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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숲을 흔드는 바람
비니야 지음 / 스칼렛 / 2016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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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한 매력이 있어서 재밌게 읽은 <대숲을 흔드는 바람>.
생각보다 고수위 로맨스 소설이라 놀라기도. 술술 읽히는 글이어서 앉은 자리에서 완독! :)
# 나만의 키워드 : 현대소설, 나이차커플, 소유욕, 고수위, 나쁜남자, 까칠남, 후회남, 상처녀
# 남주 : 서강혁(29세), 정한그룹 후계자
여주 : 강혜원(20세), 의대생
# 평점 : ★★★☆
# 감상 (스포주의)
묘한 재미가 있어서 빠져 들었던 <대숲을 흔드는 바람>. '윗방아기'라는 색다른 소재 때문에 처음엔 시대물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현대물이었다. 솔직히 남주와 여주 둘 다 평소 좋아하는 스타일의 캐릭터는 아니었지만, 극에 집중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손을 놓지 못했던 글이다. 또 가독성도 좋은 편이라 술술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강혁과 혜원은 센 척하면서도 속은 여린 캐릭터였다. 이들은 서로에 대한 욕망에 어쩔 줄 몰라 하면서도 사랑을 깨닫기엔 마음의 상처가 너무 깊었다. 제대로 된 사랑을 받아보지 못해 그 방법을 모르는 몸만 큰 아이 같은 느낌. 거기에 가난까지 더해진 혜원이 강혁보다 더 안쓰러웠다. 꽃 다운 나이 열여덟에, 식물인간의 약혼녀라는 감투를 쓰고 윗방아기로서 온기를 나눠주는 역할까지 해야 했던 그녀의 삶이 애잔했다.
혜원은 색다른 느낌의 여주였다. 착하고 가난한데 예쁘기까지한 캔디가 아니라, 욕망 있고 여자로서의 매력도 지녔다. 또 되바라진 언행을 하면서도 어떤 면에선 그 나이에 맞는 순수함을 드러내곤 했다. 본인이 가진 욕심에 대해 저열하고 악마같다며 자신을 나쁘다고 말하는 혜원. 정말 나쁜 사람은 그런 자신을 돌아볼 줄 모르는데, 혜원은 본인을 직시하고 후회할 줄 아는 인물이었다.
이상하게 강혁보다는 남조였던 강혁의 형, 강준에게 더 마음이 갔다. 오히려 강혁은 극 내내 나의 욕을 찰지게 들어야 했다. 혜원에게 입에 담지 못할 상소리와 거친 행동을 할 때마다, 나중에 얼마나 후회하려고 저러나 싶었다. 혜원과 강혁, 강준 모두 어떻게 보면 참 짠한 캐릭터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관계 속에서 혜원은 스물이라는 예쁜 나이에 별 꼴을 다 겪으며, 이상향과 절박한 사랑 사이의 차이를 배워가고 있었다.
평소 '선몸 후사랑' 설정의 글을 좋아하지 않는데, <대숲을 흔드는 바람>은 이상하게 애잔한 느낌이 나서 매력적이었다. 요즘 고수위 로맨스 소설에서 자주 나오는 '더티토크'까지는 아니지만 꽤나 적나라한 표현에 놀라기도 했고. 최근에 읽은 신작 중에 씬이 잦은 편이긴 했지만 읽는 데 불편할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극을 끌어가는 힘이 중후반부부터는 좀 약해진 느낌이었다. 처음엔 어떤 식으로 결말에 치달을까 궁금했는데, 점점 예상 가능한 전개가 이뤄져 아쉬었다.
바람은 자신이 대나무를 흔드는 게 아니라, 한낱 지나갈 허무한 바람이라 생각해 절망했다. 하지만 그 바람에 대나무는 자기도 모르게 속절없이 흔들렸다. 오히려 대나무는 그 바람에 흔들리며 사랑을 배울 수 있었다. 강현과 혜원에게 후회를 남긴 시작이, 서로의 노력으로 행복한 결실을 맺어 다행이었다. 잔잔물만 읽던 요즘, 오랜만에 애잔하면서도 나름 관능(?)적인 묘한 매력을 지닌 글을 만나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