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셀 자서전 - 상
버트런드 러셀 지음, 송은경 옮김 / 사회평론 / 2003년 3월
평점 :
절판


 

'행복의 정복'을 읽고 깊은 감명을 받은 후 버트런드 러셀 자서전은 나의 독서리스트의 상위에 있었다. 사실 '행복의 정복'은 그의 학문적인 다른 저서들과 비교해 볼 때 디저트 같은 달달하고 가벼운 종류에 해당하는 것이지만 나는 그 한권에 이 천재 사상가이자 수학자, 철학자의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이 모두 녹아내려있다고 본다.


러셀의 자서전은 프롤로그의 첫 문장에서부터 이미 압도적이다.


"단순하지만 억누를 수 없는 강렬한 세 가지 감정이 내 인생을 지배하였으니 첫째, 사랑에 대한 욕구, 둘째, 지식에 대한 욕구, 셋째, 불행한 사람들에 대한 연민이 그것이다"

이 세 가지 감정은 이제 나의 인생도 지배하는 것들이 되었고, 이 세 가지 감정에 따라 나의 리뷰도 전개해 보고자 한다.


먼저, 지식에 대한 욕구이다.

러셀은 두 번째로 꼽았으나 자서전에서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다름 아닌 바로 그의 지성이다.

버트런드 러셀은 그의 전공인 수학뿐 아니라 철학(후에 그는 수학도 어차피 똑같은 내용을 다른 언어로 이야기하는 것이라 보았다), 논리학, 정치, 사회운동, 교육 등에서 40여권의 저서와 수많은 강연을 남겼고, 노벨문학상(저서 '결혼과 도덕') 수상자이기도 하다. 방대한 분야에 걸친 그의 연구와 저서는 결국엔 세상과 우주와 인간을 이해하고 싶다는 욕구에서 모두 출발한다.

관련하여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들은, 15세 때 신이 있는지 없는지를 논리적으로 분석해보다가 신은 없다는 것으로 결론을 내리고 일기장에 이 내용을 쓰는데 결론을 보고 놀랄 가족들에 대비해 그리스어로 일기를 썼다. 혼자 사색하는 것을 즐기던 소년기의 러셀은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기도 했는데, 같은 천재들이 모인 캠브리지 대학에서 그는 평생의 친구가 될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 (말년에 아인슈타인과도 친분 관계가 있었고, 그가 추진한 핵확산금지운동에 아인슈타인이 서명을 해주기도 하였다) 그는 캠브리지 대학 시절까지 수학과 철학 분야에 있어 중요한 책들은 모두 읽었다. 그러나 대학 강의에서는 그다지 배울만한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늦게 얻은 아이들을 위해 자신의 신념과 맞는 학교를 찾지 못해 직접 학교를 설립하여 교육하기도 하였다. 


둘째는 불행한 사람들에 대한 연민이다.

사실 ‘행복의 정복’도 자신의 우울하고 불행했던 소년기와 청년기를 분석해 봄과 동시에 행복은 정복될 수 있으므로 행복해지라는 메시지를 우리들에게 전하고자 싶었던 그의 따뜻한 마음이 동기가 되어 저술된 것이 아니었을까.

상권은 세상에 대한 호기심에 눈뜬 소년기부터 캠브리지대학 시절 등 청년기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하권은 1차 세계대전으로 세상과 인간을 바라보는 시각에 변화가 생긴 러셀의 핵확산 금지 운동, 평화운동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젊은 시절 수학과 철학을 중심으로 한 세상의 진리를 얻기 위해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태도를 잃지 않았던 러셀은 1차 세계대전의 발발로 인해 인간의 영혼, 본성에 초점을 두고 연구와 저서 활동을 해 나간다. 인간이 인간을 죽이고자 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그러한 욕구는 어디서 나오는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핵무기의 위기가 급증하는 냉전시대에 세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인류를 계몽하고 설득하는 활동에 혼신을 다한다.

그래서 그의 인생의 후반부의 기록에서는 그의 인류에 대한 휴머니즘 정신을 강렬히 느낄 수 있다. 그는 인류가 불행해지기를 원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사랑에 대한 욕구다.

여성들과의 사랑은 러셀의 인생에 있어 아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공식적인 부인만 4명이었고, 애인들까지 합치면 7명 정도 되는데 모두 지적이고 용감한 여성들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러셀은 사랑하는 여인들이 아니었으면 자신은 훨씬 편협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성과 권위를 갖춘 남성들이 쉽게 할 수 없는 이 발언은 여성인 독자로서 그의 위대함을 더욱 칭송하게 만든다.

물론 러셀이 말한 사랑에 대한 욕구가 이성간의 사랑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닌 인간 본성에 근본적으로 내재된 사랑을 강조하고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지적 능력을 갖춘 남성들이 흔히 사랑에 서툴고 진지하지 못하는 경향을 감안하면, 그리고 러셀도 말했듯이 여성들과의 사랑이 그의 인생에 미친 영향을 감안하면 이 욕구를 좁은 의미로 해석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이제 본격적으로 그의 학문적 성과에 입문해야겠다. 우선 ‘서양철학사’부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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