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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숲속에 숨고 싶을 때가 있다
김영희 지음 / 달 / 2021년 7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보석들 못지않게 찬란한 빛을 발할 줄 아는 숲속의 꽃과 잎사귀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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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창한 숲 속 남산제비꽃 곁에 꿇어앉아 사진을 찍다가 카메라는 치워버리고 꽃에다가 코를 박고 킁킁 냄새를 맡는 작가의 사랑스러운 뒤태가 눈앞에 생생하게 그려지는 것 같아서 절로 웃음이 난다.
어딘지도 몰랐던 시부거리의 지명유래를 감포 가는 버스 안에서 정겨운 사투리로 전해 듣고
"생감이 달랑달랑 카이 홍시가 할 말이 없네~" 가족들과 못자리를 만들면서 한바탕 자지러지기도 한다.
만국기가 걸려있는 운동장의 파란 가을 하늘을 바라보다 며칠 후에 내릴 비에 다 떨어질 은행잎을 예감하면서 멍하니 어린 시절의 나를 떠올리는 모습이 영화의 한 장면 같기도 하고 한 두 달 후의 내 모습 같기도 하여 마음이 애린다.
나 역시 아주 천천히 어른이 되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빨리 어른이 되어서다. :)
신비롭게도 여기 숲 속의 덩굴개별꽃은 학구적인 열정이 발동하면 사람을 관찰하기도 한다. 다리는 넷인데 두 다리로만 걷고 앞다리 두 개는 그저 흔들거리기만 하고 별로 쓸모가 없어 보인다고 했다. (웃음)
어느 페이지를 열어도 숲으로 당장 출발 해야 할 것 같은 충동을 느꼈다. 한달에 한번 달거리처럼 제주 곶자왈을 드나든지 올해 10월이면 4년차가 된다. 지금보다 더위가 조금 물러나면 올 가을 부터는 작은 식물도감을 갖고서 근처 숲부터 싸돌아 다녀야 겠다. 내년 봄에는 나도 고라니처럼, 아니 김영희 작가님처럼 맹렬하게 봄풀(나물)을 뜯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