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P 개의 날 1
김보통 지음 / 씨네21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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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다운 수작을 만나고 그의 원작을 설렘을 안고 손에 넣었다. 사라질 듯 사라지지 않는 기억을 되살리며 감정을 자극하게 되면 당연히 작품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그렇게 DP는 대한민국을 사로잡았고, 군필자와 미필자와 여성들 그 가운데 아들 둔 어머니들에게 각각 다른 인상으로 다가갔다. 웹툰을 보지 않아서인지 원작이 얼마나 유명했는지 몰라도 그 존재마저도 드라마를 보면서 알게 되었다. 고등학교 이후 슬램덩크 완전판 빼고 오랜만에 펼쳐보는 만화책이 어떤 감정을 안겨줄지 기대되었다.


D.PDeserter Pursuit의 약자로 군무이탈 체포전담조라 한다. 오직 헌병만이 하는 줄 알았는데, 물론 그들도 헌병이긴 하지만 그 안에서 개별적으로 전담해서 탈영병 체포를 수행하는 이들이 있는 줄 몰랐다. 드라마를 보다가 문득 같이 독서모임 했던 사람이 언젠가 군대 얘기가 나왔을 때 본인은 특수한 신분이었고 일반인처럼 잠입해 다녔다며 이상 말을 아꼈던 게 기억났다. 혹시 그가 DP였을까? 아무튼 DP는 드라마가 아니라 다큐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병영 안의 모습을 잘 보여줬다. DP들의 일상은 모르지만 그 외의 상황들은 군필자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을까? 낯설다면 매우 운이 좋은 거고. 아무튼 재밌게 본 드라마의 원작이어서 택했는데, 장면 하나씩 들어오는 만화의 특성상 썩 좋지 않은 기억들이 마치 플래시를 터뜨려 찍어서 현상해 내듯이 하나하나 수면 위로 떠올랐다.


군대에서 탈영하는 이들이 매달 약 60. 60만 명이 군 생활을 하는 중에 연평균 약 700명이 탈영을 한다고 한다. 적다면 적어 보이고, 많다면 많게 볼 수 있는 숫자다. 그보다 군대 가기 전에는 탈영은 '나쁜 짓' 범죄로만 알았다. 밖에 나가서 나쁜 짓을 하려고 박차고 나가는 걸로만 생각했다. 나중에 군대를 겪고 종종 탈영한 병사 소식을 들었을 때는 생각이 달라졌다. 앞서 말했지만, DP는 드라마가 아닌 다큐로 봐도 무방하며, 군대를 접해보지 않은 이들은 충격에 믿기 어려움을 느끼지만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에 전혀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만화의 시간대에서 수 년이 흘러서 요즘 군대가 비교적 편하다느니. 가혹행위가 줄었다느니, 좋아졌다는 이야기만 하는데 천만의 말씀이다. 복무 기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불문하고 그들이 왜 도망치는 것 같나. 그들은 범죄자가 아니다. 모두 평범한 젊은이였을 뿐, 군대의 '박탈된 자유'와 폐쇄적인 공간에서의 온갖 부조리가 그들을 내몰았을 뿐이다. 박탈된 자유 하나 만으로도 어떤 복지와 혜택의 향상으로 군대를 좋아졌다고 말할 수 없다. 드라마든, 이 만화든 본 사람들이 정상적으로 사고하는 사람이라면, 군필이 아니라도 군캉스니 그따위 소리가 튀어나올 리 없다.


'그 상황이 나에게 오지 않아서 버틸 수 있었다'라는 말이 이번 책을 관통하는 중요한 메시지다. 그런 데가 어디 있냐, 다른 세계 보듯 한다면 이를 새기고 감사해야 한다.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겠다는 말은커녕 부인 먼저 하는 거 보고 '니네가 그럼 그렇지' 씁쓸한 헛웃음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 이런 작품이 계속 나왔으면 좋겠다. 군대 복무에 대한 존중도 없으면서 곳곳에서 군필자에 대한 마땅한 보상마저 지워버리는 이 나라 이 정부가 생각을 고쳐먹으려면 이번 같은 미디어와 문화적 파급력이 답이다. 정치인이건 국방부건 적당히 하고 지금이라도 생각을 바꾸길 바란다. 보여 줄 수 있는 쇼를 남발하며 속이려 해봤자 Same Shit Different Army 시대나 장소가 달라도 군대가 엿 같은 건 변함없는 팩트니까.

*리딩투데이 독서공방 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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