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는 달라도 인생의 고민은 같다 - 오늘이 불안한 요즘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4대 종교 성직자의 행복 수업
성진 외 지음 / 불광출판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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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딱딱한 답안지 말고, 온정이 깃든 해설서를 찾는 이들을 위한 고민 대담문

처음 책을 읽기 전에는 서로 다른 종교(천주교,불교,기독교,원불교)인 네 분이 모여서 어떤 대담을 나누셨을지 감이 잡히지 않아 조금 막연하다고 느껴졌다. 종교인이라고 할지라도 그들의 인생 고민 역시 우리네와 크게 다르지 않고 또 대체로 비슷할 수 있겠다고 생각은 했다. 다만 종교인의 무게와 깊이감으로 너무 입바른 이야기들만 나눠주시는건 아닐까 하고 읽기도 전에 거리감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자리에 앉아 독서하기 앞서 책의 목차를 살펴보니, 이 책을 읽는 혹은 읽지 않은 누구라도 한번쯤은 피부로 와닿았던 고민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서문과 마치는 말을 제외하고 총 여섯 개(행복, 돈, 관계, 감정, 중독, 죽음)의 갈래와 소제목으로 나뉘어진 목차들을 보니 이 책을 완독하고 나면 어쩌면 삶에서 마주하고 또 짊어지게 되는 무게를 조금 덜어내는 쪽으로의 방향성을 잡을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냉담중인 천주교 신자로서 내 종교 뿐만 아니라 다른 종교에 관해서도 회의감과 불신을 많이 갖고 있었는데 그 부분에 대해 긍정적인 해소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기회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책을 본격적으로 읽어나가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우리의 삶, 그 근방에서 쉽게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성직자들의 기품있으면서도 친근한 목소리가 활자에서 음성 문자로 변환되어 들리는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다만 앞서 우려했던 것 같이 종교인으로서의 정도(正道)를 걸어오신 네 분의 종교인의 이야기가 조금은 꿈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신앙(믿음)이 강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일부 있어서, 나와 같이 종교에 대해 차가운 마음을 가진 이들에게는 크게 와닿지 않으면 어떻게 하지 싶은 우려가 약간 들기도 했다. 믿음이 있으면 모든 걸 헤쳐나갈 수 있을 것 이다!라고 잠정적으로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해결되거나 나아지는 것에 있어 감사함을 느끼는 대상이나 이유로 종교적인 관점에서의 언어로 이야기하는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이는 대화를 나누는 주체가 가진 고유한 방식-교리 및 성전의 말씀 등-이나 접근법으로 읽히기도 해서 흥미롭기도 했다.

네 개의 종교가 가진 교리가 달라도, 그들이 말하는 내용에서 어떤 무게감이 느껴졌다. 무엇보다 공통적으로는 인간 그 존재에 대한 존중과 경외심을 갖는 것의 중요성, 그리고 종교를 삶에 접합하는 것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혹은 확장,개발 시킬 수 있는 부분들에 대해 짚어주는 것 등이 특히나 의미있었다. 불특정한 다수, 더 나아가 삶을 지탱하고 이끌어가는 우리 모두의 인생에는 정해지지 않은 기점마다 저 여섯가지의의 고민들이 도사리고 있다. 그리고 그것들은 언제나 강하게 한 대상을 치고 또 뚫고 지나가기 때문에 그 누구라도 이 책에 적힌 네 성직자의 대화가 피부로 다가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책을 읽는 내내 들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많은 부분에서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었다. 우려가 무색할 정도로 네 분의 종교인은 우리 사회가 바라는 이상적인 어른의 모습으로 이야기를 전해주셨기 때문이라고 생각이 든다. 그 중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을 두 가지 꼽자면 '돈'과 '죽음'에 관한 부분이었다.

