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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모자, 피노키오를 줍고 시체를 만났습니다 ㅣ 옛날이야기 × 본격 미스터리 트릭
아오야기 아이토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3년 8월
평점 :
독특한 캐릭터, 이색적인 소재와 배경을 자유자재로 주물러 늘 전대미문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발상의 천재’ 작가 아오야기 아이토가 『빨간 모자, 여행을 떠나 시체를 만났습니다』의 뒤를 잇는 장편 소설이자, 옛날이야기와 본격 미스터리 트릭을 결합한 미스터리 4탄으로 돌아왔다.
『빨간 모자, 피노키오를 줍고 시체를 만났습니다』는 출간 1년 만에 15만 부 판매, 24쇄 중쇄로 높은 인기를 증명한 『옛날 옛적 어느 마을에 시체가 있었습니다』에서 시작된 시리즈 연작이다. 시리즈 2권까지 누계 30만 부 판매 돌파의 기록을 세웠으며, 권이 거듭되며 단편집인 ‘옛날 옛적’ 시리즈와 고정된 주인공에 장편 소설로 완성되는 스핀오프 ‘빨간 모자’ 시리즈로도 나누어 불린다.
‘빨간 모자’ 시리즈는 서양 동화를 중심으로 본격 미스터리 트릭을 결합하였으며 고전 동화의 주인공 빨간 모자가 다양한 동화 속 세상을 여행하며 범죄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이야기로, 『빨간 모자, 피노키오를 줍고 시체를 만났습니다』는 시리즈 두 번째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빨간 모자는 몸이 조각난 거짓말쟁이 목각 인형 피노키오를 조수로 피노키오가 잃어버린 다른 몸 조각들을 찾아 나선다. 그런데 피노키오의 조각이 있는 곳마다 범죄 사건이 일어나고, ‘엄지 공주’, ‘허풍선이 남작’, ‘백설 공주’, ‘브레멘 음악대’,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 ‘아기 돼지 삼 형제’ 등 동화 속 캐릭터들이 새로운 모습으로 빨간 모자를 맞이한다.
원전의 모습을 간직하면서도 보다 복합적인 면모를 갖춘 캐릭터들과 범죄 소설로 정교하게 재구축된 동화 이야기는 이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이다. 시리즈 첫 작품인 『빨간 모자, 여행을 떠나 시체를 만났습니다』는 평론가와 동료 작가,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끝에 2023년 9월 넷플릭스 영화 공개를 앞두고 있다.
이 작품에서는 전작과 달리 주인공 명탐정 빨간 모자에 조수 역인 피노키오가 더해지며 한층 흥미진진해진 전개를 눈여겨볼 만하다. 몸을 되찾고 인간 아이가 되어 제페토 할아버지에게 돌아가고 싶어 하는 피노키오의 바람은 잘 알려진 동화 『피노키오의 모험』과 큰 궤가 같다. 하지만 피노키오가 몸이 모두 조각난 나머지 스스로 이동할 수 없어 빨간 모자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시작부의 설정에서부터 독특한 매력의 콤비가 탄생한다.
몸을 움직일 수는 없지만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지는 특성을 이용해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빨간 모자를 돕는 피노키오에, 마을마다 흩어진 피노키오의 조각을 찾느라 사형 직전까지도 몰리지만 뛰어난 추리력을 발휘해 위기를 탈출하는 빨간 모자는 오직 서양 동화와 본격 미스터리를 결합한 이 작품에서만 볼 수 있는 명콤비다. 여기에 작품에 등장하는 극중극을 강조하기 위해 1장을 1막으로 표현하는 등 연극 형식을 취한 구성은 더욱 섬세하고 풍성한 읽을거리를 제공한다.
아오야기 아이토는 『빨간 모자, 여행을 떠나 시체를 만났습니다』에 이어 동화의 아기자기한 면모를 상당 부분 유지하면서도 참신하고 효과적인 각색에 성공했다. 작가는 이 시리즈가 단편집인 ‘옛날 옛적’ 시리즈와는 다르게 ‘빨간 모자’라는 명탐정의 이야기로 이어 나갈 수 있도록 탐정 소설로서의 매력을 극대화했다. 또한 각 막에서 주인공 빨간 모자가 피노키오의 몸을 마저 찾기 위해 들르는 장소마다 중심이 되는 동화가 달라지도록 설정하여, 해당 동화가 기존의 원작과 어떻게 달라졌고 또 어떤 캐릭터와 범죄로 반영되었는지 비교해보는 것이 하나의 큰 재미이자 가장 큰 작품 특색이다.
친숙한 동화 속 물건과 공간을 훌륭한 범죄 현장으로 바꾸는 솜씨에 더해 멋진 콤비까지 등장시켜 독자들의 큰 호응을 얻은 끝에, 일본에서는 ‘빨간 모자’ 시리즈 두 권만으로도 판매 누계 25만 부 이상의 높은 성적을 거두었다. 참신한 설정과 캐릭터, 교묘한 본격 미스터리 트릭에 더해 여전한 인간성에 대한 통찰까지, 전작인 『빨간 모자, 여행을 떠나 시체를 만났습니다』를 사랑한 사람이라면, 그리고 동화와 미스터리라는 색다른 조합이 만들어낸 참신한 미스터리에 호기심을 느낄 사람이라면 만족할 수밖에 없는 ‘빨간 모자’ 시리즈 제2탄이다.
번역가 이연승은 아사히신문 장학생으로 유학, 학업을 마친 뒤에도 일본에 남아 게임 기획자, 기자 등으로 활동했다. 귀국 후에는 여러 분야의 재미있는 작품을 소개하고 우리말로 옮기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아오야기 아이토의 『옛날 옛적 어느 마을에 시체가 있었습니다』, 『빨간 모자, 여행을 떠나 시체를 만났습니다』, 아키요시 리카코의 『성모』, 니시무라 교타로의 『살인의 쌍곡선』, 미쓰다 신조의 『붉은 눈』, 시즈쿠이 슈스케의 『염원』, 이노우에 마기의 『그 가능성은 이미 떠올렸다』, 후루타 덴의 『거짓의 봄』, 미키 아키코의 『기만의 살의』, 사카키바야시 메이의 『15초 후에 죽는다』, 오야마 세이이치로의 『왓슨력』, 나카야마 시치리의 『악덕의 윤무곡』, 우사미 마코토의 『어리석은 자의 독』, 오승호(고 가쓰히로)의 『스완』, 『폭탄』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