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홍글씨 홍신 엘리트 북스 20
N.호돈 지음 / 홍신문화사 / 1992년 5월
평점 :
절판


이 책 주홍글씨를 읽고나서 느낀 것은 고전은 시공간을 초월하여 오늘의 독자에게도 변함없는 깊은 감동을 주는 것이구나 하는 점이다. 범죄로 여겨지는 간통사건을 중심으로 서로 고뇌하는 3명의 남녀간 심리분석은 많은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오래된 소설이지만 세월이 지날수록 맛을 더하는 와인처럼 읽고나서도 오래동안 가슴에 잔잔한 여운을 남길 것 같다.  

이 소설 말미에 나레이터가 교훈삼아 던지는 "진실하라! 진실하라! 진실하라!..." 라는 문구는 자백을 하지 못하고 심적으로 고통받았던 인물의 고통스런 최후를 보면서 충분히 공감되는 교훈이 된 것 같다. 우리는 살면서 진실하지 못하고 때로 적극적 거짓을 하거나 소극적 침묵으로 현상유지를 바라지만, 진정한 자유함을 얻기위해서는 참으로 진실해야 하겠다는 것이다. 진실함은 그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고 적극적으로 "... 최악의 모습을 추측할 수 있는 (나 자신의) 성질을 숨기지 말고 세상에 제시" 할 때 획득할 수 있는 심리적 자존감이 아닐까 생각한다.   

소설 속의 딤즈데일목사는 간통사실을 감추고 존경받는 목사로서 생활하지만 양심의 가책으로 괴로워하다가 자신을 오랫동안 돌보고 있는 의사 칠링워더가 헤스터프린의 전남편이었다는 것을 알고 결단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절박감을 가지고 마침내 그를 따르는 보스톤의 대중 앞에서 자신의 7년전 죄과를 자백하고 늦었지만 내적 자유를 느끼면서 죽게 된다. 간통상대인 헤스터프린은 낭만주의자 같은 심성으로 화려하게 장식한 주홍글씨를 가슴에 달고 자유롭게 살아간다. 그리고 칠링워드는 간통의 상대를 찾아내서 복수하겠다는 일념으로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7년 세월을 보낸다. 세상에 드러내고 평가를 받아야 할 것을 끝까지 숨기고 감췄다는 점에서 두 남자는 주인공 여성과 달리 진실되지 못하며 거짓스럽고 비겁한 인생을 살았다고 말할 수 있다.  

주홍글씨(낙인)가 그 당시 사회구성원들에게 부여하고자 하는 내적 공포와 주도세력이 만드는 제도에 대한 대중의 강요된 암묵적 복종의 의도가 주인공 헤스터프린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고 통쾌하게도 전적으로 무시되고 오히려 "인간 진실의 부끄럽지 않은 상징"으로서 그녀의 가슴위에서 오랫동안 빛났다는 점에서 뜨거운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일부 여성학자를 포함한 평론가들은 저자 호손이 종래의 여성비하의 견지를 버리고 이 책을 통해 남성우위의 청교도 사회에서 한 평범한 여성이 용기있는 생애를 살았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여성을 독립적 주체로서 잘 묘사하였다는 격찬을 받기도 하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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