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장의 실종 당일부터 저자인 손병관기자의 필사적인 취재 과정을 중심으로 저자의 회상과 최대한 절제된 자기만의 생각, 그리고 미디오를 통해 들을 수 없었던 많은 사실과 증언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저자가 글에서 밝힌대로 그는 이 책을 박시장을 변호하는 것이 아닌, 사람들이 마땅히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내용들을 밝히는 것을 목적으로 썼다고 한다.
장의 순서대로 보자면, 사건을 맞닥뜨리고 저자가 박시장을 마주쳤던 모습을 회상하고, 그가 가졌던 정치인으로서의행보와 가지고 있었던 앞으로의 계획을 말해준다. 이어서 서서히 잔디라 불리는 피해자의 모습이 드러난다. 피해자 측이 주장하고 그를 바탕으로 보도된 걸로 그려질만한 모습과 다른 시장실의 사람들 시점에서 본 그와 박시장의 모습이 쓰였다.
마치 양예원 사건과 비슷했다. 당시 미투가 활발하던 시기에 미투선언으로 여론의 힘을 얻었지만, 이후 성폭력 피해자가 했다고는 도저히 믿기 어려운 행동(추가 촬영을 적극적으로 요구했던 카톡)이 밝혀지면서 여론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사람들의 증언을 종합해보면, 피해자가 주장하는 시기마다 박시장에게 그런 피해를 당하는 사람이 도저히 힘들 거 같은 행동을 수차례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중반부에서 본격적으로 사건과 관련된 논란들을 하나하나 취재한 결과를 보여준다. 서술한 방식은 공통된다. 논란이 되는 쟁점과 그것을 피해자 측이 주장한 내용, 보도된 내용, 그에 대응해 기자가 취재한 드러나지 않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흐름이다. 저자가 취재하면서 느낀 점은 최대한 아끼면서 판단을 독자에게 미룬다.
저자는 피해자측이 밝히는 내용들 가지고 시장실 사람들을 어렵사리 만난다. 그들은 부풀려진 사실을 바로잡고 싶어하면서도 선뜻 나서기는 두려워한다. 만일 박시장이 살아있어서 적극적으로 맞섰다면 그들도 무기력하게 물러나 있지는 않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진실이 어쨌건 모양새를 한번 그려보자. 서울시에 근무하던 직원 하나가 피해를 호소했는데, 시장과 주위 세력들이 반발한다면 자칫 세력으로 개인을 압도하는걸로 비쳐질수 있다. 무엇보다 민주당에 열성인 지지자들이 그를 집중공격했을지도 모른다. 피해호소가 거짓이라면 매우 정의롭고 바람직하지만 아니라면 돌이킬수 없이 권력형 범죄가 무색무취로 감춰졌을 것이다.
후반부에는 이렇게 보도가 한 쪽에 쏠리게 된 과정에는 집단의 광기에 기본 원칙이 무너지고, 자유를 호소하여 다른 자유를 억압하는 아이러니가 있었음을 보여준다. 성과 권력이 깃든 사건자체의 특수성 때문에 형법과 저널리즘 등의 기본이 가볍게 무시되었다. 성관련 범죄는 대부분 피해자가 을인 상황에서 많은 것을 부담하면서 싸우는 것이기에 일반원칙을 마냥 적용하기 주저되기는 하지만, 양쪽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도가 지나친 점은 확실히 있었다.
이 책은 내가 궁금했던 것을 상당부분 해소해주었지만, 열린 결말이 주는 한편의 공허함과 여러 차례 나오는 후술하겠다는 부분 몇가지가 끝내 나오지 않았던 점은 아쉽다. 그럼에도 나는 변함없이 앞서 말한 읽기를 추천하는 세 유형의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