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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쓰레기는 재활용되지 않았다 - 재활용 시스템의 모순과 불평등, 그리고 친환경이라는 거짓말
미카엘라 르 뫼르 지음, 구영옥 옮김 / 풀빛 / 2022년 4월
평점 :

예전에 분리수거를 할 때 따로 표지나 테이프 등을 떼지 않고, 세척 없이 통째로 버렸다. 똑같이 지저분한 것들이 분리수거장에 널려 있어도 뭐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넘어갔다. 이후 언제부턴가 나름 재활용, 분리수거를 신경 써서 한다. 플라스틱이나 박스에 이물질이 있을 때 처리하는 인건비가 더 비싸서 재활용되지 않는다고 들었다. 그래서 병 같은 경우 내부를 씻고, 페트병에 붙은 비닐 벗기고, 박스에 테이프도 떼는 등 철저히 지킨다. 그럼에도 사실 그렇게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거기까지가 나의 통제 영역이고, 그다음부터는 처리를 전담하는 분들의 몫으로 여겼다. 어련히 잘 처리하시겠지, 뭐 어떻게든 재활용 잘 되겠지 무의식적으로 생각하면서 실제 일련의 과정을 검토해 볼 시도도 하지 않았고, 그에 대한 지식도 거의 전무했다.
이따금씩 궁금하긴 했다, 어쨌든 각지에서 사용된 것들이 모여서 어떻게 해야 다시 활용 가능한 모습이 되는지, 마시던 페트병은 무엇에 쓰이는지 잠깐 궁금하다 그쳤다. 내가 간과했던 것은 그래봤자 플라스틱이나 비닐 등은 인공적이고 유해 물질이라는 것이었다.
플라스틱이 건너간 곳은 나로서는 생소한 곳이었다. 저자는 플라스틱들이 이동하는 곳을 따라가다 전 세계에서 모이는 플라스틱을 처리하는 곳에 다다랐다. 초반부에 읽으면서 우려했던 것이 현실로 조금씩 모습을 드러냈다.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사라진 것은 아니다. 나름 체계적으로 과정을 거쳐 배출되어 모아진 재활용 쓰레기들은 질서 없이 뒤엉켰고, 여기에 동원되는 수많은 인력들과 처리과정도 정돈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직접 다루고 처리하는 극한의 일을 전담하다시피 한다는 것, 고스란히 독성과 폐해를 안는다는 것, 이것을 지금까지 몰랐다는 것이 문제였다.
코로나 시국에 매장에서 먹기보다 배달이나 포장하는 경우가 늘었다. 즐겨먹던 집에서 모처럼 손님도 없었고 해서 매장에서 먹기로 했다. 포장을 택했으면 덮밥만 제외하고 김, 간장, 고추냉이 등이 작은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다. 아담한 사이즈의 나무 트레이에 오직 4개의 세라믹 그릇에 담겨 나온 음식으로 보고 앞으로도 웬만하면 매장에서 식사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저자가 베트남에서 마주한 쓰레기 처리 노동자들의 열악한 모습들이 떠오르고, 아주 미약하겠지만 가능한 한 플라스틱 소비거리 자체를 만들지 않는 습관도 필요할 테니 말이다.
앞으로도 나는 더욱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거나, 분리수거를 철저히 하는 등으로 실천을 이어가겠지만 개인의 실천이 모여서 변화가 생길 거라는 기대는 할 수 없다. 저자가 발견한 것은 이면에 여러 나라들, 정치역학적으로 복잡하게 얽힌 모순이 있었다. 환경문제가 심각해진 지금에야 세계적으로 함께 움직이고자 하는데 과연 근본적인 문제들을 파악하고 해결하려 할지 앞으로 지켜볼 문제다.
*리딩투데이 북적북적 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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