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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관과 객관 - 과잉 정보의 시대, 본질을 보는 8가지 규칙
키코 야네라스 지음, 이소영 옮김 / 오픈도어북스 / 2026년 1월
평점 :
새해 들어 몇 권의 책을 읽고 있는데, 그 책들이 하나의 맥락을 같이 하는 것 같아요. 일상 속에서 해야 하는 수많은 선택. 어떻게 하면 조금 더 현명하게 할 수 있을까, 어떤 것이 최선의 선택일까, 그리고 정보가 거의 노이즈가 되는 이 홍수의 시대에서 인간이 인간에게 다가가기 위해 써야 할 '언어'는 무엇일까 등등... 많은 생각을 해보는 요즘입니다.
뭐 그런 것만 있지 않죠. 아침 뭐 먹지.. 저녁 메뉴는 뭐가 좋을까와 같은 것도 수많은 선택 중 일부죠. 여러분은 그 선택의 기준이 있으신가요? 단순히 '느낌대로'에 의지해서 결정을 내리시나요? 오늘 소개하는 책에서 어쩌면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 우리에겐 조금 생소한 분야일 수도 있겠는데요. 저자이자 '데이터 저널리스트'인 키코 야네라스의 신간 <직관과 객관>을 통해 그 길을 함께 열어 보시죠.
🧠 데이터의 숲에서 '신호'를 찾는 법
저자 키코 야네라스는 산업 공학 박사이자 스페인 최대 일간지 《엘 파이스(El País)》의 데이터 저널리스트입니다. 그는 선거 예측부터 축구 선수의 가치 평가까지, 세상의 복잡한 현상을 수치라는 언어로 번역해 온 전문가입니다.
그가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장착시키고자 하는 도구는 바로 '정량적 시선(Quantitative Gaze)'입니다. 이는 단순히 계산을 잘하자는 뜻이 아닙니다. 인간의 뇌가 가진 인지적 편향(직관의 오류)을 인정하고, 이를 보정하기 위해 비판적 사고를 구조화하자는 것입니다. 데이터 맹신을 경계하면서도, 데이터 뒤에 숨겨진 본질을 찾아내는 감각을 일깨워 줍니다.
💡 본질을 관통하는 8가지 규칙 (The 8 Rules)
책에서 제시하는 8가지 규칙 중, 기억에 남는 부분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 세상의 복잡성 수용: 단순한 인과관계의 유혹을 뿌리쳐라.
- 수치로 사고하기 (Napkin Math): 모호한 형용사 대신 숫자를 써보자. 냅킨에 끄적인다고 해서 냅킨 수학 간단한 계산이 규모의 오류를 막아줍니다.
- 표본 편향 경계: 나의 좁은 경험이 전체를 대변한다는 착각을 버려야 합니다.
- 인과관계의 어려움 인정: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를 혼동하지 마세요.
- 운(Chance)의 위력 존중: 예외적인 결과에는 반드시 운의 개입을 의심해 봐야 합니다.
- 불확실성 속의 예측 : 100% 확신은 없습니다. 최선의 확률을 선택했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 딜레마에도 균형을 유지하라: 얻는 것이 있다면 잃는 것도 있습니다. '일방적 도박'을 경계하세요.
- 직관에 대한 의심: 성급하게 결론 내리려는 뇌를 잠시 멈춰 세우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사실 인생에서 정답은 없습니다. 책은 어쩌면 이런 결론을 말하는 것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세상은 복잡한 곳이다
p30
책의 도입부에서 이러한 사실을 일깨워줍니다. 그리고 마지막 통찰은 이렇습니다.
우리는 복잡한 세상에 살고 있다
p351
저 역시 공감하는 바입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 안내하는 8가지의 '규칙'(어쩌면 시선)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일 지도 모릅니다. 복잡한 세상에서 그것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 그리고 직관과 객관 사이를 절묘한 '기술'로 조화롭게 살아가는 것.
이 책은 데이터 저널리즘이라는 전문적인 시선을 담아냅니다. 그리고 비전문가라면 접하기 어려웠을 통계학적인 수치들을 일반의 언어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그것이 이 책의 장점일 것입니다. '데이터' 특, 통계라는 전문 영역을 '저널리즘' 즉, '이해시키는 자'의 편안한 언어로 풀기 때문입니다. 수치를 조금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가도 괜찮습니다. 책은 그 간극을 친절한 해설을 통해 풀어 줍니다. 몇 가지 사례를 정리해 봅니다.
