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탑 동물원 그리고 거북이
줄리아 스튜어트 지음 / 현대문학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런던탑, 동물원 그리고 거북이]라는 대체 무슨 내용인지 짐작도 하기 어려운 이 책을 읽기로 마음먹은건 아마도 바로 직전에 읽었던 [울프홀]의 영향이었을 것이다. [울프홀]에서 피비린내 가득한 역사적 장소로 그려진 런던탑이 이 요상한 제목의 책에서는 어떤 장소로 등장할지 사뭇 궁금해졌던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을 읽고 나서 런던탑에 대한 이미지는 "무섭고 잔혹한"에서 "조금 어두우나 귀여운"으로 바뀌었다. 잔잔하지만 간간히 영국식 유머로 피식 하고 웃게 만들고 예상치 못한 곳에서 갑자기 눈물을 쏟게 만드는, 하지만 다 읽고 나면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지는 그런 사랑스러운 책이다.

 

런던탑에 거주하는 근위병 발사자르 존스는 어느날 왕실의 시종무관으로부터 여왕폐하가 런던탑에 동물원을 짓고 싶어하시며 그 적임자는 바로 당신이라는 다소 황당한 통보를 받는다. 그가 적임자로 지목된 것은 세계 최고령 거북이를 기르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동물들에 대해 아는 것도 없고 그런 커다란 프로젝트를 책임질 만한 기력도 없지만 직장을 유지하기 위해 받아들이기로 결정한다. 한때는 그와 열렬히 사랑하는 사이였으나 서로의 상처 때문에 거리감이 생겨버린 아내 헤베 존스는 런던지하철 유실물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사람들이 깜박하고 지하철에 놓고 간 물건들을 차곡차곡 정리하고 참을성있게 수소문을 한 끝에 주인을 찾아준다. 어느날 분실물로 들어온 유골함을 보고 그녀는 아들 생각에 마음아파한다. 런던탑 동물원의 동물들을 돌보느라 정신없는 남편이 죽은 아들 마일로에 대해 어떤 마음을 갖고 있는지 상상도 하지 못하는 아내는 결국 집을 나온다.

 

어린 아들을 잃은 뒤 그 슬픔을 마음 속에 꼭꼭 담아둔채 서로에게서 점점 멀어져가는 발사자르 존스와 헤베 존스 부부를 주축으로 필명으로 교훈적인(?) 에로소설을 쓰는 목사, 거절당한 아픔 때문에 마음의 문을 닫아 버리고 현실을 도피하려 책읽기에 몰두하는 런던 지하철 유실물 관리센터의 발레리 제닝스, 그리고 그런 그녀를 사랑하는 검표원 아서 카트닙 등 나름의 아픔을 지니고 살아가는 등장인물들은 모두 약간씩 어딘가 허술해보이지만 그래서 더 보듬어주고 싶어진다.

 

엄마의 입장에서 책을 읽어서 그런지 발사자르 존스와 헤베 존스 부부에게 지나치게 감정이입을 해버려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면서는 너무 마음이 아파서 눈물 꽤나 쏟았지만 대체로 귀엽고 사랑스러운 책이다. 발레리 제닝스와 아서 카트닙 커플의 유쾌한 데이트, 런던탑 동물원에서 벌어지는 소동은 등은 책 곳곳에 등장하는 영국식 유머와 어우러져 기분좋은 웃음을 선사한다. 딱히 해피엔딩을 선호하는 건 아니지만 읽다 보니 나도 모르게 아 모두모두 행복해졌으면 좋겠어 라는 마음이 생겨 버려서 결말을 보고는 무척 안도했다. 새로운 작가의 책이라 약간의 모험심을 가지고 읽기 시작했는데 의외로 괜찮은 작가를 만났다. 전작인 [페리고르의 중매쟁이]도 조만간 만나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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