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그립다 - 웃음과 풍자로 엮은 현대미술 이야기
장소현 지음 / 열화당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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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작가이자 미술전공자가 오늘의 미술을 바라보는 눈은 확실히 달랐다.

나 역시 큰  맘 먹고 미술관에 가서 현대미술작품 앞에 서면, 아니나 다를까 머뭇거리며 옆 감상자들의 눈치를 보게 되고(쟤는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건가? 저 진지한 표정은 뭐지? 다 이해한 거란 말인가? 이런 생각들), 이런저런 나만의 해석(소설을 쓰기도 함)과 그 해석이 맞는지 아닌지 헤아려 보자면 어느새 머리가 지끈거리곤 했는데...

현대미술이라는 일종의 면제부, 제목과 설명의 과대 포장, 그나마 도록에 실린 해설은 더욱 난해하기만 하고... 미술관이라는 고급문화적 분위기 등으로 주눅부터 들기가 일쑤였는데, 사실은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오늘날의 미술이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아니어야 하겠지만) 많은 부분 과장된 건 확실하다.

내가 가려워하던 것을 긁어준 것은 저자의 이론적 설명은 아니다. 오히려 그만의 이야기였을지도 모른다. 전문가적 경험에 의한 개연성이랄까? 사실 저자는 극작가이면서 소설가, 꽁트작가, 시인, 언론인이기도 하다. 그런 다양한 이력이 자신의 전공분야인 미술과 결합하면서 이토록 긍정하게 하는 이야기를 만들어냈는지도 모른다.

각설하고, 이 책은 잡으면 끝까지 읽게 된다. 안 읽고는 못 배기게 한다. 그리고 읽으면서 몇 번, 아니 몇십 번 혼자서 깔깔거리게 만든다. 주위 친구에게 이 책에 실린 글 한 편(미술몰입교육)을 읽게 했더니 한마디로 답이 돌아왔다. "뒈지게 재밌네"

그렇다. "뒈지게 재밌는" 이야기들이다. 책을 읽고 나면 오늘날의 미술들은 더 이상 근엄하고 고상하고 신비롭지 않을 것이다. 아주 조금은, 미술을, 그림을 대하는 생각이 달라지게 되리라. 그림에 다가서는 용기를 줄 것이다. 그림 앞에 당당히 서도록 만들어 주고, 눈치보지 않게 해 줄 것이다. 그것이 이 책의 작은 미덕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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