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 그 많은 시간을 영어공부에 투자하고도 막상 사무실에서 전화를 받았을 때 "Hello?"라는 말을 듣는 순간 머리가 멍해지며 식은땀이 흐르는 이 현상에 대해 난 항상 불가사의한 일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리고 그런 시련들 - 아무 생각없이 전화를 받았는데 상대방이 알아듣지 못할 빠른 영어를 쏟아낸다든지, 휴가간 동료 대신 갑자기 참석하게 된 회의가 알고 보니 외국인들과의 영어회의라든지 - 을 겪고 나면 주먹을 불끈 쥐며 이번에야말로 영어공부를 제대로 한번 해보리라 다짐하며 영어책을 몇권씩 사오지만 하루 이틀 지나면 그런 마음은 눈녹듯이 사라지고 책들은 방치되어 먼지를 뒤집어쓰곤 했다. <미국 TV 영어지식인>은 그렇게 몇페이지 넘겨보지 못하고 방치하게 되는 딱딱하고 지루한 영어책이 아니다. 사실 토익이나 토플책, 단어집 같은 학습서 이외의 이런 류의 책을 집어든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정신없이 빠져들어 완독한 것도 또한 처음이다. 이 책은 크게 네 개의 장으로 나누어져 있지만 사실상 구분의 큰 의미는 없어서 마음내키는 대로 아무데나 펼쳐놓고 읽어도 무방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드라마나 쇼등 TV를 즐겨보는 분들이라면 더더욱 이 책이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너무 중독성이 강해 한동안 멀리했던 미국 드라마를 요즘 다시 보기 시작했는데 실제로 드라마에서 자주 들었던 표현들을 책 여기저기에서 만날 수 있어 아주 유용했다. 하지만 단순히 단어나 숙어 등의 뜻만 나열해놓은 책이 아니다보니 많은 표현을 수록하고 있지는 않다. 그 점은 약간 아쉽기도 하다. 일상적인 대화에서 바로 이용할 수 있는 표현들과 단어들이 수록되어 있다는 것보다 더 큰 장점은 바로 소설책을 읽듯이 재미있게 술술 읽어내려갈 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내용의 책이라도 지루해서 읽다가 중간에 내려놓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물론 이렇게 짧은 시간에 한번 읽어본 것 만으로 이 책에 나와있는 표현들을 모두 내 것으로 만들 수는 없겠지만 생각날 때마다 한번씩 들춰보며 몇장씩 읽는 것만으로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영어공부라는 것을 꼭 그렇게 책을 펼쳐놓고 책상앞에서 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 지금까지의 번번한 실패의 큰 요인이 아닐까 싶다. 지인 중 한 사람은 공부에는 그다지 취미가 없지만 영화광이다. 시간이 날 때마다 수많은 영화를 섭렵하더니 유창한 영어는 물론, 놀라운 단어실력까지 갖게 되었다. 어떤 언어를 배울 때 가장 좋은 방법은 TV를 많이 보는 것이라는 건 괜히 하는 말이 아니다. 그리고 TV를 볼 때 이해를 도울 수 있는 이런 책을 미리 읽어본다면 효과가 증대되지 않을까 싶다. <미국TV 영어지식인> 시즌 2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