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 아이들과 한 달 살기
전은주(꽃님에미) 지음 / 북하우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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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에 학원 순례 대신 제주도에서 아이와 한달 살기라닛! 머리를 뭔가로 맞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땐 아이들이 3세 5세로 어리다보니 당장 달려가서 책을 사진 않았다.

 

블로그에서 관련 포스팅을 읽다보니 나랑 결이 맞는 분이라는 촉이 온다. 이웃추가를 하고 이때까지 나혼자 들여다보면서 혼자 친하게 사귀고 있었다. 그러다 책이 북하우스에서 재출간되면서 책드림 이벤트를 하시길래 맹구같이 달려가서 저요저요해서 읽게된 책.

  

이미 전작인 놀이책을 도서관에서 빌려 읽어서 이 분의 책엔 기본적으로 믿고 가는 부분이 있다.

내가 미술을 아주아주아주아주*100 못하고 싫어하고 귀찮아하는 사람인지라 그걸 읽고 아이들에게 미술놀이 따위 시켜준 적이 없지만(http://swordni.blog.me/10117485314  이런 걸 했었군 ㅋㅋ) 굳이 그 놀이책을 보고 그대로 아이에게 해주지 않더라도 엄마와 아이가 함께하는 동안 아이에게 반응하고 즐겁게 교감하는 엄마만의 방법이 있다면, 굳이 이걸 다 따라해야 좋은게 아니라 몸에 간지럼 태우는 장난만으로도 아이를 즐겁게 키우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는 걸 상기시켜주는 그런 면이 좋았다.

 

아이를 키우면서 잘하고 있는지 어쩐건지도 모르겠고 내가 아이한테 잘 못해줘서 얘가 잘 못되는게 아닌가... 불안해하는 초보엄마들에게 니네 이런 거 모르지 내가 이런 거 해봤다? 이거 너네도 꼭 해봐, 이런이런이런 점이 좋아,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아이랑 놀아주고 싶을 때 이런 거 해주면 재미있어 하드라. 그러니 참고해. 근데 그거 알지? 이런 거 안 해줘도 아이한테 집중하고 교감하면 그것만으로도 애는 좋아한다?라고 얘기해 주는 것 같다.

 

나는 아이들에게 책 읽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별로 없다.

집에선 책을 읽지 않기 때문이다. 나의 독서는 거의 지하철에서만 이루어진다.

근데 가끔 책이 너무 재미있으면 집에서도 읽는다. 빨리 다음을 읽고 싶어서. 이 책이 그랬다.

이 책을 다 끝낼 때까지는 자꾸 집에 와서 밥해먹이고 난 여유시간에(설겆이는 아침까지 미뤄둬야 맛이다ㅠㅠ) 책을 잡게 됐다. 평소엔 그런 여유시간엔 옷을 재단하든가 패턴을 베껴그리는 난데 말이지...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은 어디갈까~ 느긋하게 정해서 도서관으로, 바다로, 숲으로 향하며 지낸 시간의 기록들을 읽으니 자연히 내 어린 시절의 여름방학이 떠오른다. 광안리 바닷가에 있는 아파트 단지에서 살았으므로 여름 방학엔 산수문제집 한권 들고 수영복 입은 채로 수건하나 걸치고 매일 햇빛이 가장 뜨거운 시간에 쫄래쫄래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수건에 문제집 꽂아놓고 파도를 타면서 질릴 때까지 놀다가 산수문제집은 한장 풀고 올까말까. 그 시절엔 그게 특별한 추억이 되리라곤 생각도 못한 평범한 일상이었지만 지금 나는 내 아이들에게 그런 시간을 만들어주기 위한 궁리에 빠져있다.

 

이제 아이들이 5세, 7세.

아직 첫째가 학교 입학도 안했지만 슬슬 방과후와 방학에 대해 생각이 많다.

방과후는 도서관 근처에서 책읽다 운동장에서 놀다 하면서 퇴근해 오는 엄마를 기다리면 좋겠고, 방학 땐 덩어리로 여행다니면 좋겠다.

그래봤자 첫째의 초등학생 시절 6번의 여름방학에만 할 수 있는 일일테니 6군데만 물색하면 된다.(슈 5, 6학년 땐 누나가 중학생인 관계로 너도 공부해야 할 듯?ㅋ) 친정에서도 한 3주, 경남 고성 이모댁에서도 한 3주, 제주도에서도 한 3주, 지리산에서도 한 3주, 울릉도에서도 한 3주, 경주에서도 한 3주, 이거면 땡이네.. 겨울엔 그냥 짧게 다니고~ㅋㅋ(김칫국 한단지 원샷)

물론 이 3주의 체류기간엔 아빠가 메인이 되고 엄마는 2주만 같이 있다가 1주일 전에 회사로 복귀하는 걸로.ㅋㅋㅋㅋㅋ

신랑 콜??(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당신에게 바친다!)

 

책을 읽는 동안 마음이 푸근해지고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고 나도 그런 세상에 한발짝 담그고 있다는 게 덩달아 행복해지는 힐링효과는 덤.

 

맞아, 이 마음 나도 알아 싶은 문장들과, 애 둘 있는 집의 현실을 미화하지 않는 진솔한 표현, 제주도의 다양한 스팟들에 대한 담백한 정보까지 빠지는 것 없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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