'돈'과 관련한 고민에 대한 대담이 적힌 부분을 읽으면서 몇 년 전 타국살이 당시 읽었던 법정 스님의 [무소유]가 어렴풋이 생각났다. 그런데 성진스님께서 돈에 관한 고민을 이야기 해주시는 부분에서도 이와 관련 있는 내용이 나와서 더욱 반갑게 느껴졌다. 도서 내 성진 스님의 말씀을 일부 발췌해보자면 '모든 것은 영원하지 않다는 것이죠.여기에는 소유의 대상뿐만 아니라 소유하는 사람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가지려는 것도, 가지려는 사람도 영원하지 않다는 얘깁니다. 이런 관점에서 무소유를 이해할 필요가 있어요. 결론만 말하면 집착하지 말라는 겁니다. 영원하지 않은 것에 집착해 봐야 소용 없으니까요' 이렇게 말하는 부분이 있었다. 단순히 돈에 대한 집착하고 좇음을 멈춰야 함에 대해 논함에 그치지 않으셨다. 그 너머에 있는, 사람에 대한 집착도 함께 생각하게 만들며 그 부정적인 매달림을 사그라지게 만들어주는 귀중한 이야기로 다가왔다.

또한 평소에 '죽음'에 관해 많은 생각을 하며 사는 사람이라 그런지, '죽음'이라는 개념에 대해 떠올리면 대체로 공포와 두려움과 같이 부정적인 감정에 매몰되곤 한다. 그래서 책 말미에 자리한 죽음에 대한 대담에 큰 기대가 있었다. 대체로 피할 수 없는, 필연적인 죽음에 대해 받아들이고 삶을 더 후회없이 살아가기를 독려해주시는 것을 통해 나와 결이 비슷한 생각을 하고 계신다는 생각을 했다. 다만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부분이 많지는 않게 느껴지기도 했다.

죽음에 관해 논하는 부분에서 본 주제와 '종교'를 맞물려 이야기해주시는 박세웅 교무님의 이야기가 인상깊었다. '바른 종교는 신도들에게 끊임없이 의심하고 질문하게 합니다. 정말 하나님과 부처님이 존재할까? 그분들 가르침대로 살면 나아질까? 어떻게 해야 그렇게 살 수 있을까? 끊임없이 반문하면서 스스로를 찾아가게 만듭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 한 사람을 더 크고 깊은 존재로 성숙하게 합니다.' 라는 부분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동안 종교를 등한시하고, 또 종교에 관한 색안경을 끼게 된 것을 해소해주는 것만 같은 부분이었다. 그간의 부정적인 상념들을 제거해주고, 종교가 가진 의의와 역할을 한번에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명쾌한 이야기라 인상깊었고,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이들에게도 긍정적인 인식 개선을 돕는 문장이지 않을까 싶었다.

이밖에도 관계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하는 부분에서도 요즘 사람들이 관계를 해석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이유에 대해 설명해주는 성진 스님의 말씀도 참 좋았다. '관계 속에서 자기 존재를 해석하는 힘이 약해졌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라는 말로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서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대해 고민하기 보다 자기 자신을 좀 더 아끼고 사랑하며 자기 존재를 곧추세우는 일을 각자의 방식으로 하는 것이 좀 더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삶이 팍팍하게 느껴지고, 수많은 고민의 파도로 무너지고 있는 와중이거나 혹은 일상이 만든 소용돌이에 침잠하는 느낌으로 인해 피로감을 느끼고 있어 어떤 말로도 쉽게 위로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에너지가 많지 않은 상태에서도 고민의 내용이 현실적이고 또 그에 대한 논의가 일상적인 어투로 교환되기 때문에 어려움없이 페이지가 넘어가고, 그 속에서 자신이 필요한 대답을 하나 이상은 찾아낼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들기 때문이다. 또한 대담을 나누는 이들의 각기다른 '종교'가 이 고민들에 관한 이야기에 특색있는 풍미를 더해주는 것 같아서 읽어보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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