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당선언 - 백산고전대역 1
마르크스.엥겔스 지음, 남상일 옮김 / 백산서당 / 198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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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8년 칼 마르크스는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와 그 시대의 다가오는 사망에 대해 장엄한 선고를 내리게 된다. 우리가 흔히 ‘이중혁명’이라고 부르는 프랑스혁명과 영국 산업혁명의 역사적 함의를 그는‘공산당선언’이라는 조그마한 팜플렛을 통해 파헤치고 미래의 사회를 예언한 것이다.

우선 그는 프랑스 혁명의 역사적 의의를 ‘인간해방’의 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해명하였다. 즉, 전체사회를 인간의 주체적 의지에 의해 변화시킬 수 있다는 역사적 실례로서 또 그 변화 속에 획득되어지는 민주주의(democracy)의 역사적 예증으로서 프랑스혁명을 재해석한 것이다. 한편 그는 산업혁명을 바라보면서, 근대 생산력의 무한한 발전가능성과 그 속에서 혁명의 담지자로 출현하는 프롤레타리아계급을 발견하였다.

즉 ‘물질해방’ 의 가능성을 엿본 것이다. 이러한 그의 ‘이중혁명’관은 궁극적으로 그의 공산주의 혁명을 예언케 하는 데에 중요한 두 가지 축을 이루게 된다. 다시 말해 프랑스혁명과 산업혁명으로 상징되는 ‘근대’는 인간해방과 물질해방이라는 역사적 토대를 형성하는 시기이며 그 속에서 변증법적으로 발생하는 근본모순 - 생산력과 생산관계의 모순, 계급의 모순 - 으로 인해 ‘탈근대’적 사회 - 공산주의 사회 -로 넘어간다는 것이 그의 근대사 인식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공산당선언’에는 미묘한 긴장관계가 존재한다. 그리고 그것은 ‘근대’자체가 가진 긴장이며 모순이기도 하다. 그 모순은 ‘산업혁명과 프랑스혁명’, ‘물질해방과 인간해방’은 역사적 실례를 통해 결코 한 장소에 동시간대에 일어난 적이 없다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더군다나 그 두 가지 근대의 축은 정반대로 상호모순적이기까지 하다. 자본의 시초축적과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권위주의적 정권(혹은 조직된 폭력자로서의 근대국가 일반)의 불가분적 양립성은 우리가 살고 있는 ‘근대’의 진정한 참모습일지도 모른다.

이런 점에서 마르크스는 근대의 ‘신화’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즉 경제발전과 자유민주주의라는 주문을 쉴 새 없이 외워대는 헤게모니세력(근대 부르죠아철학 - 자유민주주의사상따위)의 이데올로기적 공세가 역사 그 자체에서 상호모순적임을 마르크스는 얘기했던 것이다. '자본이라는 끈으로 유적총체인 인간들을 얽어매놓고 조종하는 사회. 자신의 노동으로부터 자신을 소외시키는 사회. 끝없는 억압과 계급투쟁이 적나라하게 표출되는 사회. 자본과 테크놀로지의 논리를 야수같은 근대국가의 폭력성을 무기로 개개인의 '몸(body)'에 각인시키는 사회.'

이러한 자기분열적인 끔찍한 근대사회 내에서, 바로 그 속에서 내재적인 모순을 끄집어내고 그것을 단절해내는 '희망'을 도출해내었다는 점에서 마르크스는 분명히 '탈근대'적이다. 끝없는 비판정신이 이끌어낸 마르크스철학의 위대성이 바로 이것이다. 근대는 스스로 자신을 전복시킬 '권력의지'-마르크스라는 괴물- 를 키워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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