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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다정하게 앤드 산문집 시리즈
강혜빈 지음 / &(앤드)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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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좋아하던 시인님 (이자 5개의 직업을 가진 ㅎㅎ)이 첫 산문집 ’어느 날 갑자기 다정하게‘를 냈다.

나는 전작 시집 ‘밤의 팔레트’와 ‘미래는 허밍을 한다’ 여기저기에 놓인 시인이 고른 단어들이 좋았다.
시는 감정을 집약하는 데에 유리한 장르라,
이런 단어를 고르는 시인이 긴 호흡으로, 문장으로 쓴 글이 궁금하기도 했다. 다정한 사람이 ’다정하게‘ 라고 선포한 글은 어떨까?

시인이 엮은 두 개의 시집에서 발견한 밤과 슬픔, 미래와 허밍을 이번 산문집에서도 선명히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이 책은 어디다 내놓기 민망해 자꾸만 밤에 꺼내어 놓는 우울을 따스히 안아주기도 하고, 밝은 눈으로 주변에 놓인 기쁨을 발견해 무채색의 일상에 조명을 하나 켜주기도 한다.

”무엇이든 가능한 사랑의 모양을 보여 주겠어요. 경쾌한 물의 춤을. 침대 속에 파묻혀 나의 존재에 대해 끝없이 생각만 하고 있을 때, 문득 먹고 싶은 프레첼이 생각나 벌떡 일어나는 거지요. 밝은 색의 옷을 주워 입고, 푹신한 운동화를 고르고, 가벼운 마음으로 문을 열고 나설 수 있다면 좋겠어요. 내가, 당신이, 그리고 우리가.

시인의 말처럼 울고 싶을 때 울어도 괜찮고, 힘껏 사랑해도 괜찮고. 다만 서로가 서로의 용기가 되어 줄 때. 우리는 너무 밝은 대낮에도 울 권리가 생기고, 시시한 어른의 보통 삶이란 무엇일까 고민하지 않게 되고, 내가 나인 것을 증명하지 않아도 되고, 버틸 수 없는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아도 될테니까요.“

글에서 내가 읽히는,
어쩌면 그래서 자꾸만 마음이 가는 시인의 따스한 글을 읽을 수 있어서 즐거웠다.
내가 나를 만나는 기분이랄까.
그것도 자신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의 눈으로.

봄에 맑은 마음으로 우리 앞에 놓인 좋은 것들을 발견하고 싶은 이들에게,
나에게 주어진 캄캄한 밤을 오늘도 무사히 넘기고 싶은 이들에
이 책을 건네주고 싶다

우리 죽지말고 잘 살아요
다정한 이 편지를 끌어안고 잘 살아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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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업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48
강화길 지음 / 현대문학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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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최근 관심있게 지켜보는 강화길 작가의 신간.


무궁화 궁전에는 서른 여섯의 지수와 어머니가 살고 있다. 풀업은 어머니와 지수, 그리고 늘 자신감 넘쳐 보이는 지수의 동생 미수의 이야기다. 지수는 자주 얼굴 없는 인간이 나오는 악몽을 꿈을 꾼다. 그 인간들은 나를 괴롭게 하였지만, 내가 신뢰했고 시간을 함께 보냈던 이들이다. 현실에서는 그러지 못했지만 꿈에서는 그들에게 실컷 분풀이를 했다. 그러면서도 지수는 잠을 설쳐가면서까지 그들을 미워해야 할 가치가 있을지 의구심을 품는다.

"그녀 성격이 그랬다. 뭐랄까, 그네를 탈 때와 비슷하다고 해야 하나. 애초 관심도 없고, 설사 그네 위에 올라간다 해도 (어떤 두려움 때문에) 올라갈 수 있는 만큼만 올라갈 것. 그 이상은 바라지 않는 것.(바라지 않았던 것처럼 구는 것.)"

소설 <풀업>에서는 ( ) 괄호 속의 화자가 원 화자를 대변하거나 옹호하기도 하고, 밑바닥에 있는 솔직한 감정을 얘기한다. 그러면서 원화자에게 힘을 실어준다. 괄호 안에서 주인공 지수는 누구보다 솔직하고, 지수답다. 나에게도, 나의 글쓰기에도 힘을 실어줄 괄호의 존재가 절실하구나, 소설 밖으로 빠져 나와 잠시 생각했다.

