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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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미술시간에 만화영화에서 본 개기일식을 표현한다고 해의 대부분을 검게 칠한 적이 있었다. 실제로 같은 시기에 만화영화와 더불어 웅진 과학 앨범(긴가민가) 시리즈에서 태양과 지구와 달이 도는 그림과 설명을 보고 대강 이해하고 그린 것이다. 밤처럼 어두운 데 달이 끄지 않고 가려진 태양이 뜬 하늘. 그런데 미술 선생님이 나무라셨다.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태양의 모습만 그리는 것이 허용되었다. 그렇게 한번 펼쳐본 세계가 구겨졌다. 어린이의 입장에서는 그들의 상상력을 알아주지 않아 야속하다. 어른이 된 입장에서는 아이들의 상상력이나 순수함에 놀란다. 사실 그건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것이 아니라, 한때 내 것이었다가 언제였는지 잃어버렸을 뿐이다. 


나와 타인은 다르다. 그것은 내가 보는 세계와 타인의 그것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 둘은 왜 다를까. 사람은 나이를 먹으면서 세상을 알아간다. 지식을 얻고, 지혜를 깨운다. 그러면서 내가 바라보는 세계가 형태를 갖춰간다. 무언가를 어떻게 보고 묘사하는 가는 그 이전까지 보고 느낀 경험에 관련되어 있다. 사물이든 생명체든 그 자체로 존재 의의가 있고, 그것을 활용할 때, 관계를 맺을 때 다른 의미가 생긴다. 


모든 사물, 보이는 것, 말과 행동 감각에 닿는 것들에는 가끔 숨겨진 이면이 존재한다. 분명히 있지만 내가 깨닫지 못할 뿐이다. 당연한 것이어서 그렇다. 그렇게 서서히 처음 만났을 때 느낀 설렘과 가치를 잊는다.  익숙해진 나머지 있는지조차 잊어버린 것들과 막상 이별이 다가와서야 처음의 설렘을 떠올린다. 손에서 놓지 못하는 것은 잃어버린 가치가 다시 증명되는 듯하다. 그런 이별이 쌓이면서 사람은 성장한다.  그러면서 나의 세계는 바뀌고, 사람마다 다르게 가꾼다.  


그래서 주인공에게 있어서 어린 왕자와의 만남은 선물이다. 살아오면서 잃어버린 기본적인 가치들을 찾고, 좁아진 자신의 세상을 다시 넓힐 기회를 얻었으니까. 

*리딩투데이 주당파 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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