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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너란 존재는
소낙연 지음 / 다향 / 2016년 10월
평점 :
품절
가을에 어울리는 시놉에 마음이 끌렸던 <처음부터 너란 존재는>.
잔잔물 성애자답게 이번주 로맨스 소설도 잔잔물로 시작. :)
전작 <지켜 줄게>도 이미 구매완료. 조만간 읽을 예정!
# 나만의 키워드 : 현대소설, 잔잔물, 친구>연인, 첫사랑, 짝사랑, 다정남, 상처녀
# 남주 : 하신재(19~30세), 검사
여주 : 서준희(19~30세), KS애드 아트디렉터
# 감상 (스포주의)
쌀쌀해지는 요즘, 읽는 내내 가을가을한 느낌이 들었던 <처음부터 너란 존재는>. 친구와 연인 사이, 애매한 관계에서 주는 설레면서도 풋풋한 사랑이 고픈 지금과 잘 어울리는 글이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출간 예정작인 <천 번의 고백>의 연재본을 먼저 읽었는데, 꽤 재밌게 읽은 편이라 작가님의 글에 대한 기대가 더욱 컸다.
의식하지 못했지만 서로에게 딱 맞는 존재였던 신재와 준희. 열아홉에 처음 친구가 된 이후, 알게 모르게 일순위였고 그 누구보다 가까웠다. 검사와 광고 아트디렉터가 된 것 또한 서로의 영향이었으니. 신재와 준희는 서로가 너무 익숙하고 당연해, 오히려 남자와 여자로 마주할 틈을 오랜 시간 놓쳤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의 이름으로 붙어있던 10년 보다, 거리를 뒀던 1년 동안 각자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을 듯.
신재와 준희의 모습을 보며 우리의 연애를 보는 느낌이었다. 금요일과 수요일 사이, 애매한 목요일에 하는 매주의 데이트. 연인들끼리 흔히 즐기는 영화 관람. 이렇듯 평범한 듯한 데이트를 하는 이들의 모습은 꽤 친숙했다. 물론 신재와 준희의 비주얼은 현실과는 남달랐지만. 다만 신재와 준희에게 영화는 단지 데이트 이상의 상징적인 의미였다. 처음 이들이 친해진 계기였을 뿐만 아니라 준희의 어린 시절 상처를 치유해주는 중요한 역할이었기 때문.
한편 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하는 신재와 준희에게 집중했던 극 중반까지의 중심이, 준희의 가정사와 사건이 얽히며 빗겨간다는 느낌이었다. 그 사건 또한 흔히 예상할 수 있는 내용이라 읽으면서 약간 흥미가 떨어지기도 했고. 차라리 신재와 준희의 이야기에 더 집중했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과거 신재가 형수가 된 누나와 사귄 이유에 대해, 극을 따라가다 보면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웠다.
부모에 대한 상처로 신재를 잃고 싶지 않아 너무 뒤늦게 사랑을 깨달은 준희. 그런 '평생' 친구를 원했던 준희를 위해 기억을 부분적으로 지울 만큼 강렬한 자기 세뇌로 사랑을 감췄던 신재. 이들이 오랜 시간 돌고 돌아 서로를 마주하게 되어서 다행이었다. 큰 갈등 없이 잔잔하게 흘러가면서도 은근한 설렘을 주었던 <처음부터 너란 존재는>을 만나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