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켄 스토리콜렉터 1
아리카와 히로 지음, 윤성원 옮김 / 북로드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얼마전 NHK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세계 게임 시장의 미래에 대한 것이었는데 프로그래밍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도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해서 게임을 제작할 수 있게 해주는 게임 엔진이라는 패키지 소프트웨어를 사다가 척척 게임을 만들고, 다국적 QA에 시험판을 돌려서 나라별로 피 튀기는 정도를 추가하고 제거하는 등의 로컬라이징을 거쳐 게임을 공장처럼 제작하는 서양의 방식 vs 지브리 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 같은 느낌이 나는 RPG 게임을 만들겠다며 캐릭터가 달리는 모양도 지쳐서 절뚝거리는 모양, 기세좋게 전력질주하는 모양 등을 한씬한씬 앵글별로 일일이 작업하고, 1000개가 넘는 잡다한 아이템, 캐릭터 들에 이르기까지 하나하나 이름과 특성을 부여하면서 작업하는 스스로도 '광기에 가까운 집착'이라고 말하는 게임 디럭터 한명을 중심으로 밤샘 회의를 거듭해 가며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며 3년~4년에 걸쳐 하나의 게임을 만들어내는 일본식 게임 제작법을 대조시켜 보여주고 있었다. 어느 한 쪽이 정답일 수는 없겠지만 하나에 천착하여 스스로도 미쳤지 싶을만큼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는 이런 방식은 참으로 일본적이다. 

숙련된 기술, 모두를 무릎꿇게 만드는 카리스마를 가진 개인의 영향력 하에서 팀을 이뤄 움직이는 방식이, 개인의 내공으로는 쨉도 안되지만 우수한 툴을 가지고 게임을 뚝딱 만들어내는 산업적 방식과 벌이는 다툼은 오랫 동안 갈고 닥은 검술을 몸에 지닌 사무라이가 제식훈련만 받고 전쟁에 참가한 평민들의 총에 스러지는 모습과도 겹쳐 보였다.

모든 것이 가치가 아닌 수치로 환산되는 시대를 맞아, 잃어버린 10년을 겪고도 아직 이 새로운 시대에 완전히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일본의 현재 모습과 놀 때도 진지한 이 괴짜 동아리 멤버들의 모습은 그 뿌리가 같은 곳에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다만 이 녀석들은 내 젊은 날이 그러했듯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반짝이는 아름다움을 지녔다.

처음엔 '위험'하다는 키켄(한자 '위험'을 일어로 읽은 음과 같음)인 줄 알았다.
알고보니 '기계제어연구소'라는 동아리 이름의 '기'와 '연'을 떼와서 줄여읽은 것이었다.

 어릴 때부터 궁금한 건 해보고야 마는 성격이라 화약실험을 하다 집천장을 뚫어놓고(무려 초등학생 때), 그 후론 본채에서 쫓겨나 임시구조물 같은 곳에서 기거하는 부장 우에노.
존재 자체의 카리스마가 장난 아니라, 신입생 설명회에서는 무서워 보일까봐 눈을 감고 자는 척을 해야했던 총무 오오가미.

오오가미: 넌 언제 어둠의 세계에 끌려도 이상할 게 없는 언동을 하는 놈이니까
우에노: 웃기지 마! 내가 어둠의 세계에 빠진다면 이깟 돈으로 만족할 것같아?
화를 내는 포인트가 결정적으로 평범한 사람과는 다르다. 우에노를 쳐다보는 후배들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져만 간다p108

우에노가 '진지하게' 내린 지시에는 반드시 따르지 않으면 목숨 내지는 사회적 생명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 그걸 이미 학습한 바 있기 때문에 정신력으로 움직이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거나 다름없다.p193

늘 어쩌다보니 상황에 태클을 거는 역할이랄까 , 제동을 거는 역할을 맡기 일쑤여서 우에노가 마구 내달릴 때도 모토야마는 주로 말리는 쪽이었다. 어차피 말해봤자 소용없다며 주위에서는 이미 방치하는 낌새지만 그래도 일단 형식적으로나마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어디까지 내달릴지 알 수 없는 사람이 바로 우에노다. 정말로 위험한 지경에 이르면 어쩔 수 없이 오오가미가 나서겠지만, 오오가미는 좋든 나쁘든 동요하는 일이 많지 않아 '위험하다'는 기준이 세상의 일반적인 그것보다는 꽤나 대범한 편이다.p261

이 두명의 집행부가 꾸려가는 '키켄'에 타고난 붙임성에다 어지간해선 동요하지 않는 두둑한 배짱의 이케타니와 커피집을 하는 어머니의 영향으로 '가겟집 아들'로 불리는 온건파 모토야마가 신입으로 들어오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다.

