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석 시인의 얼굴
권성훈 지음 / 시그마프레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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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 시인의 얼굴을 펴낸 권성훈 시인이자 평론가는 심리학적 측면에서 자화상을 분석했다. 융의 심리학 (내 안의 감정의 유형을 찾아라), 라캉의 욕망 대상 (타자의 끝없는 욕망을 만나고 싶다), 하이데거의 존재론 (안과 밖의 세계, 존재는 어떻게 있는가), 소쉬르의 기호학(시니피앙으로 말하는 시니피에의 진실)을 바탕에 깔고 시인들의 자화상을 분석하였다.

 

 

거울을 무서워하는 나는

아침마다 하얀 벽 바닥에

얼굴을 대보았다

 

그러나 얼굴은 영영 안 보였다

하얀 벽에는

하얀 벽뿐이었다

하얀 벽뿐이었다

 

어떤 꿈 많은 시인은

2의 나가 따라다녔더란다

단 둘이 얼마나 심심하였으랴

 

나는 그러나 제 3의 나... 9의 나... ○○의 나까지

언제나 깊은 밤이면

둘러싸고 들볶는다

- 권한 자화상(1943)

 

  위의 시는 라캉의 욕망의 대상을 바탕에 깔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화가의 자화상은 대상을 증명하기 위해 그린다. 자화상은 대상과 동일 이미지로만 주체의 형상을 포착할 수 있게 해주고, 주체의 이미지는 대상을 모방한 허상이지만 제작된 그림으로 실재하고, 이것은 자기를 고착시키는 회화에 불과하므로 주체의 왜곡과 소외를 동반한다고 분석하였다. 이처럼 화가의 상상은 그림에 개입되어 빼거나 더하는 과정에서 실재 또는 진실과 다르게 표현될 수밖에 없다. 이 재현된 구조는 화가라는 타자적인 것에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화가가 보는 눈이 주체의 의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 주체의 위치는 타자를 통해 보여지는 나의 주체가 자리 잡는 공간이다. 이 자화상은 나를 확인해주는 지표이면서 주체의 환영을 그린 오인된 이미지이다.

화자는 너를 나라 하니/내가 그래 너란 말가/네가 나라면/나는 그럼 어디 있나라고 자화상을 통해 자신을 인식하고 분석하며 기록한다. ‘나 아닌/너를 데리고/나인 줄만 여겼다라는 왜곡된 의식은 어느 게/ 참이요 거짓인지/분간하지 못할네라고,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구분 못하는 거울 단계에 머물지만 내가 없었더면/너는 본시 없으련만/나는 없어져도/너는 혹시 남을런가.’ 존재거 소외는 /저 뒷날/너를 나로만/속아볼 게 우습다.‘ 이 시는 부재할 것에 대한 욕망 그러내기로서 미래의 자화상이며 존재적 욕망의 실재하는 허상이라는 점을 증거한다라고 분석하였다.

 

  그는 이처럼 심리학 정신분석이론으로 시인들의 시를 예리하게 읽어내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심릭학적 이론을 어설프게 알고 있던 나는, 정신분석 시인의 얼굴』 속 시와 분석을 읽고 아주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시인들의 시속에 무의식으로 깔려 있는 또 다른 시인의 얼굴을 들여다보는 것은 정말 즐거운 일이다. 100여 편의 자화상들의 이야기를 우리들에게 들려주는 그는, 참 섬세하면서 예리한 시선의 소유자임이 틀림없다.

이 저서를 읽는 내내, 시인들의 시쓰기 속에 알게 모르게 배어 있는 무의식을 들여다보는 또 다른 통찰력을 보았다고나 할까? 이런 저서를 내신 저자님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우리 문단에 이런 시해설사가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심리학적 측면에서 물질적인 현상계 그 이상의 아름다운 정신이 있다는 것을 21세기는 눈을 떠야할 때다. 물질보다 정신이 앞선다는 고지탈환! 이 한 권의 책으로는 힘들겠지만 제 2, 3, ... 계속 저자님의 저서들이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시를 읽고자 하시는 분, 시를 쓰시고자 하시는 분, 이미 그 과정에 드신 분들께 아주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을 해본다. 심리학을 전공한 분들, 비전공자 분들이 교양으로 읽어도 흥미진진 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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