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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만났다 - MBC 창사 60주년 VR 휴먼 다큐멘터리 대기획
김종우.MBC <너를 만났다> 제작진 지음 / 슬로디미디어 / 2022년 10월
평점 :
불과 며칠 전에도 '너를 만났다' 나연이 편 편집본 영상을 봤다. 눈물 버튼이 필요한 쿨타임이 찰 때마다 보는 건 아니고 어쩌다 메인화면에 알고리즘으로 뜨면 눌러본다. 현재 3200만 뷰가 넘어 있었다. 웬만한 a급 아이돌 뮤비 클릭수 수준이었고, 댓글을 보면 해외 시청자들 댓글도 적지 않다. 이 다큐가 처음 제작될 당시 왠지 있을 것 같은 윤리적인 무제 등 이슈가 있긴 했었다. 나는 어떤 회의적인 생각 없이 그저 vr로 부재한 사람을 다시 만난다는 것에 신박해 하면서 눈물을 쏟으며 봤다.
감사하게도 아직 목숨과 바꿀 정도의, 그보다 덜해도 꽤 깊은 유대가 있는 사람을 잃은 경험이 없다. 이 말을 하니 조부모님들이 서운해하실지 모르겠지만, 그 당시 슬프긴 했어도 오열은 하지 않았다. 물론 이따금씩 그립다. 어리기도 했다. 만일 지금까지 살아계시다 돌아가셨다면 그때보다 펑펑 울지 모른다.
문득 나는 가족 중 누군가를 잃었을 때를 떠올린다. 그렇게 된다면 어떤 지옥이 펼쳐질지. 고사를 지내는 게 아니라 그럴 뻔한 순간을 최근에 겪었고, 내 또래의 부모님들이 세상을 떠나는 소식을 불과 한 다리 건너 지인들로부터 듣기 시작하니 그랬다. 덤덤히 그런 생각 없이 지내는 사람들이 훨씬 많을 것이다. 나는 그런 상황이 온다면, 얼마나 보고 싶을지, 그때마다 꺼내볼 사진들, 영상을 남겨놔야 할지, 무엇보다도 다시 만날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신파에도 어김없이 울고, 픽사 애니메이션 예를 들어 빅 히어로, 코코, 업, 인사이드 아웃 등을 보면서도 눈물을 흘린다. 그냥 눈물이 많은 건지, 감정이입과 공감이 잘 되는 건지 모르겠다. '너를 만났다'에서 나연이와 엄마의 만남은 10분도 채 되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그 짧은 시간을 위해 제작진이 얼마나 정성을 들였을지 가늠한 그 이상을 이 책에서 볼 수 있었다. 그보다 더한 만큼 나연이 엄마는 그 시간이 소중하고 감사했을 것이다. 영상에 비친 스튜디오 현장의 모두가 눈물을 흘린 것 같다.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기술에 따라다니는 윤리적 질문은 누구도 제기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모르고 있었는데, '너를 만났다'가 나연이편 이후 후속작이 2편이나 더 있었다. 2편은 사별한 아내를 만나는 남편, 3편은 떠나보낸 엄마를 다시 만나는 딸이 등장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3편이 가장 슬펐다. 1,2편은 내가 결혼하지 않으면 겪지 않을 일이지만, 3편은 내가 언젠가는 겪게 될 순간이었지 때문이었다. 멀쩡히 살아계시는 엄마를 두고 그런 생각을 하면 안 되는 것이지만, 영상에서 다시 만난 엄마를 허공으로 어루만지며 슬퍼하는 모습에 감정이 이입되는 것이 꼭 우리 엄마를 다시 만나는 것과 같았다.
세상과도 못 바꿀 사람을 잃는다면,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라도 다시 만날 기회가 있다면 어떨까? 가정적인 질문의 답은 그 시점에서는 정확한 답을 내릴 수 없다는 게 지론이지만, 나는 무조건 그 기회를 잡을 것 같다. 이것은 콘텐츠다. 소비하는 사람과 제작자의 생각이 완전히 같을 수는 없다. 사랑을 다시 느낌과 상실을 회복하는 목적이 서로 일치해가면서 그렇게 첫 촬영이 이루어졌다. 그것이 후에 어떤 뒷이야기들을 끌고 오든 어마어마한 시도였고, 대단한 처음이었다. 나는 현실에서 후회 없도록 아낌없이 사랑할 것이지만, 보편적으로 겪는 사랑과 상실의 아픔을 앞으로 발전될 기술이 어떻게 어루만져 줄지도 기대됐다.
*네이버 독서카페 리뷰어스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