만화로 연재했던 것을 다시 소설로 바꿔놓은 책이라 챕터마다 한페이지짜리 만화 일러스트가 반겨준다. 표지마저 만화라 처음엔 만화책인줄 알았다.

키켄의 멤버들, 독특한 캐릭터들이라고 하지만 소설 속에 독특한 존재들이야 얼마나 많은가, 대학 동아리로서는 대단한 집요함이라고 하지만 연습과 실수가 않용되지 않는 실제 세상에서 한자리씩 하고 있는 성인들에게 그정도는 대단한 성취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소탈한 이야기가 차근차근 쌓아가는 캐릭터와 키켄 동아리 특유의 개성은 대학시절 학과 공부 못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던 나의 동아리 생활을 떠올리게 만들면서 스스로 소중한 이야기로 탈바꿈하고야 말았다. 평소 내가 읽어서 재미있었다고 다른 사람에게 책을 권하지 않는 나지만 신랑에게도, 동아리 선후배에게도 권할 참이다.

대학 축제 기간에 '기적의 맛'을 내는 라면을 판매하겠다며 정한 매출 목표액이 무려 100만엔, 우리 돈으로 1000만원이 넘는 액수다. 남들이 웃자고 하는 일에 죽자고 덤빈 결과 벌어지는 에피소드는 젊음만 믿고 무지막지하게 무리를 강행하며 '진지하게 놀면' 어떻게 되는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축제기간 동안 쏘야니 부침개 같은 걸 만들어 팔기도 하고, 자선호프집을 열 때 티켓을 갖다 팔지 못하고 고대로 자폭했던 내 과거와는 차원이 다르긴 하지만 잊고있던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하면서 입꼬리가 살포시 올라가면서 마음이 따뜻해지게 해준다.

시끄러워! 너희를 물에 넣어봤자 때 밖에 나오지 않지만 계륵은 육수의 핵심이 되는 국물을 내준다고. 어느 쪽이 더 쓸모 있냐! 그런 고마운 계륵님은 경의를 가지고 맨손으로 만져야만 해! 계륵을 만지기 전, 그리고 만지고 난 뒤에 각하라고 해라! 집게를 써도 되는 건 끓는 물에서 건질 때 뿐이다!p148
우리를 물에 넣어 봤자 때 밖에 안 나오는 건 안 우러나오는 온도의 물이기 때문이지. 닭육수처럼 우러내봐라, 안나오나,라고 구시렁대는 건 나혼자만은 아닐거야...(식인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전쟁터처럼 바쁜 와중에도 결코 깨서는 안되는 철칙이 있다. 일행이 있는 손님에게는 주문한 라면을 동시에 내가는 것이 그것이다."...카운터에서는 손님의 순서가 바뀌지 않도록 할 것! 순서가 뒤바뀌는 데에 손님은 가장 민감하다!p170
이건 중요한 포인트야, 일본 사람들은 특히나 이런 포인트를 잘 캐치하고 그걸 배려하는 서비스를 함으로써 감동을 주는 경우가 많다.

아내: 라면키켄은 아직도 하는 거에요?
모토야마: 그런 모양이야.
아내: 기적의 맛 레시피가 여전히 남아 있을까요?
모토야마: 우리가 졸업할 때까지는 물려줬으니까... 그 후에도 물려주고 있다면 똑같은 맛을 내고 있을 텐데...
아내: 그래도 대학 축제 모의점에서 총매상이 130만엔이라는 건 예삿일이 아니죠.
모토야마: '진지하게 노는' 게 키켄의 모토였거든.
p203

그 시절의 추억을 아내에게 이야기해주는 형식을 띄고 있는 소설의 말미에 화자는 아내와 함께 더이상 자신이 주인공이 아닌 축제에 손님으로 찾아간다. 한때 내 세상이었던 캠퍼스를 다시 찾아갔을 때 더 이상 내가 그곳의 주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자각하게 되는 감정, 다시 찾아 가고 싶어도 마음 한구석 망설임이 이는 마음을 글로 풀어 놓았다.

