수 있을까... 온라인 마케팅 생존 방법을 구체적으로 안내해주고 있어서... 실패를 줄 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온라인 마켓에 대해 어렴풋이 알고 있던 것을 확인사실해주는 듯해서, 재미있게 읽었다.

 

모바일 시대 변화해가는 트렌드를 다 따라잡으면서 산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다해도 IOT는 이제 우리들 생활 깊숙이 자리 잡을 것이기에, 우리들은 그런 부분들을 잘 개발해나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사용자들 역시 트렌드를 무시하고는 살 수 없는 시대라는 것은 우리 모두 안다. 온라인 마케팅에 대해 두려워하지 말고 한 발자국 더 다가선 액션이 필요한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탭 TAP - 모바일 비즈니스에서 승자가 되는 법
아닌디야 고즈 지음, 이방실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7년 12월
평점 :
절판


TAP

 

 

폴더폰을 사용하던 나는 스마트폰이 나온지 3년이 지나가도록 사지를 않았다. 왜인지 두려웠다. 길거리를 가거나 전철을 타거나 버스를 타거나 온통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느라 옆사람이나 주변에게서 완전히 자신을 독립시켜서 몰입하고 있었다. 중독이란 단어를 저저로 떠올리게 되었다. 그러다가 스마트폰이 없으면 안 되는 사회생활의 벽에 부딪치게 되었다. 카카오톡, 밴드 이런 말들이 떠오르면서,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고 폴더폰을 고집하던 우리집은 군중속에 섬처럼 왜인지 스스로를 왕따시키는 것처럼 느끼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카카오톡으로 대화를 하고, 밴드로 모임들이 결속을 하면서, 결국 우리 가족도 스마트폰을 사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까지 왔다.

 

딸아이가 친구들이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는 것을 보면서, 호기심이 어떻게나 동했던지 친구 스마트폰을 탐내기 시작했다. 게임등을 친구의 스마트폰으로 접한 후로는 스마트폰이 하나둘 집에서 나뒹굴기 시작했다. 결국...딸아이 때문에 우리 가족은 스마트폰을 사서 사용하기 시작했다. 처음 스마트폰을 사주었을 때 아이는 아예 끼고 살았다. 잠자리까지 스마트폰을 끼고 살았다.

 

스마트폰에 광적으로 몰입하면서 성적이 엉망이 되고, 생활이 엉망이 된 아이를 보면서 어떻게 아이에게서 스마트폰 게임을 줄일 수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을 뺏앗아서 감추면 아이는 어떻게 해서라도 찾아내었다. 결국 우리들은 스마트폰을 돌려주곤 하였는데, 아이의 스마트폰 중독은 헤어날 수 없게 된 상황이라 요즘은 고민을 한다. 우리 가족은 스마트폰을 밥상 머리까지 들고다닐 만큼 중독이 된 상태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제 스마트폰이 없으면 아무일도 할 수 없을만큼 필요한 존재가 되었다. 아이는 외식할 때 뭘 시킬지 스마트폰으로 검색해서 나에게 알려주고, 무슨 화장품을 사양할지 스마트폰으로 검색해서 나에게 알려주는 등... 아주 쓸모 있는 스마트폰이 되어버린 것이다. 처음에는 부정적으로 생각했던 것들이 이제는 긍정적인 점도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기 시작했다. 공부를 하다가 막히면 스마트폰으로 사전 검색을 하기도 하고, 친구들과 카카오톡 채팅으로 사교를 하기도 하고, 혼자 형제도 없는 아이에겐 스마트폰이 선생이기도 하고 친구가 되어주기도 한다는 것을 요즘은 깨닫는다.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스마트폰으로 물건을 검색하고 구매하게 되는 일들이 종종 내게도 생기면서, 저자가 말하는 모바일앱으로 시장을 보는 날이 나에게도 머지 않았다.

 

이젠 IOT 기술 발달이 점점 가속화되면서 스마트폰으로 일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원격으로 일을 시키거나, 상품을 주문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기계와 상호작용, 사람과 상호작용등 스마트폰을 매개로 엄청난 관계 속에 일어나는 일들, 네트워크에 접속헤서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해보겠다는 것, 얼마나 즐거운 일일까 생각해본다.

