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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밥
오카모토 카노코 지음, 박영선 옮김 / 뜨인돌 / 2006년 6월
평점 :
절판
이 소설은 초밥과 추어탕과 다양한 요리에 관한 소설이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잘 차려진 식(食)소설인 것이다.
"요리란 것도 음악과 같은 거요. 똑같은 맛이 저녁때까지 갈 리 없지.
찰나에 충실하고 찰나에 사라진다. 요리는바로 그 시점에서만
최고의 진가를 발휘하는 예술이라고 할 수 있는 게요."
특이하고 다양한 인생이력을 지닌 <식마>의 요리 선생은 요리에 관해 이렇게 말했다.
찰나에 충실하고 찰나에 사라지는 것. 그것은 요리의 본질이기도 하면서
어쩌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사는 것의 본질이기도 할것이다.
'초밥', '뺨때리기', '집유령', '식마' 이렇게 4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소설집은 '뺨때리기' 한편을 제외하고는 모두 음식에 관한 소설이다.
특정한 음식에 몰두하는 각각의 주인공들은 저마다의 풍미가 가득해서 읽는 내내
입안 가득 어떤 향기로운 미감이 도는 기분이 들게 한다.
그것은 깔끔하고 맛깔나게 이야기를 풀어가는 작가의 재주때문이기도 하려니와
막힘 없이 술술 읽히도록 배려한 역자의 재주인것 같기도 하다.
이 소설의 번역가 역시 소설가라고 하는데 '초밥'이전에 번역한
<해질무렵 무라사키>나 <치열하게 피는 꽃 이치요> 같은
일본 근대 여성 작가들의 작품을 국내에 소개하는 일을 많이 하고 있다고 한다.
히구치 이치요의 소설에서도 그렇지만 이 소설도 역시
일본의 멋이 가득 배어 있으면서도 낡은 느낌이 들지 않는 것이 매력적이다.
1930년대에 쓰여진 소설이라고 보여지지 않는 세련미와 모던함.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잘 다듬어진 이 소설을 보고 있노라면
어쩔수 없이 깔끔하게 차려진 일본음식을 대하는것 같다.
그것이 일본이란 나라만의 독특한 문화라거나 멋이라거나 뭐 그런 걸까?
'어떤 사람이 좋아하는 음식을 맛보고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를
거스러 알아내는 것은 대단히 정직하고 용이한 인물 감정법' 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몇가지 음식을 통해 작가가 그려낸 인물들의 약간은 차갑고 약간은 애수 어린 그림자를
마음에 담으며 기분 좋게 책장을 덮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과연 나는 어떤 음식으로 누군가에게 마음을 들키고 있는 걸까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