그러다보니 이제와서 약속해서 모인다는 것도 멋쩍고, 그렇다고 해서 약속도 하지 않고 불쑥 찾아가서 동창들을 만날 수 있다는 보장도 없으니 헛걸음했을 때의 허탈함,... 아니 대충 넘어가려 해도 소용없다. 요컨대 아무도 만나지 못했을 때의 쓸쓸함을 생각하니 점점 더 발길이 뜸해졌다.
그렇다고 '올해 축제에서 모이자'는 연락을 돌릴 수 있을만큼 순수한 녀석은 누구 하나 없어서....
전화나 이메일로 연락을 주고받지 않은 것도 아닌데, 가끔씩 몇 명이서 모여서 술을 마시지 않은 것도 아닌데, '올해 축제 가보지 않을래?'라는 그 한마디는 누구도 꺼내지 못했다...말했다가 만약 상대가 억지로 시간을 짜내 약속을 잡아야 할 정도로 '그 시절'에 대한 애정이 남아 있지 않다면?
각자 가정이 있기도 하고, 일도 바쁜데, 모처럼의 연휴를 모교의 축제 따위로 보내는 건 아깝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면?
미안, 축제 가는 건 좀 귀찮네.
그런 대답을 들을까 두려워서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었다.p285
 
요즘 다른 동기들에 비해서는 비교적 동아리에 자주 가는 편이다보니 느끼게 되는 점이 있는데 우리가 시작해 놓은 동아리의 모습이 10여년이 지나도록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부분이다. 운동 참가를 엄격하게 챙기고(지각하면 빠른머리 200회, 무단 결석하면 400회라는 둥), 공부 못하는 놈은 동아리에서 탈퇴시킨다며 으름짱을 놓고(평점 3.5 이하는 안된다며...), 호랑이 자식이 고양이일 수는 없다고 선배들이 높이 빛낸 동아리를 계속 빛나게 유지하라며 후배들을 다잡는 점 등등

키켄도 마찬가지다. 다시 찾은 그곳은 지키고 선 사람들이 바뀌었을 뿐, 여전히 키켄다웠다.

사무실 배달 다녀오겠습니다.
넘어지지 마라
넘어지면 가만두지 않는다
살인적으로 분주한 가운데 그들은 어쩌면 이리도 분즐거워 보일까.
이봐, 너희들, 지금은 정신없어서 즐겁다는 생각 같은 걸 할 여유도 없겠지만, 이렇게 가게를 꾸리는 게 즐거워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마음이 마구 전해진다고. 지금은 가게를 성공리에 꾸린 성취감과 끝났을 때의 해방감이 더 즐거울 것 같겠지. 그렇지만 즐거웠던 건, 바로 그 주방 안에서, 그야말로 교대 근무가 끝나기가 무섭게 수풀에 머리를 처박고 잠들어버릴 만큼 극한 상황까지 일하는 바로 그 순간이라고. 그걸 깨닫게 되는 건 이미 주방 점원도 배달 사령탑도 될 수 없게 되고부터야. 더 이상 부원이 아닌 그 때가 되어서야 깨닫게 되는 거지. 그러니까...,힘껏 해둬라. 축제의 주역으로 머물 수 있는 동안에.p295

지금 대학생이라면 힘껏 해라, 그게 뻘짓이라면 더 아름다울 것이다는 메시지를.
이미 사회인이라면 아름다웠던 그 때를 추억할 수 있는 단서를 줄 책이다.
더하여 아이 엄마인 나는 생각한다. 대학은 동아리는 지금이라도 돌아가려면 형태는 남아있겠지만 우리 아이가 다섯살, 세살인 지금 이 시절은 돌아가려야 돌아가볼 어떤 하드웨어도 남아있지 않을 소중한 시기다. 최선을 다해 이 시간을 누리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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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 유생들의 나날 1 - 개정판
정은궐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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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문장, 세책방 주인의 말부터 자연스럽게 '성스'의 황가 말투로 읽히기 시작했다.
이 책은 출퇴근길 축지법을 가능하게 해주는 정도가 아니라 내릴 역을 지나치게 만드는 위력이 있다.
퇴근길, 빠져서 읽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내릴 역을 세 개나 지나쳤더라는...
지하철에서 읽으면서 어찌나 설레고 좋던지 소리는 내지 못하고 연신 입으로 꺄꺄 거리며 읽었다.
집에 와서도 계속 읽느라 아이들은 방치(미안~~~~~)

책에서는 윤희가 보통 여자들보다 키가 커서 호리호리하고 고만고만한 키의 사내로 보일 수도 있을만한 키로 설정되어 있고 선준도 아쥬~ 풍채가 좋은 선비로 나온다. 선준은 캐릭터도 약간 달라서 유천이가 대입되지 않고 새로운 존재로 살아났고 특히나 재신은 유아인이 만들어낸 걸오와 다른 느낌이었다. 훨씬 터프한, 약간 산적같기도 하고 처음 들어보는 계간(鷄姦)질 같은 대사도 마구 날려주시는... 그러고 보니 구용하도 그렇고... 구용하는 확실히 송중기가 잘 잡아냈다는 느낌. 그러니까 책 속에서 만난 잘금 사인방 중엔 구용하의 매력이 좀 덜하다는 뜻이기도 한가?...

