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가 이 세상에 머무르는 까닭
김상량 지음 / 아침놀북 / 2023년 11월
평점 :
“이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서평단 활동으로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
살면서 그 누구에게도 그 시절 이야기를 이렇게 자세히 들은 적이 없었다. 어느 옆집 할아버지께서 해 주시는 듯한 옛날이야기를 읽고 있자니 그 이야기들이 더 이상 교과서에만 있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이야기들은 생생하게 다가왔고 처음부터 충격의 연속이었다. 세대 차이는 당연한 일이었다.
학교를 다니는데 교과서 살 돈이 없어 책 없이 학교를 다니고, 시험 기간이 되면 친구에게 교과서를 하루쯤 빌려 본 뒤 시험을 치렀다는 이야기는 약과였다. 겨울이 와도 입을 겨울옷이 없다는 생각을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사타구니 멍울 수술을 마을 사람들이 다 지켜보는 가운데 툇마루에 누워 비의료인에게 마취도 없이 살을 도려내면서도 안위를 생각하는 게 사치라는 삶을 나는 살아본 적이 없다. 설령 내가 죽을병에 걸렸더라도 얼마간 슬퍼하다 ‘식구 하나 줄었다’는 것 외엔 큰 의미가 없었을 거라 생각할 수밖에 없는 그 시절의 환경을 좀처럼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할아버지(글쓴이)는 말씀하신다.
‘그래도 그립다 말하리’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할아버지는 1946년생으로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처절한 시대를 살아왔다. 근현대사의 한가운데에서 태어나 해방 이후의 혼란과 가난, 한국전쟁을 겪고, 박정희와 전두환의 시대를 모두 지나오며 살아 있음에 감사한다고 말한다. 숙연해진다.
종교인인 할아버지는 절대자는 부조리한 세상을 만들어 놓고 인간을 끝없는 고통 속에 머물게 하지만, ‘정과 사랑’이라는 마약을 통해 우리가 이 세상과의 끈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이 책은 삶과 사람을 사랑하는 할아버지의 이야기다. 법정 스님은 무소유를 외쳤지만, 인간 세상이란 많은 관계 속에 얽매여 있는 것이 당연하다 여기며, 애착도 사랑도 그리움도 없다면 삶은 공허한 천국이라 말한다.
고통을 감내하기엔 여리디여린 현대인은 좀 공허하더라도 천국이 낫지 않나 잠시 생각했다. 읽는 동안 지루한 삶이 감사해졌다. 그 시대의 질곡의 삶을 나는 과연 견딜 수 있었을까. 그립다고 말할 수 있었을까. 그립다는 말이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