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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없는 아이 ㅣ 바다로 간 달팽이 16
김미승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15년 9월
평점 :
이 세상에 존재 가치가 없는 사람은 없다. 요즘 세상은 더 그러할 것이다. 과거처럼 신분 제약이 크게 존재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에 없는 아이의 배경은 요즘 시대가 아닌 신분 사회이기 때문에 이야기가 다를 수 밖에 없다. 사실 아이가 태어나면 축복받기 마련이지만 고례는 축복받지 못하였다. 여자의 몸인데도 생긴 것이 흉하고 육중한 남자아이보다 큰 체구를 가지고 태어났다는 이유때문이었다. 어느 정도 큰 이후에는 나라의 액막이로 궁에 들어가야만 했다. 지금보다는 덜 했겠지만 외모지상주의가 정말 지독한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어린 아이인데 죽여야 한다는 둥, 액막이로 쓴다는 그런 말을 꼭 해야하는지 내가 고례의 어머니였어도 정말 마음이 아팠을 것 같다.
체구가 크다 보니 건장한 사내가 할 수 있는 나뭇짐을 혼자서 하는 모습에 동네 사람들이 혀를 차는데도 고례는 얼마나 많은 놀림을 받았는지 울지도 않고 숙명인 것처럼 받아들이는 것이 참 안타까웠다. 친구들과 같이 어울려 놀지도 못하고 동네 사람들의 수군거림까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도 어린 나이인데 그런 고례가 스스로 강해지고 견뎌낸다는 모습이 한편으로는 본받을만하면서도 많이 힘들었을 것 같다.
어느 날, 계곡에 빠진 김옥윤을 구해주지만 가지고 있던 보따리를 잃어버리고, 매일같이 나뭇짐을 하러 가는 고례가 보따리를 발견하여 한양까지 가져다 주러 간다. 한양에서 몇 일 묵게 되면서 만난 덕이와 둘도 없는 사이가 되지만 청나라의 사신들이 모는 마차에 치여 죽게 되고, 정말 억울한 일을 당했지만 나라는 보호할 마음이 전혀 없다는 사실에 정말 분하면서도 어찌 할 도리가 없었다.
궁에서의 힘든 나날을 버티면서 액막이를 하는 날, 엄청난 힘으로 자신을 밧줄로 묶어 가두려는 건장한 장정 여러 명을 떨어뜨리고 중전마마의 호위 궁녀가 된다. 고례를 이렇게 중요하게 생각해주는 사람이 생겨 정말 기쁘면서도 더 상처받지는 않으려나 싶었다.
하루는 먼 나라에서 온 외국인을 보게 되는데 궁녀들은 외국인을 보고 징그럽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고례의 생각은 좀 달랐다. 다르게 생겼지만 외국인은 높은 신분의 사람들과 고개를 떳떳하게 들고 말할 수 있었고 이런 차이가 부끄러운 것이 아니란 걸 느꼈다. 가끔 나도 '다른사람들은 잘 하는데 나는 왜 못할까' 식의 자책을 많이한다. 남들과 조금 다르거나 내가 못하는 것이 전혀 부끄러운 게 아니라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나도 내 나름대로 잘 하는 것이 있는데 내가 잘 하는 것보다 못 하는 것, 남들과 다른 것에 집중하다 보니까 내 자신이 원망스럽기도 했던 것 같다. 자책을 할 때마다, 내가 못나서 힘들 때 마다 고례를 생각하면서 이제는 내가 잘하는 것에 집중하면서 나를 더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고례는 억울한 일을 당해도 신분이 천하다면 나라는 보호해주지도 않는 이 세상을 원망했다. 그리고 천하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했고 어린 나이에 정말 온갖 수모를 겪으면서 자신의 내면이 단단해졌다. 고례보다 나이가 많은 나도 가끔씩 다른 사람의 말에 상처를 받고 아물기까지 정말 힘들었는데 고례는 자신의 처치를 받아들이고 남들이 손가락질하는 것을 자신의 장점으로 오히려 만들기까지 했다. 내가 고례였다면 과연 버틸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고례는 부당한 일이 있으면 숨지 않고 나서서 일을 해결하려고 했지만 내가 만약 그 상황이라면 속으로 끙끙 앓았을 것이다. 고례를 보면서 참 본받을 점이 많은 것 같다. 내가 앞으로 살면서 정말 힘든 일이 많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때까지의 끙끙 앓고 힘들어했던 예전의 방식은 이제 떨쳐내고 '세상에 없는 아이'를 통해 나도 좀 더 내면을 단단하게 만들고 내 자신에 당당해져서 앞으로의 일들을 잘 해낼 수 있는 듬직한 사람이 되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