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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중용 필사책
공자.자사 지음, 최종엽 편저 / 유노북스 / 2025년 12월
평점 :
50세를 지천명이라고 하던데… 불혹이라는 40대도 어찌나 유혹도 많던지… 지천명 또한 아직 나에게는 어렵고 어려운 의미다.
삶에 대해 생각이 많아진다. 일과 사람, 가정과 존재, 시작과 마무리…
그런 나에게 『논어×중용 필사책』은 단순한 ‘필사노트’가 아니었다.
이 책은 나이듦을 연습하는 책이자, 어른됨을 묻는 책이었고, 무엇보다 삶의 균형과 마음의 중심을 찾는 여정에 붙잡을 나침반 같은 책이었다.
사실 이렇게 온전히 책을 필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오랜만에 펜을 오래 쥔 가운데 손가락도 아팠지만 이상하게도 계속 쓰게 되었다.
어느 순간, ‘이 문장은 아이에게도 꼭 전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어느 순간엔 ‘이건 남편에게 책을 사서 필사하게 하고 싶다’는 마음도 들었다.
추천해주고픈 지인들의 얼굴이 떠올랐고, 끝에 다다를수록 이건 누구 한 사람이 아닌 세상의 모든 사람들에게도 꼭 써보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녀노소 모두모두!
왜냐면 이 문장들은 누구를 꾸짖지 않으면서도, 나를 반성하게 만들었으니까.
배우라 하면서도 낮추고, 걸음을 멈추지 않으면서도 조급하지 않게 한다.
그런 문장을, 손으로 ‘써보는 것’은 단순한 독서와는 전혀 다른 경험이었다.
글씨는 마음을 담는 그릇이었다.
그리고 필사는 수련이었다.
펜을 몇 가지씩 바꿔가며 필사를 했더니 어떤 펜이 내 글씨와 잘 어울리는지도 확실히 알게 되었다.
오랜만에 내 글씨체와 다시 마주했고, 종이 위에 내 생각을 빼곡히 적는 시간이 그리도 따뜻하고 평온할 줄 몰랐다.
그 과정에서 문득, 성경 필사를 몇 번이나 반복하시는 엄마가 떠올랐다.
왜 한 가지 펜을 고집하시는지. 왜 필체가 점점 정갈해지시는지. 그걸 알겠더라.
몸이 아파 글이 써지지 않았을 때도 화이트롤 수십번을 지워가며 성경을 필사하는 엄마가 너무 감동적이었다.
필사는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존재를 다듬는 방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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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와 자사, 그리고 저자 최종엽의 연결은 언제고 함께 걷고 싶은 마음의 스승들이 되었다.
‘논어’와 ‘중용’ 중에서도 특별히 고르고 고른 100개의 문장을 담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옮겨놓은 것이 아니다.
한 문장 한 문장마다 저자 특유의 번역과 해석이 붙어 있고, 해석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조용하고 다정한 말투로 마음을 건드린다.
어떤 날은 필사한 문장을 사진 찍어 지인에게 보내기도 했다.
어떤 날은 공부하고 돌아온 준서에게 공자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기도 했다.
필사하기의 후반즈음에는 이 책은 누구든 ‘필사’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애주기에 따라 다르게 읽힐 것이고, 직업과 상황에 따라 울리는 문장도 다를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삶을 조율하고 싶을 때, 마음을 정돈하고 싶을 때,
세상과 거리를 두고 나 자신과 조용히 마주하고 싶을 때,
당신이 이 책을 꺼내든다면, 책은 반드시 당신에게 말을 걸어올 것이다.
그 말은 책에서 왔지만, 사실은 당신 안에 오래전부터 있었던 말일 것이다.
< 논어×중용 필사책 >은 인생 첫 필사에 가장 적합한 책이다
분량이 과하지 않고, 여백도 적당하며, 문장이 지나치게 어렵지 않다.
중간에 멈춰도 부담 없고, 한 문장만 써도 위안이 된다.
다만 이 책은 ‘끝내야 하는 책’이 아니라, ‘머물러야 하는 책’이다.
오래 곁에 두고 천천히 걸으며 함께 나이 들어가고 싶은, 그런 책이다.
단순한 필사노트가 아니라, 삶의 길을 함께 걷는 동반자이다.
그 길 위에서 당신도 자신의 글씨로 마음의 중심을 써내려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