지수는 우연히 운동하는 여자를 보고 자신을 꽉 채우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부러움 하나로 무작정 운동을 시작한 그녀는 트레이너의 말에서 점차 자신을 나아지거나, 나아지고 있는 사람으로 인식하기 시작한다. 사실 그녀는 그런 말이 절실했을 것이다. 마치 내가 요가를 시작하고 수련 과정만큼이나 선생님의 말에 위안을 얻은 것처럼. 현대인에게는 그렇게 해석해서라도 필요한 말들이 참 많다.

그렇게 운동을 시작한 지수는 무언가 좋아지고 있다는 감각을 즐기며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 마음을, 지레 멈추는 자신을, 가족 안에서 자꾸만 위축되는 자신을 버리고 근육과 튼튼함으로 그 자리를 채운다. 읽는 내내 당장 운동을 시작하고 싶어졌고, 건강한 몸으로 건강한 생각을 하고 싶어졌다. 이 책을 단숨에 읽은 것처럼, 나도 지수처럼 미루지 않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바로 빈야사 요가를 했다. 일주일 만이어서 그런지 더 개운했다.

소설은 지수와 어머니, 지수와 미수의 관계를 주로 흘러간다. 지수를 답답하게 생각하면서도 언니와 엄마를 책임져야 할 지 모른다는 불안함을 느끼는 미수의 마음도, 미수와 자신을 비교당하며 은연중에 함부로 대해져도 되는 사람인냥 대우받는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은 지수의 마음도 이해됐다. 늘 씩씩하고 자신감있는 미수를 더 자랑스러워 하며, "살아남은 식물들에게만 애정을 품고, 시들어가는 화분에는 큰 노력을 들이지 않"은 엄마에게 서운함과 미움을 느끼지만 그럼에도 증오까지로는 이어지지 않는 건 어떤 이유에서일까. 서로를 사랑하고, 책임지고, 때로는 기대하며 자랑하는 한국의 가족 어디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아이러니한 감정들이 잘 드러나 있다. 자식자랑하고 싶은 그 마음이 가족과 사회를 조금씩 좀먹고 있지는 않나 생각도 했다. 부모에게 자랑스러운 자식이 되고 싶다는 강박을 깨는 것에서 인간 존재의 독립이 시작되는 것 같기도 하다. 엄마와 어색할 수 있지, 애쓸 수 있지. 가족도 결국 인간관계임을 짚어낸 점도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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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모든 순간이 시였다
박신규 지음 / 미디어창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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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생, 죽음, 청춘 그리고 시가 담겨있다. 시인 박신규의 산문집이다. <당신의 모든 순간이 시였다>라는 제목이 책 전체를 관통한다. 작가와 함께 시를 읽고 담소를 나누고, 작가가 아는 친구들을 한데 모아 사는 얘기를 들은 것만 같다. 혼자서는 무심코 지나갔을 단어와 표현을 내 앞에 두고 이야기해 준다. 독자님, 이 단어를 알아채셨을까요 아 이 얼마나 문학적인가요.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예술과 함께 쓰일 때 더 강력한 힘을 가진다. 아니까 보인다. 그래서 그걸 아는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일이 더 은밀하고 즐거운 일이 되는 거다. 그 세상에 푹 빠져본 사람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들이니까. 어떤 시는 우리의 해석으로 다시 태어나기도 한다. 가끔 과몰입이 심할 때 다른 사람의 서평이나 후기도 찾아보곤 하는데, 작가보다 더 작가 같은 해석을 내놓는 사람을 보면 이래서 인류가 읽고 계속 이야기하는구나. 과몰입은 우리 안에 있는 DNA구나 싶어 웃음이 난다. 아주 사사롭고 사소한 마음의 결을 빗어내어 보편의 영역으로 끌어내는 연시를 읽고 있자면, 시에 내 이야기도 담게 된다. 그렇게 해야지! 해서 되는 일이 아니라 나도 모르게 그러고 있다. 죽음을 직시하는 일을 이야기하는 시를 읽으며 어떻게 내 검은 날을 떠올리지 않을 수 있을까. 시를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아 나의 모든 순간이 시였구나. 나는 그런 생을 살고 있구나.

