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화된 세계에서 페미니즘과의 만남은 일상을 전쟁터로 만들기도 하지만, 페미니즘에 눈뜬 이들은 차별의 세계를 종전과 같은 방식으로 살아 낼 수 없다. 세상을 바라보는 인식론인 페미니즘은 삶의 방식을 변화시키며 이런 변화 속에서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로 호명하는지 여부는 크게 중요치 않다. 아디치에의 증조할머니가 그러했듯이 페미니스트라는 이름 없이 성에 따른 차별에 저항하는 일은 언제나 가능했고, 지금도 여전히 그 이름 없이도 우리는 누구나 페미니스트로 살아갈 수 있다. 메갈리안이 페미니스트인지 아닌지를 두고 흔히 벌어지는 논쟁은 그래서 의미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