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받지 못한 밤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놀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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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보는구나 싶은 일본 작가의 소설이다. 어린 시절에는 정말로 소설은 일본이 최고야 하면서 일본 작가의 책만 고집했었는데 30대에 접어들고서는 교양 쌓는답시고 서양 고전문학과 국내 작가의 필력과 독서모임에서 만난 사람들이 추천하는 책에 홀딱 빠져서는 일본 작가의 소설에 참으로 소홀했다.

나에게는 어딘가 신비로운 알수록 궁금증이 생기는 분위기가 있다고 한다. 아마도 그런 분위기가 만들어진 기저에는 일본 소설의 영향을 빼놓을 수 없다. 20대에는 정말로 흠뻑 빠져서 살았으니까. 작품의 배경은 분명히 무슨 사연이 있을 것만 같은 평범한 풍경이다.

소설가는 정말로 머리가 비상하게 좋던가 자료를 강박적으로 수집하는 어떤 능력이 있어야 할 것만 같다. 페이지마다 스며있는 디테일에 놀랐다. 작가는 사진과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임에 틀림이 없다. (웃음) 책을 보면서 몇 사람이 죽어 나갔는가를 세어보았다. 이 한 권으로 작가는 등장인물을 참 많이도 죽였다. (자연사를 포함해서) 퇴고하면서도 마음이 편치 않았을 것 같다. 이 책 그대로 드라마를 만들어도 좋을 것 같다. 영화로 만들기에는 잘려나가는 분량이 너무 많을 것 같다. 각각의 에피소드가 가슴속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킨다.

주인공들의 대사를 알고 있는 일본어를 총동원해서 소리를 내 말 해보았다. 모르는 건 번역기를 썼다. 일본어가 전해오는 어조는 가볍고 경쾌하고 또 애교스러워서 한글이 주는 정직함이나 진지함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중간중간 등장인물의 사투리를 경상도 사투리로 번역해 놓았는데 그래서인지 더 친근하게 느껴졌다.

같은 말이 실은 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면?
화자와 청자가 다른 생각을 하고서 이어가는 이야기는 정말로 뜨악 스러웠다. 이야기에 휩쓸려 울렁울렁 한참을 멀미에 시달렸다. 과거부터 시간순으로 사건의 전개를 차근차근 풀어나가는 기에의 분량이 나오면서부터 페이지를 넘기는 속도가 붙었다. 십 년 묵은 체증이 내려감과 동시에 내가 울렁거렸던 기분은 농락당했다는 마음에 허탈했다. 여러분 밀크씨슬(엉겅퀴 추출물이 들어간 영양제)을 잘 챙겨 먹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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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씽킹 WEALTHINKING (양장) - 부를 창조하는 생각의 뿌리
켈리 최 지음 / 다산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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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리최는 부자들이 했던 방법을 그대로 따라 하면 자신도 그렇게 될 수 있다고 믿었고 하나씩 따라 하면서 완전히 체득했다. 이후 5년 만에 거대한 부를 갖게 되었다고 한다. 그 비법이 이 책 안에 녹아있다. 생각의 뿌리를 제대로 내리면 절대 흔들리지 않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그녀가 말하는 부(Wealth)의 생각(Thinking) 웰씽킹(Wealthinking)을 다룬 책이다.

이 책은 저자처럼 간절히 성공을 꿈꾸는 사람에게 열리는 책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내 목표는 부자가 아니기에 내용을 통채로 씹어먹기 보다는 필요한 부분들만 쪽 빨았다. 하고 싶은 것을 어느 때건 망설임 없이 시도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기 위해서 저자가 언급한 일곱 가지 법칙을 될 때까지  되고나서도 오랫동안 꾸준히 실천해보려 한다. 스스로 생각과 태도가 변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게 되기를 바라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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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주인 - 마음을 온전히 느끼고 누리는 삶에 대하여
이기주 지음 / 말글터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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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동하는 마음을 어딘가에 꽁꽁 묶어놓아 괴롭히는 중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묶어놓은 감정이 싱싱한 활어가 되어 팔딱이는 바람에 내려야 할 곳을 몇 번이나 지나쳐서 되돌아가야 했지만 기뻤다. 이 책은 그런 책이다. 마음의 주인을 찾을 수 있도록, 마음을 자유롭게 풀어두어도 괜찮도록 따스한 손을 내밀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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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꽃이 피면 바지락을 먹고 - 그릇 굽는 신경균의 계절 음식 이야기
신경균 지음 / 브.레드(b.read)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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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처음 만났을 때 제본이 독특하다고 생각했다. 쥐었을 때 표지가 코팅되어있지 않고 웜그레이 색상이라 '따뜻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펼쳤을 때 180° 도가 젖혀진다. 오!! 찢어질까 봐 놀랐는데 튼튼했다. 책 읽는 내내 페이지가 넘어갈까 봐 붙잡을 필요도 없고 눌러서 문지르지 않아도 되어서 편했다.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이런 모양의 사철 제본 방식은 표지에 합성비닐을 사용한 특수 가공을 없애고 합성 접착제 사용을 최소화하여 환경 오염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저자의 이야기와 꼭 맞춤한 것 같아서 탄성이 나왔다.

저자는 "모든 것은 때가 있고, 성실하고 까다롭게 좋은 것을 찾아야 한다."라고 말한다.  좋은 흙을 찾는 이야기부터 그릇을 구워 식히는 이야기가 계절음식 이야기와 함께 끊이지 않고 이어진다. 뜨거운 불을 오래 보면 각막이 상하기 때문에 눈에 좋은 음식을 챙겨 먹는다는 말에 먹는 것도 그릇 만드는 일의 일부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싱싱한 것을 먹고 흙, 나무, 물, 불 온통 살아 숨 쉬는 재료를 다루어 그릇을 만드는 일 이렇게 만들어진 그릇은 제철에 나는 것으로 만든 음식을 담는다. 이 모든 일이 일 년 내내 둥글게 둥글게 돌아간다.