 

많은 일자리가 인공지능으로 인해 잃게도 되겠지만, 또한 많은 일자리가 IOT로 생길 것이란 미래가 그림처럼 펼쳐진다.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다가 맥락, 위치, 시간, 부각성, 혼잡도, 날씨, 이동궤적, 사회적 역학관계, 테크놀로지 믹스에 대해 저자가 풀어놓은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이 지구상에 사는 인간들에게 어떠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통찰해볼 수 있었다면 건방진 말이 될 것이고... 그러한 요소들이 우리가 살아가는데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 스마트폰 같은 기기를 매개로 엄청난 혁명의 물결이 파도처럼 밀려올 것이란 예감을 이 책을 통해 더욱더 가슴에 와닿는다.

 

저자는 말한다. 모바일 기술로 일자리고 700만 개 이상 생겨날 것이라고 말한다. 그 말에 공감한다. 얼마전 <배달의 민족> 앱에서 중화요리를, 돼지족발, 치킨을, 피자를 시켜먹으면서 그 편리함과 맛과 품질이 전혀 떨어지지 않는 것을 보면서, 또한 가격 또한 저렴하고 맛 조차도 상급이었기 때문이다. 배달의민족...앱을 바라보는 내 눈높이가 달라지고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딸에게 차려주는 식탁 - 어른이 되어서도 너를 지켜줄 가장 따뜻하고 든든한 기억
김진영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17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딸에게 차려주는 식탁

 

 

 

딸에게 차려주는 식탁을 받아들고서, 나는 어떻게 딸에게 밥과 반찬을 만들어주는지 생각하며, 이 책을 읽어 내려갔다. 책 내용은 엄마가 아닌 아빠가 아내의 밥상을 차리다가 딸의 밥상을 차리게 되고, 그것이 발전해서 식품에 대한 MD까지 되는 아빠의 밥상 이야기라 심심치 않게 읽었다.

 

도시락 리뷰 전문가가 처음에는 편의점에서 삼각 김밥을 먹다가, 더 맛있는 삼각 김밥을 찾다가 도시락리뷰까지 하게 되어 결국 도시락에 대한 전문가가 되었듯이, 이 책의 저자도 결국 밥상을 차리다가 식품에 대한 일을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 이 둘의 공통점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먹고 먹이다가 전문가가 되어가는 이야기이다.

 

아내의 입맛에 따라, 딸아이의 입맛에 따라 식재료를 구하고 음식을 조리하는 그, 결국 맛있는 식재료, 다양한 맛을 위해 전국을 떠돌며 음식을 먹어보기도 하고 식재료를 구입하기도 하던 이야기들을 저자는 구수하고 새콤쌉싸름하게 우리들 밥상 이야기에 깨소금을 뿌리는 방법, 인생의 밥상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이 책에 나오는 재료 구입에 대한 이야기, 쌀을 도정한 날짜를 알았다가 구입하는 이야기, 등등 삶에서 묻어나는 노하우들을 우리들에게 들려준다. 여성인 나도 미처 모르던 노하우를 그는 술술 풀어놓고 있었다.

 

요리를 만들 때 어떤 재료로 어떻게 만들면 맛을 낼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그에게서 나는 식재료 고르는 방법을, 그 재료가 맛을 내는 고유의 맛내는 법을 알려주고 있어서 한 번 나도 구입해서 해 먹어볼까하는 생각들이 들 정도로 입담 있게 그는 풀어놓고 있다.