☢️ 체르노빌 사고의 재구성
출처 입력
이 책에는 사례에 빗대어 데이터를 보는 시각, 사건을 보는 시각들을 재구성 합니다. 그 중 하나로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를 예로 들고 있습니다.
흔히 관리 부실이나 개인의 실수로 치부되는 이 비극을 저자는 '복잡한 시스템 내의 확률적 필연성'으로 분석합니다. 매우 낮은 확률의 오류들이 시스템 내에서 연쇄 반응을 일으켰다는 것이지요. 드라마로도 제작된 바 있는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를 다시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아주 우연하게 일어난 오류들이 어떻게 연쇄반응을 일으켜 처참한 사고로까지 연결되는 가에 대해 데이터적인 시선을 더하니 새로운 사고의 문이 열리는 것 같았습니다.
이는 오늘날 우리에게도 다양한 인사이트르르 제공해 줍니다. 자산 투자나 자녀 교육 같은 일상적 결정들 또한 단순히 '열심히' 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적 리스크'를 관리해야 하는 문제임라는 통찰에 이르게 되죠.
🍦 1. '살인 아이스크림'의 역설: 상관관계는 인과관계가 아니다
저자는 통계학에서 가장 유명하면서도 위험한 함정인 '아이스크림' 사례를 제시합니다. '아이스크림 판매량이 늘어날 때 살인 사건 발생률도 함께 증가'한다는 이 '살인 아이스크림'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통계학에서는 유명하다고 하는데, 저에게는 새로운 시선이었습니다.
이 말을 들으면 우리의 성급한 직관은 "아이스크림 성분이 사람을 공격적으로 만드나?" 혹은 "범죄자가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나?"라는 엉뚱한 결론에 이르게 될 수도 있겠습다만, 저자 야네라스는 차분하게 '무더운 여름'이라는 숨은 변수를 찾아냅니다. 즉, 기온이 오르면 아이스크림 소비가 늘어난다는 것, 동시에 사람들의 불쾌지수도 높아진다는 것. 그리고 그 사이 어딘가쯤에서 이 '불쾌지수'와 더위라는 변수 때문에 범죄율도 함께 올라가는 것이죠. 수치상의 비례(곧, 상관관계)가 곧 원인과 결과(인과관계)는 아니라는 걸 이 사례가 일깨워 줍니다. 이 단순한 진리는, 우리가 뉴스와 통계를 볼 때 가장 먼저 갖춰야 할 '객관성'의 방패입니다.
🇺🇸 오바마가 백악관에서 '꿀잠'을 잘 수 있었던 비결
출처 입력
여섯 번째 규책, 불확실성 속의 예측 챕터에서는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에 대한 사례가 나옵니다.
오바마는 회고록을 통해 백악관 생활에서 깨달은 중요한 사실을 언급합니다. "쉬운 문제들은 내 책상에 오기 전에 실무자 선에서 이미 해결된다. 따라서 내 책상에 올라온 문제는 명확한 정답이 없거나 (51:49와 같은) 해결 불가능해 보이는 난제들뿐이다"라는 것입니다. 어떤 선택이 100% 옳다는 확신이 없는 상황에서 오바마가 택한 전략은 '확률적 사고(Thinking in probabilities)'였다고 합니다. 그는 참모들과 치열하게 토론하고 모든 정보를 검토한 뒤, 결과를 확률로 계산하여 결정했습니다.
저자는 20009년 오바마 취임 당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중대한 결정을 내리면서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해야 하는 중대한 결정에 대한 예시를 들어 보여줍니다. 이는 '은행 구제를 결정할 때 와 더불어 자녀의 학교를 선택할 때조차 마찬가지'(P251)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나는 늘 확률을 따져야 했다.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아서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확률이 70%, 어떠한 방안이라도 택했을 때 문제가 해결될 확률이 55%, 의도한 대로 정확히 해결될 확률은 0%였다. 무엇을 선택하더라도 효과가 전혀 없을 확률은 30%,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확률도 15%나 되었다.
