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역 니체의 말 초역 시리즈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시라토리 하루히코 엮음, 박재현 옮김 / 삼호미디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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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니체에 빠져들게 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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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통을 잇는다는 집념과 정열의 성취를 본 지금, 이제 그 정열과 집념은 갈 곳이 없게 되었다. 아니 갈 곳이 없다기보다 차디찬 재로 변해버린 것이다. 흐뭇해하고 만족해하는 마음 한 구석에는 말할 수 없는 적막함과 외로움이 있다.(p19)

인심도 물과 같아서 낮은 곳으로 흐르기 마련이요 거슬러오르는 법이 없으니 서희의 처지는 고립되어갈 수밖에 없었다. (p21)

마을에서는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불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와 같은 독(毒)을 마을에다 뿌리고 다닌 것이 삼수다.(p23)

자기 할 일을 끝내었다는 안도감이 이렇게 허한 함정이 될 줄은, 깨달을수록 짧아만 가는 해가 김훈장에게는 길어져만 가는 듯 느껴졌다. 한경이나 자부에 대해 불만이 있어 그랬던 것은 아니다. 할 일이 없고 목적이 없는 무료함 때문이다.(p27)

지금 동방의 작은 등불 같은 조선의 백성들은 동트는 하늘을 바라보기 위해 새벽잠을 깨고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온 것은 아니다. 무거운 오수에서 눈을 뜬 혼미한 얼굴이며 한밤중 뇌성벽력에 잠이 깬 경악의 얼굴이며 주야를 헤아리지 못하고 어디까지 왔는가를 알지도 못하며 밀려오고 밀려가는 개명의 물결 소리를 듣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꽤 여러 해 동안을.(p60)

"정말 그렇다면 나는 귀신하고 싸울 테야! 신령님네 살려주시오, 살려주시오 골백번 그래 봐야 아무도 살려주진 않던걸. 구구하고 치사스러워."
놀라며 봉순이 쳐다본다.
"모조리, 다 잡아가라지. 하지만 나는 안 될걸. 우리 집은 망하지 않아. 여긴 최씨, 최참판댁이야! 홍가 것도 조가 것도 아냐! 아니란 말이야! 만의 일이라도 그리 된다면 봉순아? 땅이든 집이든 다 물속에 쳐넣어버릴 테야. 알겠니? 난 그렇게 할 수 있어. 찢어 죽이고 말리어 죽일테야. 내가 받은 수모를 하난들 잊을 줄 아느냐?" (p152)

삼월의 얼굴의 피멍도 노상 새로웠지만 그것을 볼 때마다 느끼는 어머니에 대한 두려움도 새로웠다. 어떤 때 병수는 삼월의 멍든 얼굴이 자기 등에 짊어진 혹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한다. 눈으로 볼 수 없는 등의 혹에도 저와 같은 피멍이 있고 손톱으로 할퀸 핏자국이 있으리라는 생각을 한다. (p168)

하늘과 땅덩어리는 끝과 끝을 꽉 물려놓은 것처럼 몇천 몇만의 겁을 그러하였는지 완강하게 팽팽하게 정지하고 있었다. 세월은 도시 어느 통로를 거쳐서 지나가고 있는 것일까. 삼월이 애기를 낳았고 수동이 죽었다. 그게 세월이란 말일까? 불타 없어진 누각 빈터에 쭈그리고 앉아서 마을을 내려다보며 병수는 생각한다. 그러고 보니 팽나무에서 시끄럽게 울던 매미도 찬 서리에 죽어 없어진 모양이고 곱게 물들었던 잡나무숲에는 물기 잃은 마른 잎이 구른다. 탐스럽게 벼이삭이 일렁이던 들판은 회갈색 쓸쓸한 빛깔이다.(p171)
'날마다 해는 동쪽에서 서쪽으로 가고, 그게 세월이란 말일까? 그래서 사람들은 늙어가고 죽고 또 아이가 태어나고 자라는 걸까? 세월, 시간, 그게 뭐길래? 해가 뜨고 달이 뜨고 또 지고 사람이 죽고 아이가 태어나고, 알 수 없군. 정말 윤회라는게 있다면 왜 사람이나 짐승이나 벌레나 초목이나 그런 것들이 빙빙 돌아야 하는 걸까? 세월은 바람일까? 바람이 사람들을, 이 세상에 있는 것을 어디로 자꾸 몰고 가는 걸까?'

산에 오르면 늘 하는 생각이다.
'아니야, 끝이 없을 건데, 시작도 없을 건데 어째 시간이 있단 말이야? 사람들은 해시니 술시니 하고 길이를 재어서 시각에 이름들을 붙이지만 이 천지가 꼼짝 않고 있는데 세월이 어디 있다고 금을 긋고 길이를 재느냐 말이야.'(p172)

서희와 병수의 모습이 대조되면서도 닮은 듯하다. 서희의 독한 말들이 긴장감을 준다면 병수의 어리숙한듯 하면서 착한 마음은 표현은 다르지만 둘 다 많은 내적 상실과 혼란을 겪으며 자기 나름의 방식을 갖춘 듯 하다. 처음에 병수에게 가졌던 나의 고정관념과 편협된 시각이 그의 말투와 그의 생각들, 질문들을 대하며 변하였다. 나 또한 이런 시간의 의미에 대해 고민해 본적이 있어서일까? 지나간 과거에 집착하기도 하고 다가올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현재를 즐기지 못하기도 한다. 세월? 시간의 시작과 끝? 어쩌면 지금 이 순간! 즉, 영원한 현재만 존재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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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선생의 시끌벅적 한국사 1~10권 세트 - 전10권 (스페셜판, 반양장) 용선생의 시끌벅적 한국사
금현진.손정혜 외 지음, 이우일.박소영 그림, 이정은 외 정보글, 세계로 기획, 송호정 외 / 사회평론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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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싫어하는 여자 아이들도 쉽고 재미있게 접할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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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을 위한 과학실험 380 - 공부가 쉬워지는 탐구활동 교과서 교과서 잡는 바이킹 시리즈
E. 리처드 처칠 외 지음, 강수희 옮김, 천성훈 감수 / 바이킹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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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을 좋아해서 과학 학원을 다니는 딸이 정말 좋아하는 책입니다.
집에서도 해볼수있는 다양한 실험들이 있어 유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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