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따라 달이 참 예뻐서
에든 지음 / SISO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읽으면서 많은 친근감을 느꼈다. 등장하는 소재들이 거의 익숙했다. 낯선 것 없이 한 번쯤은 살면서 생각해본 것들이었다. 그중에는 생각으로만 추상적으로 맴돌기만 했던 것들도 있고 글로 표현된 것도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밑줄을 제법 많이 쳤다. 요즘 나의 독서에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사회과학 도서에서 밑줄은 더 생각해볼 만한 것들이나 찬반 입장의 정리 등이었다. 그러나 이 책은 달랐다. 소심함을 보이지 않기 위함이나 귀여운 이기심 등에 관한 공감이거나 활자로 어떻게 표현되는지에 대한 배움이었다.

"우와. 나도 이런 생각 했었는데.(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오! 이렇구나(글로 표현하면)"

하나 빼먹을 뻔한 중요한 것. 솔직함. 작성자 익명으로라도 나는 나의 이야기를 어디까지 솔직하게 쓸 것인지를 고민한다. 그래서 임시 저장이거나 서랍에 넣어둔 글이 많다. 지우기에는 써 둔 것은 아까우니까. 그런 내게 낮춰주는 기준과 솔직해지는 용기를 주었다.


이 책은 또 편안함을 준다. 내가 고민하는 것, 나 스스로에 대해, 내가 고쳐야 할 것에 대해 걱정하는 마음에 자기계발 성격의 사회과학 도서를 본다. 여러 연구결과나 사례들, 비유를 통해 나의 실천을 유도하는 책들. 하지만 때로는 '그렇구나'하고 그러려니 편안하게 넘어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은 것 같았다. 나쁜다고 고민하는 것에는 심각하게 나를 좀먹는 것도 있지만, 커다란 이유 없이 왠지 고쳐야 할 것 같아 생각하는 별로 해가 되지 않는 것도 있으니까. 이런저런 고칠 것을 생각하며 피곤할 때에 쉬어가게 해줄 것이다.


1일 1글을 도전하는 내게 영감을 주었다. 글쓰기를 싫어했던 한때의 과거가 매우 원망스러울 정도로 지금은 틈틈이 글을 쓰는 것을 즐긴다. 그렇게 맴돌다 지나갔던 생각들이 글로 기록되어 남아있지 않게 된 것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의 필력으로 표현해봤자 제대로 풍성하게 담아내지는 못했겠지만, 글이야 남아만 있으면 기억을 얼추 되살리면서 바꿀 수도 있는 것이니까. 글쓰기에 재미를 붙여준 것은 어떤 글쓰기 모임이었다. 같은 소재를 가지고 여러 사람이 자유롭게 글을 써서 공유하면, 그걸 읽어보고 느낀 점이나 궁금한 점에 대해서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이다. 산문 형식도 써보고, 운문 형식도 써보았다. 나름 자작 시라고 쓰는 것은 운율이나 그런 것 없이 그냥 시같이 보이는 틀에다가 감각적인 단어들을 닥치는 대로 박아 넣는 것일 뿐이었다. 그런 내게 강의노트가 아닌 직접 샘플로 가르쳐 주는 느낌이었다. 하루의 수많은 순간마다 들었을 생각들, 글감들을 놓치지 않고 붙잡아 그대로의 느낌이나 깊이 있는 사색들을 표현해내는 법.

이 책은 목차도 있고, 파트로 분류되어 있기도 하지만, 그대로 정리된 느낌을 받지는 않았다. 목차에서 어디를 찾아 골라 읽거나, 처음부터 차례대로 읽을 필요는 없다. 눈에 띄거나 마음이 요청해서 찾아 꺼내어 책 펼치기 게임(책을 그냥 아무 페이지를 펼쳐서 사람 많은 페이지, 그림이 많은 페이지 등 펼친 사람이 이기는 게임) 하듯이 아무 페이지나 펼쳐 읽으면 된다. 과거에 한 번쯤 겪었을, 내가 아니라면 누군가가 가졌을, 어쩌면 공교롭게도 오늘 나의 이야기가 펼쳐질지 모른다. 따로 할당하는 에너지나 시간이 필요 없이 평화로운 공감을 일으켜줄, 그런 책이다. 글쓰기를 하는 나로서는 덤으로 어느 정도의 진솔한 이야기도 얼마만큼이나 표현해 낼 수 있다는 것을 쉽게 배워가는 책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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