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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치핀 - 당신은 꼭 필요한 사람인가?
세스 고딘 지음, 윤영삼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9월
구판절판
대학교 도서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을때, 나는 운이 좋게도 사회과학분야를 배정받았다. 과학상식, 심리학, 경영 등의 책이 빼곡히 나열된 곳에서 하루에 두 시간쯤은 보낸 셈이었으니, 그 때는 용돈벌이도 하고 책도 보고 그처럼 좋은 일자리가 없었던 것 같다.
하는 일은 간단했다. 반납된 책이 북카트에 올라오면, 청구기호 순으로 정리하면 되었다. 그럼 나는 얼른 책들은 제자리에 꽂아두고, 재미있어 보이는 책을 집어 들고선 사람들이 방해하지 않을 구석자리를 찾아 달팽이처럼 등을 웅크리고 책을 읽었다. 모든 책을 읽을 수는 없었지만, 다양한 책을 접할 수 있었던 기회라 나는 지금도 그 시절을 감사히 생각한다.
그 때 알게된 세스 고딘. 무수한 책들 중에서 보랏빛의 펄지로 쌓여진 <보랏빛 소가 온다>라는 책은 나도 모르게 보랏빛 소가 뭐지?하게 만들었었다. 근데 이 책 자체가 보랏빛 소였다. 마케팅의 고전이 되어버린 이 책의 메세지는 명료했다. 마케터여 리마커블한 보랏빛 소를 만들어라.
그리고 수 년 후 그는 새로운 책으로 나에게 말한다. 인재여 린치핀이 되라. 린치핀이란 바퀴의 축을 고정시키는 중심핀을 말하는데, 보통 성실한 사회의 구성원을 뜻하는 톱니바퀴형 인간이 아닌 자신이 주체가 되는 열정적이고 적극적인 인간형을 말한다.
나는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생산성을 만들어내는 <생활의 달인>을 즐겨보고 존경하는데, 세스 고딘은 그들의 한계를 지적한다. 계량적인 생산성을 만들어내는 사람은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 그러니까 하루에 100개를 만들어내는 보통 사람보다 달인은 20개를 더 만들어낼 수 있지만 그것이 한계라는 것.
이와 달리 린치핀은 예술가이며 사회구성원의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정보를 공유하고 크리에이티브하며 변화에 민감한 적극적인 활동가이자 실천가이다. 그동안 내가 너무도 작은 톱니바퀴 같아서 의기소침하고 우울해 있던 나에게 모처럼 따끔한 자극이 된 책이라서 좋았다. 사실 진짜 중요한 것은 실천인데.더 열정적이고 적극적인 김상미가 되는 것은 진짜 나에게 너무도 큰 숙제다.
그리고 또하나의 화두를 던진 책, 린치핀. 변화에 민감한 린치핀이 되기 위해서는 나도 새로운 스마트폰이 필요한가. 이런 의문으로 다다르는 결론에 나는 스스로 염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