이런 원작을 그렇게 바꾸었군,하는 생각이 들면서 드라마와 소설의 작법은 그렇게 달라야함을 느낀다. 

앞서 읽으신 분들이 책은 책대로 재미있고 드라마는 드라마대로 재미있다고 했던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겠다.
드라마에선 잘금 사인방 네 명이 다 멋졌는데 원작 소설에서는 선준이 짱먹는다. 심신이 모두 완벽한 남주가 나오는 전형적인 로맨스물.
그만큼 드라마화하면서 네 명의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잘 살려 놓았고 고뇌하는 청춘의 시절을 잘 구축해 놓았다는 말이 되기도 하겠다.

독특한 소재의 전형적인 로맨스소설이 고뇌하는 청춘들의 아름다운 나날로 재탄생된 것은 성균관 스캔들이라는 드라마를 만든 연출가, 작가, 배우들의 역량에 고스란히 그 영광을 돌려야 마땅하다는 게 나의 결론.

그동안은 도서관에 이 책 예약인원이 가득차서 예약조차 할 수 없었는데 이제 해가 바뀌니 서서히 열기가 진정이 되는 듯 예약은 가능한 상태가 되었다.
감사하게도 1,2권이 동시에 반납되어 나에게 왔다.(제때 반납해주신 당신, 복받으실거유)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은 예약된 상태로 보아 그렇게까지는 안될 것 같지만 어째어째 읽다보면 순서대로 손에 들어오긴 할 것 같다.
이런 책은 두권을 나란히 꿰차고 읽어야하는데...

이선준
윤희가 선준의 이름을 발음하자, 달고 시원한 향기가 입 안 가득 차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p56

임금께 네 번의 절을 올리는 것을 연습하고, 하문에 답하는 방식에 대해 주의를 다 받기도 전에 바깥에서 지옥의 소리가 들려왔다.
"주상 전하 납시오!"p100
(난 왜 이런 부분이 막 재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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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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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연말에 '왜 도덕인가'를 읽고 이 책을 읽었다. 갑자기 도덕과 정의가 같은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뭔가 다른 것 같기도 하면서 겹치는 영역이 많은 것도 같고. 저자가 같은 에피소드를 도덕에도 싣고 정의에도 실은 것을 보면 그런 내 생각이 터무니없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그의 책 어디에도 이 책에서 도덕과 정의를 이리이리 구분하여 쓰겠다고 정리한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혹시 보신 분은 제보 환영) 

같은 저자의 책을 두 권만 읽어도 상당부분 내용이 겹친다는 점이 위안이 된다. 그래 역시 인간은 그래. 내는 책마다 전혀 새롭고도 깊은 이야기를 써내는 저자가 있다면 나는 그를 외계인이라 의심할테다.  

분명 고등학생 때 다 배운 내용이고, 대학 때도 교양강좌로 들었는데 그때는 이노무 철학 사상들을 실제 사안으로 고민할 일이 없었기에 완전 남의 얘기더니 기부입학, 소주민족 우대정책, 조상의 역사적 잘못에 대해 후손이 사죄해야 하느냐 등등과 같은 실제 사안을 두고 주장과 반박을 해나가는 논리를 따라가보니 사는데 꼭 필요한 학문이 철학이고 논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제목을 정의란 무엇인가,로 잡았지만 영어 원서의 제목은 JUSTICE인 것 같고, 정의에 대해 한권 내내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래서 정의는 '무엇'이다라는 답을 주는 책은 아니다. 정의라는 것이 그렇게 손에 잡히는 대상이 아니기도 하고, 세상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세상이 어떤 곳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틀을 가질 수 있도록 훈련할 기회를 주는 책에 더 가깝다.

올바른 규칙은 아는데, 그것을 언제 어떻게 적용할지는 모를 수도 있다. 도덕 교육은 이런 상황에서는 이런 규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행동과 관련된 문제나 우리에게 무엇이 이로운가의 문제는, 건강이 그렇듯 늘 변하게 마련이다.(...)행위자 스스로 이 상황에는 어떤 행동이 적절한지 그때그때 파악해야 한다. 치료나 항해를 할 때와 마찬가지다... 문제는 "적절한 사람에게, 적절한 정도로, 적절한 때에, 적절한 동기를 가지고, 적절한 방법으로" 옳은 일을 하는 것이다.p278

아리스토텔레스는 적절한 때에, 적절한 동기를 가지고, 적절한 방법으로" 옳은 일을 할 수 있는 판단력을 실천적 지혜라 부른다.
대학 졸업하고 기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 나에게 가장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점이 바로 이 부분이었다. 세상을 보는 창이 되고 싶다고 하면서 나는 그 창이 될만한 바른 판단력을 가지고 있느냐 하는 것. 나이들어 가면서 청춘보다 지혜로워진다는 건 바로 이 실천적 지혜를 충만히 채워간다는 점 같다.

