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악의 세계에 빠져든지 이제 겨우 일년이 될까말까인데 벌써 클래식 CD와 DVD들이 책들을 몰아내고 책장을 조금씩 점령하기 시작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갑작스러운 변화라기 보다는 워낙 음악을 즐겨 들었는데 이번에는 장르가 클래식으로 바뀐 것 뿐이다. 그리고 이 장르가 워낙 넓고 깊다보니 다른때보다 좀 더 깊숙히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는 것 같다. 삼양미디어에서 나온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시리즈는 '클래식50' 이후로 이번이 두번째이다. 클래식 음악에 빠져들기 시작하면서 관련된 책을 꽤 많이 읽은 편인데 왠지 비슷비슷한 구석이 없지 않은 다른 책들과 달리 이번에 읽은 책은 뚜렷한 인상을 남겼다. 이 책은 [서양음악사]라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클래식 관련 책들이 주로 다루고 있는 바로크음악, 고전파, 낭만파 작곡가와 그들의 작품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훨씬 더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서 중세시대의 음악부터 현대음악까지를 개괄하고 있다. 또한 특정한 작곡가와 관련된 에피소드나 유명 음악의 대표적인 음반 소개 등은 다루고 있지 않다. 말 그대로 서양예술음악의 역사에 대해서 시대순으로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책이다. 서양예술음악의 근원을 찾아 시대를 거슬러올라가다 보면 마주치게 되는 것이 중세의 그레고리오 성가이다. 그레고리오 성가는 단선율로 부르는 로마 가톨릭 교회의 라틴어 성가인데 이 단선율을 기초로 다른 선율을 겹쳐 노래하는 오르가눔이라는 장르가 중세 음악사 전반의 중심적 장르였다. 하지만 중세의 음악은 즐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수학이나 과학에 가까운 것이었다. 십자군 전쟁 실패와 교황청의 분열 등으로 중세시대의 강력했던 교회의 권위가 떨어지기 시작하며 르네상스 시대가 도래한다. 죽음과 사후세계에 대한 공포가 강하게 느껴지는 중세의 음악과는 달리 이 시대의 음악에는 생에 대한 기쁨이 넘쳐 흐른다. 르네상스 전반기인 15세기 음악을 대표하는 것이 따뜻한 울림의 무반주 종교 합창곡이었다면 격동의 시기인 16세기 음악의 특징은 다원화이다. 지금까지의 음악이 성악 중심이었다면 이 시기 이후로 기악 문화가 발전하게 된다. 이제 우리에게 친숙한 바로크 시대로 넘어간다. 비발디나 헨델, 바흐 등 친숙한 대작곡가들이 대거 등장하는 시대이고 박자감이나 화음, 장조/단조의 구별 등 음악의 기본 규칙이 확립되는 등 많은 특징이 있지만 가장 특기할 만한 것은 바로 이 시대에 오페라가 탄생했다는 점이다. 저자는 바로크와 오페라는 같은 의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오페라는 대부분 모차르트 이후의 것으로 개인적으로도 바로크 시대의 오페라를 본 기억은 없다는 점이 아쉽다. 고전파 시대는 시민 계급, 계몽주의 운동의 확산 등과 그 시기를 같이 한다. 신을 위한 음악이나 왕족을 위한 음악이 아닌 자유로운 개인을 위한 음악이 처음으로 출현하게 된 것이다. 이 시대의 음악의 특징은 선율과 화음 반주만으로 만들어진 단순한 음악이라는 점이다. 우리에게 친숙한 베토벤이나 하이든, 모차르트의 음악의 선율을 떠올려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고전파 시대에 생겨난 가장 중요한 음악 형식으로는 제시부-전개부-재현부로 구성되는 소나타를 꼽을 수 있다. 고전파의 뒤를 잇는 낭만파 시대는 너무나 많은 대작곡가들이 포진하고 있어서 일일이 이름을 열거하기 조차 어렵다. 하지만 이 시대의 작곡가들은 각각의 개성이 너무나 뚜렷해서 이들을 한꺼번에 어떤 흐름으로 엮어 설명하는 것이 쉽지 않다. 저자는 이처럼 개성이 강렬한 작곡가들이 같은 시기 대거 출현한 원인을 청취층의 다양화에서 찾고 있다. 폭넓은 청취자들에게 자신을 알리기 위해 강렬한 개성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엄청난 기교가 발달하기도 했고 대편성 오케스트라가 출현한다. 마지막으로 포스트 바그너의 시대로 불리우는 말러, 스트라우스, 드뷔시 등이 음악에서부터 현대음악까지 소개하고 있지만 사실 말러와 스트라우스 이후의 음악은 듣기가 쉽지 않아 그 전까지의 내용에 비해서는 흥미가 반감되었다. 현대음악으로 분류되는 메시앙의 피아노곡을 들으러 갔다가 두시간 내내 괴로워했던 아픈 기억도 떠올랐다. 서양음악사라는 어떻게 보면 방대한 주제를 이렇게 압축하여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풀어낸 저자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단순히 fact만 나열했다면 이렇게까지 흥미롭게 다가오지 않았을 것 같은데 저자가 미리 밝히고 있듯이 주관적인 생각을 곳곳에서 만날수 있었던 것이 책을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도록 해준 것 같다. 비록 바흐에 대한 견해 등은 선뜻 동의하기 어렵지만 말이다. 서양음악사에 대한 입문책을 찾고 있는 분들께 강력추천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