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감상 수업 - 하루 한 곡, 내 것으로 만드는 클래식 100
유니쓰.루바토 지음, 김은하 감수 / 뜨인돌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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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클래식 음악을 좋아한다. 어릴 적에는 우리 집이 돈이 많고 그러지 않았는데 큰 전축이 있었다. 지금은 거의 보기 드문, 집에서 꽤 많은 자리를 차지하는 전축이었다. 생각해 보니 지금까지도 그 이유를 부모님께 물어본 적이 없다. 그 큰 덩치의 기계에서 흘러나왔던 비발디 사계 음악의 아름다운 선율에 매료됐던 순간이 지금도 기억난다. 부모님은 내가 원하는 거 혹은 나한테 좋은 것은 무조건 사주시는 편이었고, 이 과정에서 합리적인 경제관은 개입할 여지가 없었다.



무엇이든 대부분 처음이었을 어린 시절 클래식 음악의 첫인상은 지금까지 평생에 20년 넘게 클래식에 심취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 이후로 나는 잠들 때마다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잤다. 처음에는 거실에 있는 바로 그 큰 전축을 틀면서 잤는데, 나중에는 부모님이 내 방에 놓을 수 있는 미니 오디오를 사다 놓으셨다. 지금 생각해 보니 당연하다. 날마다 거실에서 그렇게 빵빵 음악이 울리면 부모님이 주무시기 힘드셨을 것인데 그걸 이렇게 쓰면서 깨닫고 앉아있다. 아무튼 그렇게 미니 오디오가 들어오고부터 새로운 씨디들도 생겼고 그렇게 나는 클래식의 향연에 빠져들며 잠이 들었다. 언제부터 밤에 클래식을 들으며 잠들기를 중단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앞에서 20년이라 했지만, 공백의 시간도 길었다. 서른 즈음 돼서 사회생활에 찌들다가 다시 찾기까지 한동안 이별했지만 그래도 다시 만난 클래식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클래식을 다시 듣게 된 계기는 소셜 플랫폼에서 우연히 '예술의 전당에서 하는 클래식 연주회 감상'이 있어서 참여하면서부터였다. 모임을 주최하신 분이 플루트 전공자셨는데, 모여서 공연만 듣는 게 아니라 단톡방에서 클래식 음악을 한 곡씩 소개해 주시면서 설명도 해주셨다. 클래식을 나름 오래 들었지만 감상 그 이상으로 관심을 가지진 않아서 클래식 음악에 전문적으로 조예가 있거나 그러지 않다. 그래도 들은 곡이 많아서 나도 덩달아 소개를 했는데, 워낙 많다 보니 흔히 사람들이 들어보지 못한 곡들이 종종 있었다. 그것 때문에 클래식을 매우 잘 아는 사람으로 오해를 받기도 했다. 아무튼 그때 종종 익숙한 음악에 대해 설명을 들으면 신선하고 재밌었다. 그 순간 음악을 다시 만난 기분이었다.



이 책이 그런 기분을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안겨준다. 클래식에 대해서 이론이나 역사를 파고들자면 예전에 음악 과목의 필기시험이 떠오른다. 뭔지 모르고 그냥 머리에 마구 주입했던 부자연스러운 지식들. 하지만 요즘같이 편리한 시대, 휴대폰으로 qr코드를 찍으면 음악이 들리면서 책의 설명을 읽을 수 있다. 딱딱하거나 너무 깊은 내용 없이 순전히 들리는 음악에 관련한 이야기들만 실려 있다. 재미있게 본 드라마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볼 때의 재미 비슷한 걸 느낀다. 클래식 음악에 대해 머리 빠지게 파고들지 않아도 사람들에게 어필하기 충분한 수준의 교양 지식을 쌓으면서 감상의 매력을 두 배 이상으로 키워주는 책이다.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 독서공방 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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