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모든 것의 역사] [빌 브라이슨의 발칙한 유럽산책] 등으로 널리 알려진 재기발랄한 작가 빌 브라이슨의 신작이 출간되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 소개된 책들을 보면 [나를 부르는 숲]부터 가장 최근에 읽은 [아프리카 다이어리]까지 여행기가 많아 이번에는 어떤 책일까 궁금해하다가 700페이지에 가까운 두툼한 책을 받아들고는 깜짝 놀랐다. [빌 브라이슨 발칙한 영어산책]은 부제인 [엉뚱하고 발랄한 미국의 거의 모든 역사] 그대로 메이플라워호의 도착부터 오늘날까지 미국의 역사를 흝어나가며 현재 사용하고 있는 영어의 어원들을 소개해준다. 지루하거나 딱딱한 건 아니지만 분량 자체가 방대한 데다가 빌 브라이슨 특유의 입담과 재치도 예전 책들에 비해서는 두드러지지 않는 편이라 쉽게 술술 읽어내려 갈 수 있는 책은 분명 아니다. 얼마나 미국의 역사, 문화 또는 영어에 관심이 있느냐에 따라 이 책이 쉽게 다가오거나 어렵게 느껴질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자의든 타의든 나름 영어에 관심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책을 읽다 보니 대체 내가 아는게 뭘까 하는 회의감마저 든다. 상대적으로 작가에 대해 존경심마저 갖게 된다. 이 많은 자료를 조사해서 이런 책을 쓸 수 있다는 것 자체도 대단하지만 지루하지 않고 흥미롭게 전달할 수 있는 능력 또한 놀랍다.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지만 가장 관심을 끌었던 건 지명과 관련한 이야기였다. 상상력이 넘치는 재치있는 초기의 지명들이 지루하기 짝이 없는 재미없는 지명들로 바뀌어버린 사연에 안타깝기도 했고 의외로 실질과는 별 상관없는 명칭이 붙여진 지명도 많다는 사실도 알게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작은 강 옆 여왕 폐하의 도시'라든가 '성 프랜시스의 거룩한 믿음이 있는 훌륭한 도시'같은 장황해보이지만 왠지 동화스러운 느낌의 지명이 훨씬 좋다. 책을 한번 읽고 말 책과 여러번 읽을 책으로 분류하자면 이 책은 단연 후자쪽에 속할 것 같다. 한번 읽고 소화하기에는 너무 많은 내용이 가득 들어있어서 말이다. 두께에 지레 겁을 먹을 수도 있겠지만 가까이 두고 생각날 때마다 이 챕터 저 챕터 뒤적거리며 읽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