 

그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시골에서 어머니가 밥상을 차려주시던, 기름 잘잘 흐르던 흰쌀밥이 두 눈에 선하게 떠올랐다. 가마솥에다 쌀을 안쳐서 해주는 어머니가 해주시던 밥이 왜 떠오르는지, 내가 잘 먹지 않으면, 그것을 어떻게 서라도 조리법을 바꾸어 내 입맛에 맞게 만들어주시던 어머니 손길이 저절로 떠올랐다. 저자가 나누는 딸과의 대화에서 나는 어머니와 나누던 이야기들이 떠올랐다. 수많은 추억들을 음식과 함께 나누었던 어머니, 봄에는 산에서 이런 풀은 나물이고, 이곳은 독초라 말씀하시고 가을에는 낙엽 속에서 자라는 버섯을 가리키며 독버섯과 식용버섯을 가르쳐주셨으며, 싱싱한 산밤을 주어다 삶아서 간식거리로 주시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입맛이 까다롭지 않던 나는 어머니가 만들어주시던 버섯찌개, 버섯볶음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해마다 보내주시던 버섯 말린 것들이 어느 시점부터는 뚝 끊어졌을 때, 어머니는 아주 많이 연로한 몸이 되셨다. 그 추억들 하나하나 떠오를 때 살아가면서 힘이 되곤 했다.

 

이런 밥상과의 추억을 나도 딸아이와 나누면서 추억을 공유하려고 하지만, 일을 하느라 외식으로 적당하게 딸아이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추억의 날들이 과연 얼마나 오래 엄마를 기억해줄까……. 이 책을 읽는 내내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오늘은 어떤 것을 만들어 먹일까 내 어머니가 고민을 하듯이, 나 역시 주방에서 냉장고를 뒤적이다가 오늘은 라면과 떡볶이에다 치즈를 넣어서 맛있는 치즈라뽂기를 만들어줘야지...라 생각한다. 오늘은 뭘 우리딸에게 해줄까? 고민을 하고 있는 아빠의 이야기, 같은 주부로서 상당히 깊은 공감이 갔다.

 

나도 책 한 권을 쓸 만큼 딸아이와 많은 음식에 대한 추억을 쌓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까다로운 딸 입맛을 어떻게 잡을 수 있을까? 퇴근도 하기전에 벌써 고민은 시작된다. 아이가 나만큼 어른이 된 후에도 든든한 추억이 아이의 힘든 나날을 지켜줄 수 있기를 바래보면서, 오늘 저녁은 저자가 풀어내놓는 음식 중에 하나 골라서 해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치 있는 아파트 만들기 - 재건축 열풍에서 아파트 민주주의까지, 인류학자의 아파트 탐사기
정헌목 지음 / 반비 / 2017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치있는 아파트 만들기

 

 

 

일명 닭장이라는 별명이 붙어 있는 아파트, 사실 아파트...하면 선입견이 좋지 않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나는 그런 선입견을 사그리 날려버린지 오래되었다. 너무나 편안하고 깔끔하고 그런 생활에 이미 젖어버린 탓이리라.

 

그렇다면 우리 집, 내 아파트에 정이 들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일까? 사실 나는 시멘트 건물의 차가운 냉기가 싫었다. 보일러를 넣지 않은 겨울에, 뼈가 시리도록 파고드는 그 차가움이 아파트에 정이 들지 않게 하였다. 푸른 생명이라곤 발견할 수 없는 죽어있는 건물이란 선입견을 영영 버리지 못하며 10여년을 살다보니, 이젠 그런 아파트 문화에 푹 젖어서 타성적으로 살아가던 작년 어느 날, 아파트 화단에서 바람에 하늘거리는 벌개미취 꽃을 발견했다. 도로에서나 가끔 볼 수 있던 꽃이고, 어느 야산 아래서나 봄직한 꽃인데 우리 아파트 화단에서 보랏빛 꽃으로 바람에 하늘거리고 있었다. 그때 무엇인가 보물을 발견한 듯 내 가슴은 설레기 시작했던 것 같다.

 

아파트 후문 경비아저씨가 벌개미취를 봄에 몇 폭 갖다 심으셨는데, 그 꽃들이 씨앗을 퍼트려

올해 화단 가득 퍼졌다. 아저씨는 틈만 나면 풀도 뽑아주고, 거름과 물을 주면서 알뜰살뜰 가꾸셨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도 화단에 무언가 심어야겠다는 생각이 떠올라, 화원을 오며가며 살폈다. 가져다 심을 만한 것이 무엇이 있을까 찾아 헤매다가, 주고, 솎아도 주면서 화단을 곱게 가꾸어 놓으신 거였다. 그 꽃들을 보는 순간, 아저씨의 정성이 가득 느껴지면서, 나의 아파트에 대한 애정이 생기기 시작했다.