삶과 죽음, 생과 사랑은 시의 단골 소재다. 아마 우리가 그것 없이는 이 생을 살아가기 어려워서 일 테다. 사랑은 너무나 흔한 감정이고, 그렇기에 저마다의 모양과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같은 소재와 감정을 이야기해도, 어느 상황에서 누가 쓰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게 문학의 묘미다. 그리고 그런 문학을 읽으며, 짧은 나의 생 속에 있는 경험을 투영해 보는 일이 즐겁다. 이 사랑은 사랑이 아닌 것 같은데, 하고 오만하게 속으로 생각해 보기도 하고, 괜히 내 사랑이 나약하고 무의미해 보이기도 하다가, 그럼에도 사랑을 말할 수 있다는 사실 하나에 감사하게 되는 것. 시를 읽는다는 것은 나의 세계와 시인의 세상이 만나는 일이다.

소설과 달리 각각의 시가 독립적인 성격을 가지는 시집은 내 마음에 쏙 드는 시집을 찾는 게 어렵다. 한 시집 안에 어떤 시는 너무 마음에 드는데 어떤 시는 또 내 심기를 거스를 수 있는 거니까. 그런 이유 때문에 선뜻 시집을 사기가 어려웠는데, 다르게 생각하면 내 마음과 닮은 시를 찾아 나서는 일이 즐거울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시집 속 모든 이야기가 꼭 내 마음 같기란 어려운 일이다.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내 마음과 잘 맞는 시집을 만나는 건 모험의 과정이고 그래서 신나는 일이다. 나와 잘 맞는 시인도 이 책에서 여럿 소개받았으니 이제 마음을 가다듬고 그들의 세상으로 뛰어드는 일만 남았다.

시를 풍부하게 읽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창비에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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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의 일 (양장)
이현 지음 / 창비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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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떻게 써야 이 책을 온전히 전할 수 있을까. 그런 욕심을 부리기 시작하면 영원히 쓸 수 없을 것만 같아 떠오르는 마음, 머릿 속을 스쳐 지나간 기억으로 얼개를 짓는다.

작가는 예리하게 청소년의 삶을 그린다. 섬세한 묘사와 생생한 문장으로 독자를 다시 고등학교의 한 교실에 앉힌다. 청소년을 빌려오는 것이 아니라 진짜 그들의 세상으로 들어간다. 그 안에서 나, 호정의 몸이 되어 호수의 저 아래에 있는 마음과 우울의 모양을 그린다. '호수의 일'은 나의 과거와 감정에 이름을 붙인다. 마음 저 아래에 있는 그 아이의 존재를 자각하게 한다. 잊고 싶은 모든 날을 기억하게 한다. 그 아이는 분명 내 마음 저 아래에도 있었다. 낯설고 몹시도 추운 그 곳에서 호정을 삼키려 했던 그 아이. 나도 그 아이가 가진 파괴력을 목도한 적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쉽게 넘길 수 없었다.

부모의 사업 실패로 호정은 그 빚과 함께 할머니 집에 맡겨진다. 거기서 자신이 처한 처지를 먼저 배우고 말을 할 수 있을 때 즈음 그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를 배운다. 말보다 마음을 먼저 배우게 되는 아이들이 있다. 눈치가 해낸 일이다. 말로 설명하기 전에 먼저 느껴지는 감정이 있다. 말을 배우다 그 마음에 이름을 붙일 수 있게 되었을 때, 또 비참해졌을 것이다. 그것이 어린 호정이 느낀 수만 번째 비참함이었을 것이다.