"전통이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디딤돌이다.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발판으로 끊임없이 나아가야 한다. 과거에만 갇힌다면 전통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161p)" 하고 저자는 말한다. 전통을 지키는 것 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변화에도 거침없는 모습이 존경스럽다.

작업할 수 없는 장마철이면 가마터를 찾아 비에 쓸려 드러난 오래된 도자기 파편을 보러 다니고 비가 억수같이 올 때면 커다란 자석을 들고 산으로 올라가 물길에 세워두고 흙에 섞을 철을 수집한단다. 작업할 수 없는 때에도 할 일을 찾아다닌다니! 일 년 내내 도무지 쉼이 없어 보인다.
"계절에 맞게 음식을 하려면 일단 부지런해야 한다. 모든 것은 때가 있고, 성실하고 까다롭게 좋은 것을 찾아야 한다. 그릇 만드는 데 필요한 좋은 흙과 유약 불 때는 나무와 불도 다르지 않다. 그릇 굽는 일도 부지런하고 성실하고 까다로워야 한다. (007p)" 저자와 그의 가족은 일 년 내내 부지런하게 그릇 만드는 일을 하고 계절마다 나는 나물과 열매 버섯을 기다리며 밭과 마당을 돌본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먹을 수 있는 식물의 이름이 참 많이 나오는데 같은 식물도 계절따라 성질이 달라져서 조리하는 방법도 곁들이는 양념도 달라진다니! 보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다. 글을 읽으면서 한참 상상을 하고 있다가 불쑥 사진이라도 나오면 군침이 꼴깍꼴깍 넘어간다. 이 책은 출출한 한밤중에 읽어서는 안 되는 금서로 분류해야 할듯싶다. 모든 사진이 한 페이지를 꽉 채우고 심지어 두 페이지에 가득 나와 요리를 좋아하는 이의 가슴을 설레게 할 것이 틀림없다. 글을 쓰는 지금은 입추와 처서의 한가운데인데, 단짠단짠 호박 스테이크를 따라서 해 먹어야지 하고 마음먹은 참이다.

먹는 채소는 대부분 기르고, 기를 수 없는 것들을 산다고 한다. 집 근처의 장이 네 군데 인 데, 장이 서는 날이 겹치지 않아서 거의 매일 장을 가게 된다는 그의 장 보는 모습을 떠올리는 아내와 지인들의 말에 의하면 "눈을 반짝이며 펄펄 날아다닌다"고. "식자재를 고르는 과정은 먹는 것만큼이나 즐겁다. 도자기 빚을 흙을 발견할 때처럼 말이다."하고 눈을 반짝이는 속내를 투명하게 드러낸다. 스스로 나물덕후라고 언급한 부분이 있었는데, 역시 장르를 불문하고 덕후는 좋아하는 것을 맹렬하게 할 때 정말로 멋진 것 같다.

그릇을 만들고 그 그릇 위에 계절마다 나는 신선한 재료를 구해다가 정성스레 음식을 만들고 이웃과 함께 나눠 먹으며 충분히 계절을 느끼는 삶. 고단하지만 참으로 행복할 것 같다. 나는 도시에서 나고 자라서 나물 하나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까막눈이다. 장안덕과 곶감 동치미국수를 지나 홀린듯이 다시 첫 페이지를 열게 되듯이 책을 보다보면 당연하게 새콤 향긋한 봄나물 무침이 간절하다.
여름의 끝트머리에 서서 벌써 내년 봄이 기다려진다. 가슴속에 진달래 꽃이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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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숲속에 숨고 싶을 때가 있다
김영희 지음 / 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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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보석들 못지않게 찬란한 빛을 발할 줄 아는 숲속의 꽃과 잎사귀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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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창한 숲 속 남산제비꽃 곁에 꿇어앉아 사진을 찍다가 카메라는 치워버리고 꽃에다가 코를 박고 킁킁 냄새를 맡는 작가의 사랑스러운 뒤태가 눈앞에 생생하게 그려지는 것 같아서 절로 웃음이 난다.

어딘지도 몰랐던 시부거리의 지명유래를 감포 가는 버스 안에서 정겨운 사투리로 전해 듣고
"생감이 달랑달랑 카이 홍시가 할 말이 없네~" 가족들과 못자리를 만들면서 한바탕 자지러지기도 한다.

만국기가 걸려있는 운동장의 파란 가을 하늘을 바라보다 며칠 후에 내릴 비에 다 떨어질 은행잎을 예감하면서 멍하니 어린 시절의 나를 떠올리는 모습이 영화의 한 장면 같기도 하고 한 두 달 후의 내 모습 같기도 하여 마음이 애린다.
나 역시 아주 천천히 어른이 되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빨리 어른이 되어서다. :)

신비롭게도 여기 숲 속의 덩굴개별꽃은 학구적인 열정이 발동하면 사람을 관찰하기도 한다. 다리는 넷인데 두 다리로만 걷고 앞다리 두 개는 그저 흔들거리기만 하고 별로 쓸모가 없어 보인다고 했다. (웃음)

어느 페이지를 열어도 숲으로 당장 출발 해야 할 것 같은 충동을 느꼈다. 한달에 한번 달거리처럼 제주 곶자왈을 드나든지 올해 10월이면 4년차가 된다. 지금보다 더위가 조금 물러나면 올 가을 부터는 작은 식물도감을 갖고서 근처 숲부터 싸돌아 다녀야 겠다. 내년 봄에는 나도 고라니처럼, 아니 김영희 작가님처럼 맹렬하게 봄풀(나물)을 뜯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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