p251 / 오바마의 매체와의 인터뷰 내용 중, 책 본문에서 발췌
대통령도 우리와 다를 바가 없죠. 어쩌면 더 복잡하고 더 스트레스를 받는 자리이겠죠. 저가 소개한 오바마의 불확실성을 예측하는 사고방식을 보여줍니다. "이 결정(A안)을 내렸을 때 상황이 좋아질 확률이 50%, 아무런 효과가 없을 확률이 30%, 오히려 상황이 더 나빠질 확률이 20%라고 치자. 50%가 20%보다 높으니, 나는 A안을 선택한다."와 같은 것이죠. 오바마는 이렇게 확률에 근거해 최선의 '베팅'을 했다면, 설령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자신을 괴롭히지 않고 편안하게 잠을 잤다고 합니다. 그는 "나는 내가 가진 정보 안에서 수학적으로 가장 올바른 결정을 내렸다"는 확신을 가졌기에,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서 해방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저자는 오바마의 사례를 통해 "불확실성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라고 조언합니다. 대신 막연한 두려움에 빠지는 대신, 성공과 실패의 가능성을 확률로 수치화하여 관리할 때 우리는 더 담대하고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교훈을 줍니다
✈️ 3. 생존자 편향: 보이지 않는 데이터의 목소리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은 귀환한 전투기의 날개와 꼬리에 가득한 총탄 흔적을 보며 그 부분을 보강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통계학자 에이브러햄 왈드는 정반대의 주장을 펼쳤죠. "진짜 보강해야 할 곳은 총탄 흔적이 하나도 없는 엔진 부분입니다."라고 말입니다. 여기서 통계의 오류가 발생합니다. 엔진에 총을 맞은 비행기들은 귀환하지 못해 데이터(표본)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치명적 오류 말입니다.
저자는 이를 '생존자 편향' 사례라고 말하며, 이를 통해 우리가 눈앞에 보이는 데이터에만 얼마나 매몰되기 쉬운지를 경고합니다. 성공한 사람들의 수기, 잘 나가는 기업의 비결 뒤에는 소리 없이 사라진 수많은 '실패한 데이터'가 숨겨져 있습니다. 예를 들어 대학을 중퇴하고 세계 거부가 된 스티브 잡스, 빌게이츠 같은 사람들을 보고 대학 중퇴자는 성공 확률이 높다고 말하는 것이 바로 그 '실패한 데이터'입니다. 그 안에는 대학을 중퇴하고 실패한 수않은 '보이지 않는 데이터'가 있을 테니까요. 우리는 현상에서 무엇이 본질인 지를 질문하는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저자가 말하는 현상의 본질을 꿰뚫는 가장 강력한 도구입니다.
🌿 마무리하며
이제 정리할 시간입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의 복잡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책의 추천사를 쓰기도 한, 전설적인 바둑 기사 이세돌은 이 책을 읽고 "복잡한 마음이 실시간으로 정리되는 기분이 좋았다"고 했습니다. 저 역시도 그 부분에 공감할 수 있었는데요.
일부 현상은 너무나 복잡한 나머지
혼돈 상태에 이른다.
이는 본질적으로 예측이 불가능한 상태를 의미한다
p38
우리가 삶에서 느끼는 막연한 불안과 공포에 대해, 저자의 말처럼 우리는 이를 인지하고 인정하고 시작해야 합니다. 이 예측불가라는 것이 바로 세상을 세상답게 만드는 것일 수도 있다고 느꼈어요.
통계는 모든 세부 사항을 포착할 수는 없지만,
통계가 없다면 훨씬 더 많은 것을 놓칠 것이다.
p77
그렇다면 이 책이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인용한 말에 그 해답이 있는 것 같습니다. 통계는 우리가 놓칠 수 있는 많은 것들을 삶의 테두리 안으로 끌고 옵니다. 그리고 불확실성의 가장자리를 지워주며 우리가 느끼던 불안의 무게를 조금씩 경감시켜 주는 것 같아요.(적어도 제가 느끼기에는 그렇습니다. 저자 야네라스는 아마도 차가운 숫자로 가장 따뜻한 조언을 건네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확신 대신 의심을, 단순함 대신 복잡성을 선택하는 것이 더 인간적인 길"이라는 말도 (인정하긴 싫지만.. 아, 단순하고 싶다고요. ㅎㅎ) 인정하면서 마지막 책장을 덮었습니다. 이 책을 이해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기를 바라며, 관심이 생기셨다면 일독을 권합니다.
통계는 모든 세부 사항을 포착할 수는 없지만, 통계가 없다면 훨씬 더 많은 것을 놓칠 것이다. - P77
일부 현상은 너무나 복잡한 나머지
혼돈 상태에 이른다.
이는 본질적으로 예측이 불가능한 상태를 의미한다 - P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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