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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의 해부 한길그레이트북스 45
노스럽 프라이 지음, 임철규 옮김 / 한길사 / 200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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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비평을 읽다보면 사회학적, 철학적 개념이 자주 등장합니다. 저 역시 그런 개념에 대해 알고 싶은 마음에 서양 현대철학을 다루는 수업을 듣기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문학은 철학과 사회학에 의존할 수 밖에 없을까?'라는 질문이 내내 머릿속을 멤돌았습니다. 문학이 문학만으로 우뚝 서있을 자리는 없는 것인지, 조금은 침울한 마음으로 생각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 모든것이 비평(과 문학)을 향해 수렴되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면, 어쩐지 조금은 마음이 놓입니다. 저는 어쩔 수 없이 문학도인지라, 문학을 가장 먼저 생각하게 되니까요. 프라이의 책 『비평의 해부』는 제가 비평을 더 알고싶게 해주는 확실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비평이 단지, 소설 뒷 편에 달려있는 주석이 아니라는 것 역시 프라이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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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사랑 나쁜 사랑 3부작 3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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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창 책이 읽히지 않던 시기에 잃어버린 사랑을 읽었습니다. 엘레나 페란테의 작품을 처음 읽게 되어 작가의 스타일이나 줄거리에 대한 지식도 전무한 상태에서 읽기 시작한 소설은 예상 밖의 흡인력을 가지고 저를 끌어당겼습니다. 침대에 누워, 의자에서 앉아, 소파에 기대 자세를 바꿔나가며 순식간에 페이지를 넘겼습니다. 근래 읽은 소설 중 가장 솔직한 주인공을 만났습니다. 과거의 행동을 변명하거나 후회하지 않고, 본인의 감정과 생각을 드러내는 일은 현실에서도 소설 속에서도 어려운 일임을 알고 있기 때문에 ‘레다’라는 인물이 더욱 강렬하게 다가왔습니다. 

물론 레다의 행동을 모두 이해할 수 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레다가 딸들에게 했던 행동 중 정서적 학대나 트라우마를 심어줄 수 있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소설은 레다가 '잘했다' 혹은 '잘못했다'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당연하게 생각했던 모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행동 하나하나에 잘잘못을 논하는 일에 집중하지 않습니다. 

영화로 만나는 레다의 모습이 어떨지 더욱 궁금해지는 소설입니다. 주인공의 심리 묘사가 구체적인 이 소설을 어떻게 풀어냈을지 호기심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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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서재 - 그들은 어떻게 책과 함께 살아가는가
니나 프루덴버거 지음, 노유연 옮김 / 한길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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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서재를 읽으며 자신이 꿈꿔왔던 서재의 모습을 실현한 사람을 여럿 만났다. 내가 가진 것은, 서재는 고사하고 작은 방안의 책장 하나뿐이지만 나는『예술가의 서재』 안 서재들을 내가 원할때면 어느때라도 펼쳐 볼 수 있으니 이미 서른 두 개의 서재를 가진 셈이다. 물성과 내용 모두 아름다운 책을 읽을 수 있어 기쁜 시간이었다. 책의 만듦새가 무척 아름답다.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지는 책을 오랜만에 만났다. 일반적인 책의 판형이나 그레이트 북스의 판형보다 큰, 전시회 도록과 비슷한 크기의 책이다. 책 자체가 크기 때문에, 수록된 서재 사진 역시 판형에 맞춰 큼직큼직하게 인쇄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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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발한다 - 드레퓌스사건과 집단히스테리
니홀라스 할라스 지음, 황의방 옮김 / 한길사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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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발한다를 읽으며 몇 번이나 책을 들었다 덮었다 반복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읽는 내내 자꾸 속 깊은 곳에서 화가 끌어올라 잠시 책을 내려놓고 진정하기 위해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아무리 19세기에 벌어진 사거닝라고 해도, 한 인간의 삶을 망쳐버리는 것이 이렇게나 빈약한 추측과 날조로 이뤄진다니요.

거짓말을 덮기 위해 새로운 증거를 만들어내고, 서슴없이 비난하는 사람들을 보며 정의란 정말 무력한 것일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을 계속해서 읽어나갈 수 있었던 원동력은 드레퓌스의 편에 서서 그를 위해 온 힘을 다한 조르주 클레망소, 피카르, 에밀 졸라와 같은 사람들의 노력 덕분이었습니다.


두 세기 전에 일어난 드레퓌스의 일에 대해 깊이 분노하고, 공감하며 책을 읽을 수 있었던 것은 현재에도 여전히 드레퓌스사건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편견에 깊이 물든 사람에게는 어떤 거짓도 진실로 보일 수 있는 법이다193면”

다수의 편에서 소수를 억압하고 그들을 비난하는 일은 그닥 어렵지 않습니다. 다수의 목소리는 널리 퍼지는 반면, 소수의 목소리는 간신히 쥐어짜 낸 목소리라도 너무 작아 멀리 나아가지 못하거든요.

 그렇다고 제가 어떤 편견도 없이 세상을 순수한 시선으로 응시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저 역시 분명히 어떤 편견을 내재한 채 세상을 해석하고, 제 멋대로 판단하려는 경향이 있을 것입니다.

 나는 고발한다!는 이런 편견과 시선이 어떤 결과를 불러일으키는지, 한 인간을 어떻게 파멸시키는 지, 그리고 회복을 위해 얼마나 지난한 과정과 노력이 필요한지 우리에게 각인시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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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아렌트와 차 한잔 - 그의 사상과 만나다
김선욱 지음 / 한길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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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아렌트와 차 한잔』을 읽으며 아렌트가 평생에 걸쳐 천착했던 사유 중 그의 ‘정치’에 관한 사유와 유대인으로서 아렌트의 삶과 아렌트가 생각한 유대인과 관련된 다양한 사안(의식적 파리아, 전체주의, 아이히만 재판 등)에 대해 집중해서 살펴볼 수 있었다. 사실 원문을 읽는 일은, 그만큼 보람차고 원저자의 말을 직접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지만, 입문자가 받아들이기에 다소 난해한 지점이 있거나 원저자의 말을 피상적으로 이해하는 데 그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책은 한나 아렌트의 사상을 왜곡하지 않고 풀어서 상세히 서술함과 동시대를 살아가는 ‘지금-여기’의 우리와 아렌트의 사유가 어떤 부분에서 맞닿아있는지를 원 저술과 독자를 연결해준다.

두 달에 걸쳐 한 사상가의 원저술과 해설서를 연이어 읽은 경험 자체가 귀중한 경험이 되었다. 책 단 두 권으로 누군가의 관점을 오롯이 이해하는 일은 불가능하지만, 다른 사람이 바라본 세계의 스케치를 따라가며 희미한 윤곽이라도 그려볼 수 있음이 내겐 큰 자산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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