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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고화질] 너와 우주를 걷기 위하여 01
도로노다 이누히코 지음 / 학산문화사 / 2025년 1월
평점 :
슬프거나 마음아픈 이야기가 아닌데도 상냥해서 눈물이 나는 만화였습니다.
만화대상 수상작품이라기에 연휴인 김에 큰 기대 없이 소장해서 읽었는데 무척 좋았습니다. 표지를 봤을 땐 솔직히 저도 끌리지 않았고 리뷰가 없길래 누군가에겐 도움이 되길 바라며 작성해봅니다.
이 작품은 괜찮아 잘 될 거야 식으로 부둥부둥하는 힐링물은 아니에요. 오히려 외면하고 싶었던 감정을 다시 떠오르게 합니다. 하지만, 사회적 잣대로는 부족하다고 평가받을 수 있는 주인공들이 그 감정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마주하는 모습이 울림을 줍니다. 사는 게 힘들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는 모든 분들에게 추천해보고 싶어요.
배경은 학교지만 학생들 뿐 아니라 사회경험 하면서 치여보고 쓴맛도 맛보면서 힘들어봤던 사람들에게 위로가 될 거예요. 저는 학생 때가 아니라 성인이 되고 읽었기에 오히려 더 와닿았습니다. 아마 어릴 때 읽었다면 좋은 작품이라고는 생각했겠지만 지금처럼 와닿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학생 때도 스스로 단점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했고 가정이나 학교에서 인간관계로 고민해본 적도 있지만, 공부를 잘 하면 그것 하나만으로도 모두가 뛰어나다고 봐 주었기 때문에 보통으로 살기가 어렵다는 생각에 닿아본 적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성인이 되고 나서도 자기 자신의 부족함을 마주할 일 없이 항상 잘난 맛으로 살 수 있는 사람은 정말 극소수가 아닐까요... '난 사실은 잘난 거 하나 없는 사람인 것 같다'고 생각하며 느꼈던 공허함과 고독함을, 우주 연출을 통해 위로받는 기분이었습니다. 이 작품에선 청춘, 성장, 힐링 태그답게 터놓고 함께 성장할 친구가 있고 좋은 선생님이 있고 인물들이 따뜻하다는 점이 차이점이지만 그런 다정한 세상을 보는 것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또 누구나 한번은 느껴봤을 자기 자신의 부족한 면을 인물들이 솔직하게 인정하고 직면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니, 삶에 지쳐 외면하고 싶어했던 제 부족한 모습도 솔직하게 받아들이고 싶어집니다.
개인적으로 좋았던 점은 출판사 책소개 카드에는 #자폐스펙트럼 키워드가 달려 있지만 작품 내에서는 직접적으로 우노가 자폐스펙트럼이라거나 어떤 장애가 있다는 언급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그저 '남들과 똑같이 생활하기 위해선 더 큰 노력이 필요한 사람'일 뿐, 불쌍하게 여기거나 무시하지 않고 동등한 친구로서 대해줍니다. 한편 아쉬웠던 점은 코바야시의 인격이나 감수성이 똥통학교 양아치 설정과는 너무나.. 언밸런스하다고 느껴서.. 특히 몇 가지 장면에서 인물은 남고생이지만 그 뒤에 있는 작가는 여성분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작가님이 설정하신 이유가 다 있고 이야기 속 인물에 현실성을 따질 건 아니지만 여캐로 설정되었다면 여러 가지로 더 좋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작품의 흠은 아니고 정말 매우 개인적인 감상입니다.
리뷰에 너무 개인적인 생각들을 적은 것 같아서 좀 부끄러운데... 결론은 소장 후회 없습니다. 우주를 이용한 연출과 시야 연출 모두 좋아서 만화라는 매체를 잘 활용해서 다정한 이야기를 건넨 작품이라고 느꼈습니다. 다 읽고 나니 제목이 주는 느낌이 다르네요. 주인공들을 응원하고 싶어졌으니 2권 정발도 기다리겠습니다.
여기부터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감상 포인트라서 아래로 분리했습니다.
1화가 90페이지 정도 분량이고 1화만으로도 완결성 있는 단편만화로 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저는 2화에서 천문부에 들어가는 이야기가 좋았습니다. 우노가 들어갈 수 있는 특별활동이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천문학부가 있다는 걸 알게 되고 뿌듯해하는 모습은 저까지 힐링됐어요. 그리고 우노가 폐가 되면 안 되기 때문에 부탁하지 않는다고 하고, 거기에 망설임 없이 그걸 말해도 되는 게 친구라고 하는 장면, 그 뒤에 우노가 받아들일 수 있게 노트에 적어주는 부분은 학교 배경 청춘물에서만 느낄 수 있는 훈훈함이 있었습니다. 울라고 만든 장면도 아니고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울고 있었어요.. 그 후에 나오는 선배 이야기까지, 각 인물들의 심리가 다 이해가 가고 다들 각자 부족한 점을 고민하는 모습이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