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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예술화 전략 - 창의적으로 사는 법 88가지
에릭 메이젤 지음, 조동섭 옮김 / 마음산책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요즘 어떻게 지내?"
잊을 만하면 연락을 주는 친구가 있다.
친구의 목소리를 듣는 내내 미안한 마음에 '아! 다음에는 내가 먼저 연락해야지' 하고 생각하지만
생각처럼 잘 되지 않는다. 반 년쯤 지나면 어김없이 친구가 먼저 연락을 한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친구의 전화를 받았다.
언제나처럼 어떻게 지내냐며 안부를 묻는 말에 대수롭지 않게 "잘 지내"라고 대답했다.
그 순간, 별 생각 없이 일상적으로 쓰던 이 말이 갑작스럽게 새삼스러워졌으니,
이 책 때문이다. 아니, 이 책 덕분이다.
우리가 큰 고민 없이 습관처럼 살아가는 익숙한 일상의 순간순간을 88장으로 나누어 포착해
매순간을 보다 섬세하고 의미 있게 보내고,
나아가 삶 전체를 견고하고 창의적으로 만드는 한 부분으로서의 일상의 한 순간을 보내는
기술적 방법을 제시하는 이 책은 그간 일상이 무료하다 여겼던 내 생각에 큰 일침을 던졌다.
책의 26장은 '질문'에 대해 이야기한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답을 구해보라고 말한다.
친구의 전화를 끊고 난 뒤 과연 내가 어떻게 지내는지 스스로에게 되물어보았다.
그러면서 내가 얼마나 나 자신에 대해 무관심했으며,
그 결과 내가 나를 잘 모르고 있을뿐더러 혹여 불리한 판단은 외면하려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책은 창의적인 삶을 돕기 위한 실제적 방편을 제시하지만
무엇보다 독자로 하여금 본질적인 의문에서 시작해 삶을 보다 성실하게 바라보게 하고,
생각한 결과에 대해 과감하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한다.
결국 창의적인 삶이라는 것 역시 자신을 제대로 아는 데서 시작한다.
"의심하고 분석하고 실천하라!"
전체의 변화도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하듯, 일상의 순간순간의 변화가 삶 전체에 영향을 미쳐
창조적인 삶, 예술적인 삶이 가능해지는 것임을 다시금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늘 깨어 있는 자세로 자기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면 세상 모든 것에 관심이 일고,
그 결과 일상의 순간순간이 흥미로워지며 생각이 자유로워지고,
내부에서 실천에의 원동력이 솟아나 삶은 자연스럽게 예술이 된다. 자신의 삶에 확신이 생긴다.
대부분의 자기계발서처럼 이 책 역시 교과서적인 뻔한 이야기 일색이라고 치부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다채로운 사례들과 함께 나지막히 들려주는 듯한 편안한 문장 속에는
깨어 있는 삶을 살도록 부추기고, 자신의 판단에 확신을 갖고 실천하게 하는 힘이 담겨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이 책을 창의력을 일깨우는 지침을 담은 자기계발서가 아닌
진정한 나를 바라보게 하고 내 안에 잠재된 능력에 눈 뜨게 하는 자기성찰서로 분류하고 싶다.
자기계발서를 그다지 반기지 않는 편인 내가 이 책을 읽고 서평까지 남기게 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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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56~57쪽
지나간 실패에 대해 스스로를 용서하지 않으면,
더 나아가 그 실패를 통해 교훈을 얻지 않으면, 결국 실패를 두려워하게 됩니다.
실패를 두려워하면 창의적인 사람이 될 수 없습니다.
창의적 노력에는 당연히 실패가 많이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
아인슈타인은 상대성 이론을 생각해냈지만 통일장 이론으로 확립하지는 못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다른 창의적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성공한 동시에 실패했습니다.
본문 105~106쪽
우리는 어떤 사물을 볼 때 그 구성 요소들에는 전혀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전체만 보고 건너뛰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누구에게 폭격을 가하는지, 폭격의 목적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전쟁에 찬성 혹은 반대 입장을 쉽게 말해 버립니다.
지렁이, 박쥐, 바이러스 같은 다른 생명체가 밤낮을 어떻게 보내는지 관찰도 해보지 않은 채
삶의 본성에 대해 의견을 말해 버립니다. (.....)
우리는 거대한 대성당도 벽돌 하나하나가 모여 지어진 것임을 몸소 깨달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