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의 부상 - 인공지능의 진화와 미래의 실직 위협
마틴 포드 지음, 이창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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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의 부상>은 인공지능과 그의 외연인 로봇이 주로 미국의 산업, 특히 고용과 소득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하고 분석한 책이다. 저자가 소프트웨어 개발자임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인 측면에 중점을 두어 논지를 전개시키는데, 그래서인지 자동화와 산업의 관계에 대해 유기적이라기 보다는 다소 결과론적인 분석에 치우치는 경향은 있으나 전반적인 추세를 가늠해보기에는 무리가 없는 편이다.

저자는 일단 자동화의 물결이 제조업, 서비스 산업, 농업 분야 등 저임금 직종에 미치고 있는 영향을 고용불안의 측면에서 개괄을 한다. 그리고 나서 2차대전 이후 1948년부터 1969년 사이에는 신기술 도입이 성장과 고임금이라는 결실을 맺었으나 그 이후에는 전혀 다른 경향을 나타내고 있음을 소득 감소, 고용시장의 양극화 등 7개 동향을 통해 보여준다. 그리고 그 원인을 정보기술과 컴퓨터를 통한 자동화 및 세계화, 금융업의 확장, 산업의 탈규제화에서 찾는다.

정보기술은 저임금 직업 뿐만 아니라 고숙련 노동자들까지 위협한다는 데에서 기존 기술의 발전과는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 그 원인은 정보기술의 지적 능력에 있는데, 빅데이터, 기계학습, 딥러닝 등이 가져오는 자동화는 화이트 칼라 직업 분야에서까지 노동집약도를 크게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대안으로 자주 제기되는 인간과 기계의 협력을 위한 교육 - 예를 들면 컴퓨터 기술 배우기 - 의 미래도 역시 비관적이라고 저자는 전망한다. 그리고나서 그간 기술발전에 의한 타격의 무풍지대였던 교육계와 의료계에 미치는 정보기술의 영향을 언급하고, 이어지는 장에서는 새로운 산업 기술로 3D 프린팅과 무인자동차를 들어 그것들이 경제와 고용시장에 미치게 될 영향에 대해 살펴본다. 이 부분은 대략적으로 보아 인공지능에 관한 다른 책들이 다루고 있는 내용과 크게 차이가 있진 않지만, 좀 더 자세한 데이터와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자동화가 미치는 영향에 대해 경제, 경영적인 시각을 확대하는 데에는 도움을 준다.

다음에서 저자는 본격적으로 부의 불평등 문제에 접근한다. 일단 자동화는 고용률을 떨어뜨리고 이는 소득과 그에 따르는 수요에 영향을 미쳐 시장경제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에서 부의 집중과 불평등이 가속화되는 현상을 지적하면서 이를 무시한 채 전체적인 성장만을 중시하는 경향을 비판한다. 이는 지속적인 번영에 필수적인 활달하고 광범위한 시장 수요를 결국 위축시킨다는 것이다. 이 부분이 사실상 이 책의 주제이다.

이 모든 비관적 미래에 대한 대안으로 노동을 대체하기보다 보완할 기술을 발명하라고 주문하는 것은 효력이 없을 것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자동화가 가속화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자본주의의 힘이라는 것이다. 그보다는 시장경제에 내재하는 기본적인 인센티브를 수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 예로 기본소득의 도입을 이야기하는데, 이는 전통적 의미의 복지국가를 확장하는 것이라기보다는 근로 의욕을 꺾지 않는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적당한 인센티브를 주는 효율적 사회 안전망이라는 점을 역설한다. 그리고 재원확보를 위해서는 탄소세를 사용하거나 법인세율을 인상하거나 최고 소득층으로부터 더 많은 세수를 확보하는 방법을 개인소득세 인상보다 좋은 전략으로 제시한다. 여기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기본소득은 단지 "좌파의 급진적 주장"이 아니며, 인공지능 시대의 그것은 자본주의 경제 자체의 유지를 위해서도 앞으로 반드시 도입이 필요한 제도로서 논의되어야 한다.

<로봇의 부상>은 현재 쏟아지고 있는 인공지능과 그것이 미칠 영향에 관한 서적들 중 아마도 경제, 경영적 상황에 대해 가장 폭넓게 다루고 있는 책이 아닐까 한다. 주로 미국의 예를 들다보니 간혹 생소하게 느껴지는 대목도 있긴 하지만 큰 흐름을 보고자 한다면 별 지장은 없다. 인공지능이나 로봇 자체에 대한 정보보다는 그것이 경제에 끼치는 영향을 좀 더 상세히 들여다보고 싶다면 한번 읽어보는 것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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