자유지상주의라는 말은 아름답고 완벽하고 견고해 보인다. 하지만 그것을 옹호할 때 함께 옹호하게 되는 것은 이런 것이라는 것을 알고도 우리는 자유에 최선의 가치를 둘 수 있을까? 낙오자를 보호할 안전장치가 없는 자유시장, 불평등을 해소하고 공동선을 장려할 거의 모든 수단을 배제하는 최소국가, 합의를 완벽한 행위로 칭송하여 합의한 식인 행위나 노예 매매처럼 스스로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행위마저 인정하는 사고방식이다.(p148)
가끔 생각한다. 어떤 사람이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밖으로 드러나는 행동은 무척 친절하고 배려깊다. 드라마의 악인처럼 뒷날 무엇인가를 도모하기 위해 잠시 사람을 속인 것이라면 그 친절한 행위가 친절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겠지만, 죽을 때까지 자신의 구역질나는 진심을 드러내지 않고 친절하게 행동한다면 그는 선인인가 악인인가. 칸트는 아래와 같이 말한다.

칸트에 따르면 어떤 행동의 도덕적 가치는 그 결과가 아니라 동기에 있다. 중요한 것은 동기이며, 그것은 특정한 종류라야 한다. 중요한 건 옳은 일을 하는 것이며, 그 이유는 옳기 때문이 라야지, 이면에 숨은 동기 때문이어서는 안된다. "선한 의지가 선한 까닭은 그것이 어떤 효과나 결과를 낳아서가 아니다"p158

도덕과 정의가 수많은 사람이 같이 모여 살면서 일어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준이라고 생각한다면 끝까지 마음속의 악행을 행하지 않은 자를 악인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게 여전히 나의 생각이지만, 살인자가 자기 집에 숨어 있는 친구의 행방을 묻더라도 그에게 거짓말을 해서는 안된다고 말하는 칸트의 기준은 좀 더 높고 숭고하다. 하지만 굳이 거짓을 말하지는 않고 상황을 모면하는 그의 교묘한 실천방안 또한 웃음을 머금게 한다.(부적절한 행위에 대해 거짓증언만은 피해갔던 빌 클린턴과도 유사하다)

사람들이 사회에 모여 살면서 지켜야 할 암묵적 합의에 대한, 정의론을 쓴 미국의 정치학자 존 롤스의 주장 또한 흥미롭다.

우리가 집단의 삶을 지배할 원칙을 정하기 위해, 그러니까 사회계약을 작성하기 위해, 현재 모습 그대로 한 자리에 모였다고 가정하자. 어떤 원칙을 고를까? 이 작업은 아마도 쉽지 않을 것이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원칙이 다를 테고, 그 원칙들은 각자의 이해관계, 도덕적 신념, 사회적 지위를 반영할 것이다...어쩌면 타협점을 찾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타협은 했을 망정일부 사람들이 다른 이들보다 더 우월한 교섭력으로 이미 타협점에 도달했을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 사회계약을 공정한 합의라고 말할 근거는 없다. 이제 한 가지 사고 실험을 생각해 보자. 원칙을 정하려고 모인 사람들이 자기가 사회에서 어떤 위치에 속할지 모른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니까 "무지의 장막" 뒤에서, 즉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일시적으로나마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선택한다고 상상하자... 이처럼 자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면, 그야말로 원초적으로 평등한 위치에서 선택하게 된다. 이처럼 협상에서 어느 누구도 우월한 위치에 놓이지 않는다면, 우리가 합의한 원칙은 공정하다.p199

이때까지의 내가 어떤 사안에 대해서 나와 내 가족에게 해당사항이 없으면 나몰라라 했던 것과는 달리, 성숙한 시민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합당하게 행동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정의인가라는 질문을 판단의 기준으로 삼아야겠단 생각도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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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잃어도 사람은 잃지 말라 -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인생을 바꾸는 감동의 한마디
에구치 가쓰히코 지음, 홍성민 옮김 / 더난출판사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경영의 신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격언을 모은 책이다.

저자(아마도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명언을 모은 책을 여러권 낸 모양)가 출간한 책 중 인간 존중과 개인의 풍요로운 삶이라는 주제와 관련하여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엄선하여 재정리한 책이라 한다.

