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움가트너
폴 오스터 지음, 정영목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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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제본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쓴 후기입니다.


소설 바움가트너의 주인공은 은퇴를 앞둔 노교수 사이 바움가트너다. 그는 9년 전 아내 애나의 갑작스러운 사고사 이후 깊은 슬픔에 잠겨 있으며, 일상에서의 사소한 사건들을 통해 아내를 그리워하고 기억한다. 소설은 아내와 함께한 세월뿐만 아니라 바움가트너의 어린 시절, 부모님의 삶을 회상하며 전개된다.

초반에 보여지는 바움가트너는 '해야 하는데'라며 머릿속으로 일들을 생각하고 집에서도 가벼운 부상을 당하는, 빈틈이 보이는 친숙한 노년의 모습이다. 사고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아내 애나의 부재를 절실히 느끼며 애나가 써 내려간 글들을 정리하고, 부모님에 대한 기억을 이어가는 바움가트너의 기록은 존재의 일부가 사라지더라도 언어와 기억을 통해 계속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시간 흐름에 따른 서사가 아니라 바움가트너의 생각의 흐름에 따라 현재와 과거를 자유롭게 오가는데, 나이가 들면서 뜬금없이 무언가를 떠올리는 나의 모습과 닮아 있어서 더 인간적으로 느껴졌다. 세월이 켜켜이 쌓인 삶의 정원은 얼마나 다채롭고 선명한지를 생각해본다.

짧고 간결한 소설이지만 읽으며 나와 내 주변인들의 삶도 떠올려보게 되어 문장을 여러 번 읽어보게 되었다. 자신의 삶을 문장으로 구성하는 작업을 '종신형'에 비유하는 바움가트너는 폴 오스터이기도 해 작가가 더 그리워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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