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기시감에 알라딘 서재에 이 책을 검색해보았다. 평소 존경하는 인터넷 서평가 ‘로쟈’님이 남겨주신 서평이 내가 겪는 기시감과 정확히 일치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작가 배수아는 한국어를 가장 이질적으로 구사하고 한국어를 외국어로 쓰는 사람이다. 여차하면 ‘번역소설’로까지 느껴지게 하는 책이 바로 그의 작품이란다.
책 말미에 나오는 <꿈, 기록 - 김사과> 장이 매우 인상 깊었다. 책을 읽을 때, 김중혁 작가의 <나는 농담이다>와 비슷한 구조를 취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읽으면 읽을 수록 더 복잡하고 세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착각이었다. 독자는 소설의 짜임이 연결되는 순간이 도래했다고 예상하는 순간 모든 걸 끊어버린다. 배수아의 장치는 훌륭하다. 소설 그 이상의 환상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