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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의 병사들 - 평범했던 그들은 어떻게 괴물이 되었나
죙케 나이첼.하랄트 벨처 지음, 김태희 옮김 / 민음사 / 2015년 10월
평점 :
007시리즈에서 알수있듯이 영국은 정보전에서 세계에서 가장 앞서갔는데, 2차대전의 위협이 다가오자 전쟁전인 39년 3월에 이미 특별 포로 심문 본부를 설치하고는 포로들의 대화를 체계적으로 도청 기록하기 시작하고, 미국에도 이 기법을 전수해줘서 합동으로 작업을 하게되고, 결과적으로 독일군의 심리, 전술, 신무기의 개발정보를 획득하는데, 북아프리카에서 포로로 잡은 빌헴름 리터 폰 토마대장과 루트비히 크뤼벨대장과의 대화에서 V무기를 미리 알고 대비하게 되는 가장 큰 성과를 거둡니다.
포로수용소에 갖힌 포로들은 긴장을 풀고,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과 경험들을 주변 동료들에게 털어놓으면서 자서전이나 공식 심문에서 얻을수없는 진귀한 경험담을 이야기하게 되는데.
책을 구입하기전에는 독일군의 잔혹한 전쟁경험담과 고백이 담긴 내용이라고 추측했지만 실상은 심리학자인 저자가 프로젝트팀을 구성해서 심리분석과 각각의 주제를 정해놓고 군인들의 회고를 인용했기에 다소 지루합니다.
저자는 사회심리학적으로 독일인들을 분석하고, 전문용어를 사용하면서 해석하였기에 특히 초반부는 이해하기 어렵게 만들었고(번역자도 주석을 달아주었으면 좋았겟지만. 원전에 충실하게 번역만 했다.)
몇가지 예를 들면;
"인간이 인식하고 행동하는 모든일을 다층적인 외부 준거들로 하나도 빠짐없이 환원할수 없는 노릇이다.
사회적 의무는 꼭 의식되는게 아니고, 너무나 나명하게 내면화되서 부지불식간에 정위기능을 하므로, 이런 요소를 관측하는 일은 더 어렵다. 정신분석학에서는 이를 위임(Delegation)이라 부른다.
애인, 친구, 동창 등 다원적 집단이 준거 인물들이 된다면.."
이책에는 '프레임'이라는 단어가 수백번 넘게 등장하며 독일인들이 세뇌당한 고정관념의 개념으로 표현되는데, 정작 왜 독일인들이 정신병자 아돌프 히틀러를 숭배하고 미친듯이 추종했는지에 대한 역사배경/심리학적 분석이 없는것은 아이러니 하네요.
"첫날에는 끔찍하게 느꼇다고, 제길. 명령은 명령이야. 둘째, 셋쨰날에는 이렇게 말했어요. 아무러면 어때, 넷째날에는 재미있었어요." 폴란드침략시 폭격수였던 폴은 민간인 폭격에 재미를 느끼게 되는 과정을 이렇게 표현하는데, 도청의 주대상이었던 조종사들이 얼마나 미쳐있었는지는 몇가지 사례가 더 나오는데.
"영국 이스트본에서 저공비행 공습을 했습니다. 커다란성에서 옷을 잘 차려입은 귀부인들이 많았지요, 악대도 있었고, 멀리서 염탐을 했어요, 다시 돌아오면서 거길 폭격했고, 명중시켯죠, 정말 끝내줬어요."
"민항기도 네대나 격추시켰죠. 유명한 영화배우 레슬리 하워드(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애슐리 윌키스 역)도 있었는데. 그날 저녁에 영국 라디오에서 들었거든요.
다음은 육군범죄..
"어느 도시나 구역에서 총질을 하면 거리 남자들을 모조리 다 끌어내죠, 그냥 그자리에서 놈들이 쏜 총알 한발당 남자 한명씩 죽였어요."
"러시아 놈들을 후방으로 이송할때 음식을 주지 않았데요. 사나흘 동안이나. 놈들이 픽픽 쓰러지면 경비병이 한방 갈기는거죠. 그러면 딴 놈들이 달려들어서 그놈을 갈기갈리 찢어서 먹어치웠다죠. 그놈도 살아있을때 그랬던 것처럼." 전쟁중 생포된 러시아군 530-570만명중 250만명 이상이 사망한걸 추측해주는 다양한 잔혹 범죄 회고가 나옵니다.
저자는 이런 나치군인들의 잔혹범죄에 대한 분석만 하고, 해결을 위한 결론을 내려놓지 않고, 책을 마쳤지만. 제가 생각하는 결론은 간단합니다.
대다수의 독일인들이 살아가던 제정 독일의 시대는 폭력이 일상적이라서 초등학교, 김나지움, 소년사관학교에서 매질을 하고, 정치적 혼돈기인 바이마르 공화국에서의 강당난투극, 정치암살 등에 노출된탓에 국가사회주의정권에서 잔인한 신념과 교육을 받으면 극소수의 착한 인성을 가진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대다수의 군인들이 아무생각없이 주입받은 폭력을 무자비하게 행사하게 됩니다. 이를 막기위해서는 폭력은 바이러스처럼 전염성이 강하고, 대물림되는 악습이라는것을 지도자들이 절실히 깨닫고, 사람들은 순화교육시키면서 과거의 잘못을 깨닫게 해야하는데. 현대의 우리나라 교육은 어떠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