 

얼마 전 층간 소음으로 사람을 죽이는 일까지 일어난 사건이 있었다. 그 뉴스를 듣는 순간, 사람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이사하고 얼마 있다가 위층에서 이사 떡을 돌렸다. “O층에 이사 왔어요. 우리 아이들이 남자아이들이라서 좀 시끄러울 거여요. 시끄럽더라도 조금 양해해주세요. 미안해요.”라 인사를 했다. 사실 이사하던 첫날부터 꿍꽝거리고, 날마다 피아노소리가 아침저녁으로 들려서 좀 신경이 쓰였던 터였다. 웃는 얼굴에 침 뱉지 못한다더니, 아침저녁으로 시끌버적지근한 위층 덕분에 우리들은 음악을 틀리 시작했다. 시끄러운 것도 만성이 돼서 나중에는 신경이 무뎌졌다. 시간만 나면 뭔가 만들어오는 그 안주인 덕분에 그 시끄러움도 나중에는 사람 사는 냄새다 생각할 만큼 전혀 신경이 쓰이지 않게 되었다. 경험상 그 댁 사람들이 예쁘니 소음도 음악처럼 들렸던 것이리라.

 

우리 아파트 단지 옆에는 현대아파트가 있었다. 왜인지 모르지만 그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애나 어른이나 목에 힘을 준다는 느낌을 버릴 수가 없다. 사람을 봐도 인사도 안 하는 그 이웃을 보면서, 아파트 브랜드에 대해 생각한 적이 있었다. 이야기를 해보면 뭔가 한 계단 위의 사람들처럼 느껴졌다. 아파트도 더 좋아보였고, 아파트 주변 조경조차도 왜 그리 고급져 보이는지, 위축되는 느낌이었는데... 어느 날 우리 화단에 야생화가 하늘거리는 것을 보았을 때, 우리 아파트도 괜찮네...라는 생각을 했다. 가치부여가 우리 아파트도 나름 생기기 시작했다고나 할까? 현대아파트라고 어깨에 힘을 주던 내 친구, 그리고 그녀의 이웃들이 문득 떠오른다. 왜 사람들은 아파트가 브랜드가 뭐기에, 자신들도 모르는 무의식속에 자의식들이 꽉 들어차는 것일까? 그들에게 느낀 것은 현대아파트와 내 아파트를 놓고 브랜드 서열을 만들면서, 그 서열이 그 안에 사는 사람들에게도 투영시킨다는 느낌을 상대방이 눈치 채게 하는 걸까? 곰곰이 집단 무의식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더랬다.

얼마 전 무지개떡건축이란 말을 듣고 감탄했던 적이 있다. 농가, 전원주택, 도시에 있는 주택, 다세대주택, 아파트, 주상복합아파트, ... 사람들이 생활하고 있는 공간이 얼마나 사람들의 의식을 좌지우지하는지, 또 그 집단 공동체의 생활형태가 얼마나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지, 또 얼마나 나쁜 영향을 주는지, 살아가면서, 책을 읽으면서 깨닫게 된다. 가치 있는 아파트를 어떻게 하면 만들 수 있을까? 그것은 한마디로 관심, 즉 사랑이라고 말하고 싶어진다.

 

서로 위하는 마음들이 있을 때 아파트 공동체의 삶도 각박함에서, 삭막함에서 벗어날 수 있고, 또 경비를 줄이기 위해서 경비아저씨들을 잘라 버리고 용역업체에 맡기는, 단순한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함께 살아가는, 십시일반 밥 한술 떠내려 한 사람 밥그릇을 만드는 일에, 더 가치를 두는 아파트 공동체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보며 이 책을 읽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넓고 높고 그런 공간적 제약에 얽매이지 않는 가치를 가진 아파트 공동체 집단 지성이 환하게 빛을 발하는 2018년 한 해가 되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내 머릿속에 맴맴 돌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