흉터가 되어 만져도 더 이상 아프지 않더라도, 바라만 봐도 아픈 상처가 있다. 빚을 갚느라 못다 이룬 화목한 가정을 실현하려는 부모의 뒤늦은 노력은 흉터를 가진, 어쩌면 아직 흉터가 되지도 못한 상처를 가진 나에게는 모순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의도가 없더라도 그 안에는 어느 정도의 진실이 있다. 호수 저변의 응어리가 녹지 않은 아이에게 '행복한 가정'을 강요하는 것은 어른의 이기심이다. 존재하는 상처를 억지로 묻고 묵인하라 하는 요구다. 관계의 회복은 하나, 둘, 셋 지금부터 시작 ! 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호정의 부모가 용서받을 수 있는 유일한 이유는 호정이의 마음을 완전히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호정이가 그 마음을 굳이 다 내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은, 호정이도 몰랐을 것이다. 스스로 설명할 수 없는 눈물이 있다. 사람은 어째서 자신의 마음을 모를까. 그 무엇보다 온전한 제 것인데. 모든 것을 사춘기로 설명하려는 것은 회피다. 괴로웠을 것이다. 모두가. 그렇지만 가장 힘든 것은 호정이었을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녀가 가장 힘들었다 말해주고 싶다. 지나온 과거를 용서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미움은 자신을 또 집어삼켰을 것이다. 나는 그런 종류의 분노를 안다. 응어리진 마음에 시간이 쌓이면 그 마음을 해체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지만 원망할 사람이 없다. 악인이 없다는 점이, 그러니까 호정의 부모를 마냥 원망할 수 없다는 사실이 가장 슬펐다. 부모는 사업을 확장하다 한 번의 실패를 했다. 굳이 따지자면 이 실패가 부모의 가장 큰 실수이자 이 비극의 시작이다. 호정은 그로 인해 할머니 댁에 머물렀다. 호정의 부모가 진 빚을 갚느라 희생한 사람들이 있다. 평소엔 잘해주다가도 답답한 순간엔 불쑥불쑥 원망이 올라온다. 인간이라면 당연한 일이다. 그치만 어른이라면 좀 더 달랐어야 한다. 호정은 그런 상황에서 상처를 받는다. 부모에 대한 원망이 가득한 공간에서 자란 호정은 자신과 부모를 동일시한 채 부모를 향한 비난을 먹고 자랐다. 그 상처를 받고 어린 호정은 사춘기라 부르는 시기에 접어들었다. 못다 준 사랑을 주기 위해 부모는 최선을 다한다. 그뿐이다. 악의는 없다. 그렇지만 누군가는 그 시간 속에서 상처를 받았다. 시간이 지나 굳이 다시 들추는 것이 무의미하고 민망할 정도의 사소한 행동에서의 상처라 할지라도 크고 작음, 중함과 사소함은 중요하지 않다. 거기 호정이 있다는 사실만이 중요하다.

꽝꽝얼은 호수가 고요함이라 믿고 살던 호정 앞에 은기가 나타난다. 그들은 서로를 알아본다. 그 단단한 호수의 아래에서 둘은 서로를 알아보고 손을 마주 잡고 온기를 나눈다. 숨긴 자는 숨긴 마음을 알아본다. 무언가를 숨겨본 사람만이 비밀을 가진 사람을 알아볼 수 있다. 은기를 향한 사랑은 아마 동시에 자신을 향했을 것이다. 비슷한 온도를 가진 사람은 서로를 너무 덥히지도, 춥지도 않게 한다. 맞잡은 두 손 사이에 비슷한 온기가 순환한다. 그 다정함과 풋풋함이 웃게 한다. 그러나 그 둘은 결국 맞잡은 두 손을 놓는다. 스스로 놓은 것이 아니니 놓아진 것일까. 호정은 은기가 지녔던 물건을 모두 버림으로써 그와의 시간을 버리려고 하나, 과거는 그렇게 쉽게 버려지지 않는다. 아리도록 잊고 싶은 기억은 더더욱. 사랑한 일은 그저 지나가 버리지 않는다. 눈처럼 사라지겠지만 그렇다고 눈 내리던 날의 기억마저 사라지지 않는 것처럼. 그 때 호정의 호수에서 깨져 나온 얼음조각이 주위에 있는 사람을 할퀸다. 저 호수 아래 잠자고 있던 자격지심이 갑자기 내가 되어 아무 잘못 없는 이를, 굳이 따지자면 나의 아픔을 보듬어주려는 것이 잘못인 이를 할퀸다.