리뷰를 위해 책을 읽을 때 마음에 남는 부분에 귀를 접어두는데 이 책에선 자존감, 행복을 위한 긍정의 메시지, 힘겨운 인생 앞에 선 당신에게 등의 챕터에서 접힌 페이지가 많이 나왔고 성공에 이르는 지혜, 하는 일마다 성과를 내는 일의 기술 같은 챕터에서는 별로 나오지 않았다. 책의 내용이 문제가 아니라 나라는 사람이 그런 사람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왼쪽 페이지는 제목과 짧은 요약, 오른쪽 페이지는 본격 격언이다.
이렇게 두 페이지를 한 단위로 135개의 격언을 주제별로 쉽게 얻을 수 있다.

연말에 '왜 도덕인가'를 읽고 '지금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고 있는데 '정의...'와 '도덕...'을 읽으며 사회의 성숙한 구성원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의 뼈대를 세우고,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따뜻한 생활의 지혜로 살을 채우면 되겠네 싶은 생각이 들었다. 마침 최근 읽은 책들과 시점이 잘 맞아들어가서 퍼즐의 조각들이 자기 자리를 찾아 탁 들어간 듯한 느낌이 들었다.

마쓰시타 고노스케, 경영의 신이라는 말만 들었지 실제로 어떤 사람인지, 무슨 말을 했는지 잘 모른다.
각각의 격언들을 좀 더 풍부한 자신의 경험담과 함께 들었다면  더 많은 살을 얻었을텐데 그 말이 처음 나온 배경으로부터 들어내어 격언만 따로 모아놓은 만큼, 한번에 후루룩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대신 풍성한 곁가지는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이 양날의 검.

페이퍼백을 선호하는 사람으로서, 너무 힘준 양장본 형식으로 나온 점은 조금 아쉽다.

발췌
대의보다 인간이 먼저다
인간을 좋고 나쁜 측면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본성은 자체로 위대하다고 보는 것은 어떨까?...
인간은 스스로 위대한 존재라고 믿는 데서부터 고매한 사명감이 생겨나고, 책임에 대한 냉엄한 자각이 생겨난다.
 
보통으로 산다는 것
보통으로 산다는 것은 단순히 따분하고 평범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다.
살아 있음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인생을 천천히 견실하게 보내는 것이다.
한마디로 있는 그대로의 하루를 사는 것이다.
보통 속에 진정한 감동이 가득하다는 것을 당신은 알고 있는가?

당신의 문 앞에 기회가 있다.
인간의 얼굴을 이루는 요소는 지극히 한정되어 있는데도 누구하나 똑같은 얼굴이 없다.
인간은 한사람 한사람 다르게 태어났고 그런 의미에서 인간은 애초에 불평등하게 태어났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차별은 용납할 수 없다. 이것은 불평등과는 다른 문제다.
중요한 것은 불평등한 자신의 입장을 인식하고, 주어진 기회를 살리도록 노력하고 도전하는 것이다.
애초 결과가 평등하지 못한 것을 탓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기회를 인식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얽매이지 않는 삶
원래 인간은 성공하도록 되어 있지만 어쩔 수 없이 무가치한 것들이 삶에 들러붙게 된다.
지식과 지혜가 늘고, 사회에 나가 어른이 될수록 자신을 얽매는 것들도 늘어난다.
그것을 없애는 것이 바로 '순수한 마음'이다. 순수한 마음에 이른다는 것은 인생의 쓴맛 단맛을 경험하면서도 그것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 뿐만 아니라 타인도 생각하며 해야할 일을 하는 것을 말한다.

무엇이 옳고 그른가
현대인들은 매사를 '좋다' '싫다'라거나 '느끼다' '못 느끼다'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런 감정만을 기준으로 살 수는 없다....
'하고 싶다' '하고 싶지 않다'라는 태도로도 성장할 수 없다.
'하고 싶지 않아도 하지 않으면 안된는 것은 한다' 하고 싶어도 해서는 안되는 것은 하지 않는다'라는 분별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그것이 견식으로 이어지고 이런 태도가 쌓여 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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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구글 마이크로로소프트 삼국지 - 그들이 바꿀 인터넷 세상, 우리가 누릴 인터넷 세상
오카지마 유시 지음, 김정환 옮김, 예병일 감수 / 예인(플루토북)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는 기간에 우연히 케이블에서 영화 '라스트 사무라이'를 보았다.
그 영화를 보는 입장에서는 당연히 심정적으로 사무라이들의 편에 서게 되지만 신식 무기 앞에 스러지는 그들의 모습은, 기존의 질서를 지키기 위해 새로운 것을 거부하며 몸부림치다 결국은 대세를 거스르지 못하고 급류에 휘말리는 모습으로 읽혔다. 새로이 열린 기술의 언어로 세상이 재편되는 것을 거부하는 이익당사자들의 모습을 영상화한다면 저렇게 표현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오버랩되었다.

아이폰의 주소록을 이용하여 편리하게 무료 통화를 할 수 있게 해주는 바이버라는 어플의 사용을 통신사들이 적극 막고 나선 것도 그런 모습의 한 예가 되겠다. 그들이야 깔아놓은 망이 있고 그 망을 통해 음성, 데이터, 문자 메시지 등과 같은 자신들이 정해준 가능성 안에서 이용자들의 활용방식을 제한함으로써 수익을 창출하고 싶겠지만 한번 터진 봇물은 주먹으로 막아지지 않는 법이다.

이전 사람들도 세상의 변화를 두고 이렇게 급격하다고 느꼈을까, 더 이상 빠른 속도로 세상이 헤쳐모여를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SNS, 스마트폰, 클라우드 컴퓨팅, 구글맵 등을 통한 세계의 재편은 세찬 물살을 타고 우리 삶의 영역으로 밀려오고 있다. 아직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가장 좋은 기기, 가장 좋은 조건을 호시탐탐 노리며 조금 더 대중화 되었을 때 물결에 동참하겠다고 벼르고 있는 나까지 참여했다면 이건 진짜 대세야,라고 말 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의 유행에 그저 따라가는 사람이긴 하지만, 아니 그렇기 때문에 이런 나까지도 이 물결에 동참하는 분위기라면 이 물결은 반드시 우리의 삶을 변화시킬 것이라는 데에 생각이 이르고, 그렇다면 이 격변기는 우리가 사는 세상을 어디로 이끌어 갈 것인지를 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시점에 참 시의적절한 책이라고 본다.
 
이 책에서는 구글, 마이크로 소프트를 대척자로 두고, 애플은 구글, MS와 벗어나는 지점에서 그러나 언제 판세를 뒤집을지 모르는 다크호스로 조명하고 있다. 격변의 시기에 가장 중요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이 세 플레이어 중 한국에서 생활하는 일반인 유저인 내게 여태까지 구글은 그리 큰 인상을 남긴 기업은 아니었다. 검색은 네이버로 충분했으니까. 

한데 클라우드라는 서비스방식과 연계해서 등장하는 구글의 서비스에 대해 읽다보면 아, 편하겠다, 이래서 그렇게 맨주먹으로 시작해서 세상을 재편할 수 있었군,하면서 납득을 하는 한편으론 조금 무서운 생각까지 든다. 구글 맵으로 지구촌 어지간한 곳을 다 데이터베이스화하질 않나, 저작권이 만료된 모든 책을 데이터베이스화하질 않나. 

구글이 제공하는 원스탑 서비스에 발을 들여놓았다간 내 모든 삶이 구글 이용현황으로부터 역추적되겠구나 하는 두려움에서 시작하여 + 지금 편리하다고들 난리를 치는 저 맵 정보, 외계인의 지구 침공에 역이용되면 어쩔껀데? 안 가본 곳 항공뷰니 위성사진이니 하며 찾아보다 결국 대도시 먼저 공습당하겠군, 하는 (괜한?) 걱정에 더해 이젠 아예, 구글이란 회사 자체가 지구를 정복하러온 외계인 아니야?하는 의구심마저 드는 것이다.

구글의 경영 방침은 '전 세계의 정보를 정리하는 것'이다. '정리'라고 하면 왠지 좋은 말처럼 들리지만, 이것은 결국 정보의 장악을 의미한다. 모든 정보를 정리하기 위해서는 모든 정보를 알고 있어야 하므로 이는 자명한 이치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구글만큼 탐욕스럽게 정보를 수집하는 조직은 역사적으로도 찾아보기 어렵다. 국가적인 정보기관조차도 구글만큼 많은 정보를 다루지는 않는다...구글에게 클라우드는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그들이 클라우드를 지향하는 이유는 그들의 목적인 '정보의 정리'가 현재의 일반적인 시스템 운용 방법보다 용이하기 때문일 뿐이다.p106~108

어설픈 음모론은 이쯤에서 접기로 하고..