그러나 호정은 호수의 저 깊은 아래로 끌려가지 않는다. 캄캄한 어둠 속으로, 어쩌면 다시 나올 수 없는 저 깊은 어딘가로 가게 자신을 내버려두지 않는다. 호정은 반드시 나아질 것이다. 악의 없는 다름도, 그래서 때론 공격이 되기도 하는 서로의 처지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니까. 호정은 잠시 아픈 것이다. 나쁜 게 아니라, 한심한 게 아니라. '잠시 아픈 것'. 이 사실을 정확히 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마 자신의 마음을 알 수 없어 가장 힘든 것은 화정일 것이다. 이름 없는 마음. 이름을 붙일 수 없는 마음은 늘 인간을 지독하게 괴롭힌다.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그런 마음이 있을까.

사랑은 다른 사랑으로 대체되는 게 아니다. 하지만 다른 사랑으로 채워지기도 하는 거라서. 그래서 은기가 없는 호정의 내일이 걱정되지 않는다.

얼어붙어 고요한 호수가 있다. 그러나 그 안에는 살아있는 움직임이, 온도가 있다. 은기와의 만남이, 그 끝이, 단단히 얼어있던 표면에 금을 냈다. 다시 겨울이 올지라도 봄이 온다. 계절은 순환한다. 포기하지 않는다면. 그래서 끝내 호정의 호수는 녹을 것이다.

슬픈 시절을 가진 모든 사람이 자신의 호수를 들여다볼 수 있기를.

머지않아 올 봄을 준비할 수 있기를 바란다.

호수의 일은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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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첫 비밀친구 - 제3회 목일신아동문학상 동화부문 수상작
오늘 지음, 이지오 그림 / 보림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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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소개할 책은

 

<두근두근 첫 비밀친구>라는 장편동화입니다.

 

 

 

 

이 책은 제 3회 목일신아동문학상 동화 부문에서도 수상한 책인데요

 

약간은 두께가 있는 소설이어서 초등 중 ~ 고학년 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싶어요.

 

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도 열 두살이니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번 여름 숙제는 바로 비밀친구 보고서 인데요.

 

제비뽑기로 뽑은 친구의 비밀친구가 되어 몰래 도와주는 숙제랍니다.

 

서로 다른 매력을 가진 열 두살 어린이들이 서로에게 손을 내밀어 서로의 세계를 경험하는 따뜻한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우정과 사랑같은 감정을 생각해보게 됩니다.

 

열두살.. 어리지만 마냥 어리지는 않은 나이이지요

 

어른만큼이나 진중하고 깊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열두 살 아이들이 비밀친구를 어떻게 이해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사실 관계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불안해하고 힘들어하는 것은 나이를 막론하고 인간의 삶에서 계속 반복되는 일인 것같아요.

 

아이들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제 3의 입장에서 지켜보니 아이들이 안쓰럽기도 하고,

 

또 어른들의 고민과 별반 다르지 않은 고민을 하며 관계를 만들어가는구나 하고 이해가 되기도 했어요.

 

 

 

 

친근한 일상과 판타지를 적절하게 섞어 특별한 분위기를 만든 것도 아주 인상적이었어요.

 

정말 재미있고 흥미로운 책이어서 아이들이 재미있고 쉽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잊고 있었던 따뜻하고 일상적인 감정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저역시 재미있게 읽었어요.

 

저맘때 저에게 우정이란 어떤 의미였는지,

 

우리에게 비밀이란 어떤 상징을 가지고 있었는지 고민해보게 되더라고요.

 

 

 

 

스스로를 존재감 없는 끝자리 아이라고 생각하는 보리가

 

자신의 내면 속 반짝반짝 빛나는 자신과 만나는 모습이

 

짠하면서도 따뜻했어요.

 

각자의 삶에서는 모두가 주인공이라는 점을 아이들에게 꼭 알려주어야겠다 다짐하게 되었어요.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타인의 시선을 개의치않고 살아간다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

 

그렇기에 그런 각박한 세상에서 아이들이 자신을 사랑하고 믿어주는 방법을 배워나가기를 소망해봅니다.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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