이 책은 그래서 이 싸움에서 누가 이길지, 그래서 나는 무엇을 선택하고 어느 길목에서 기다려야 하는지를 일러주는 책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 일어나고 있는 세기의 전환기를 충분히 즐기며 관전하는데 필요한 해설을 적절히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왜 클라우드인가

하드웨어는 결국 망가지는 물건이며, 장기간 사용하지 않을 때도 있다.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서비스일 뿐, 하드웨어의 유지 보수나 OS의 도입에 시간과 정력을 소비하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서비스의 공급을 고도로 효율화 하고자 한다면 그 형태는 필연적으로 클라우드가 된다.p57 

효율적이라고 해서 반드시 그것이 최적의 해결책인 것은 아니다. 생산 효율로 보면 수입에 의지하는 편이 더 나은 식량 분야에서 자급률에 집착하는 것도 수입이 끊어지면 어떻게 하느냐는 공포심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컴퓨터 서비스도 네트워크가 끊어지면 멈춰버리는 리스크가 있다. 이 리스크가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이상, 기업들이 필요 불가결하며 멈춰서는 안 되는 최고의 중요 업무를 클라우드로 완전히 이행하기를 망설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100퍼센트 자급률을 유지하는 것도 비용이나 기술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리스크가 있다.

그러므로 현실적으로는 둘 중 어느 쪽을 채택할 것이냐가 아니라, 둘을 어떻게 조합해 리스크를 줄이느냐가 과제가 될 것이다. p59 

새로운 규칙 아래서 기업들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경쟁에 국경이나 지리적 조건, 물리적 거리 같은 장벽은 없다. 많은 장벽이 제거되는 가운데 그동안 사수해온 기득권은 완전히 무효화될 것이다.p76

선명해지는 마이크로소프트와의 대립
(구글의) 크롬 OS는 개인용 컴퓨터에 정보를 남겨두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다. 물론 정보를 인터넷에 집약하고 싶은 구글의 의도와 합치하는 전략이다. 그래야 정보의 유동성과 참조 효율이 높아진다. 개인용 컴퓨터에 정보를 남겨두도록 바라는 윈도우와는 대조적이다. 이렇듯 두 회사의 접근법은 하나부터 열까지 정반대다. MS는 기존의 개인용 컴퓨터에 많은 자산을 보유한 상태에서 클라우드에 뛰어들려 하지만, 구글은 클라우드에 막대한 자산을 보유한 상태에서 사람과 클라우드의 접점인 개인용 컴퓨터에 침투하려 한다. 현대는 구글의 주된 자원은 클라우드에, 마이크로소프트의 주된 자원은 온프레미스에 있기 때문에 충돌이 그다지 심하지 않지만, 향후 5년 안에 양쪽의 주요 제품과 서비스군은 격돌하게 될 것이다.p128

과거에 개인용 컴퓨터는 집이었다. 구글은 개인용 컴퓨터를 창으로 만들려고 한다. '창문에서 보이는 경치 속에 모든 것이 있으니 집에는 아무것도 들여놓을 필요가 없다', '집조차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고 속삭인다. 이제 사람들은 이런 주장이 시대의 흐름을 ㅁ나들고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지만, 집에 모아놓은 방대한 개인 물품을 전부 버릴 수 있을지, 버리고 싶어할지는 또 다른 문제다. p141

전자책 시장
구글의 도서 검색 프로젝트는 서적의 全文 검색 서비스라고 설명되지만 그 본질은 모든 서적을 전자화해 웹에 싣는 데 있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그들의 사명은 전 세계의 정보를 정리하는 것이므로 구세계 정보의 보고인 서적과 도서관은 그들에게 아직 캐지 않은 광맥일 것이다.p178

원래 OS 분야는 구글의 홈그라운드가 아니지만, 마침 현재는 클라우드로 이행하는 시기다. 구글로서는 천재일우의 호기인 것이다. 클라우드와 친화성이 낮은 구 OS들이 새로운 기술로 이행을 서두르는 가운데 그 기회를 틈타 클라우드형에 특화된 OS로 전장을 지배한다. 중략 접근 방식에서 대조적인 이 두 강자는 경쟁 과정에서 서로 다른 설계의 제품군을 차례차례 만들어낼 것이다. 이것은 컴 운용의 국면에 장족의 발전을 가져올 것이며, 이용자들은 장기간에 걸쳐 기술적인 혜택을 누릴 것이다. 그러나 주의해야 할 점은 표면적으로는 비슷해도 중심핵 부분은 다르다는 사실이다. 모든 라인업에서 정면으로 격돌한다 해도 구글이 가진 힘의 원책은 웹에 있고, MS가 가진 힘의 원천은 온프레미스형 단말기에 있다. 이용자는 이 점을 잘 이해한 다음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 구글적인 생각을 지닌 사람이 MS 제품을 사용한다면 행복하지 못할 것이며, 나중에 마이크로소프트에서 구글로 옮기려고 생각했을 때는 이미 MS의 울타리 안에 갇혀버린 뒤일 가능성도 있으니 말이다.p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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