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율표를 읽는 시간 - 신비한 원소 사전
김병민 지음, 장홍제 감수 / 동아시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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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율표하면 기억나는 건 노래처럼 불러봤던 수헬리베붕탄질”. 그 후로 따로 원소에 대한 생각은 하지 않고 살아왔다. 관련 없는 전공을 선택하기도 했지만 그만큼 무관심이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처음 표를 봤을 때 왜 이름이나 발견 순이 아닐까 잠깐 고민했었다. 물론 그에 대한 답은 찾지 못했었다.

 

제본과 책의 구성이 특이하다. 한 번에 쫙 펼쳐지는 누드사철방식의 책은 처음 보았다. 1부와 2부는 책의 앞뒤로 나뉘어 묶여있어서 앞면으로 읽을 수도 있고 뒷면으로도 읽을 수 있었다. 띠지는 포스터처럼 펼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편집자의 아이디어가 재미있다.

 

1부에선 주기율표의 역사와 구성에 대해 설명한다.

인류는 다양한 물질들을 이용해서 살아왔으나 17세기에 이르러서 수소H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그 후 물질에 대한 탐구를 거쳐 다른 원소들도 발견하게 되었고 400여년이 지난 오늘날에 이르러서 인공원소까지 만들어내며 118번까지 찾아냈다.

과학의 발전과 함께 계속 수정되고 보완된 주기율표를 보며 인류의 가능성과 동시에 경이로운 자연에 대한 겸손을 배울 수 있었다.

 

책의 2<신비한원소사전>에서는 원소들의 각 특징이 실려 있다. 알록달록 카탈로그처럼 되어 있어서 부담스럽지 않게 가볍게 읽을 수 있었다.

예를 들어 비소는 예전에 사약에 들어갔었고 나폴레옹의 사망원인으로 추측된다고 한다. 지금은 반도체 산업에 쓰이고 있다는 이야기도 너무 좋았고 이런 각각의 원소들의 설명을 들으니 더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주기율표가 왜 꽉 찬 사각형이 아닌 삐뚤삐뚤한 모양인지 드디어 알게 되었다. 친절히 옆에서 설명해준다는 느낌을 받아서 화학을 막 접한 학생들뿐 아니라 교양을 쌓고 싶었던 일반인 역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을 거 같다.

결론적으로 전자의 위치는 속도와 관계되는 운동량이 모호한 상태에서 확률적 분포, 그러니까 원자핵 주변에서 발견될 확률이 많은 위치의 집합으로 표현됩니다. 이 위치 조합이 마치 구름같다고 해서 전자구름이라고 표현합니다. 원자의 국조를 설명하는 물리학에서 전자와 핵 사이의 전자기력을 설명하기 위해 원자는 대부분 빈 곳이라고 말하지만 엄밀하게 보면 사실이 아닙니다. 태양과 행성처럼 일정한 거리에 궤도를 이루고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전자는 원자 안에서 어디든 나타날 수 있지요. 하지만 전자의 위치를 원자 내 부를 가득 채운 구름으로 표현한다고 해서 정말 원자핵 주변에 하얀 구름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선풍기가 돌아갈 때 날개 자체는 보이지 않고, 날개가 움직이는 공간을 채운 흐릿한 궤적이 보이는 것과 비슷하지요. 전자구름에서 두꺼운 구름이 있는 곳에 전자가 위치할 확률이 높은 겁니다. -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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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의 미래, 컬처 엔지니어링 - 질문하는 문화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폴 김 외 지음 / 동아시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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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기 다른 네 명의 전문가가 교육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한다.
인문학자 함돈균, 교육공학자 폴킴, 국제개발협력가 김길홍, 국제경제기구인 아시아개발은행에서 교육분야 대표 나성섭.

4차 산업혁명 시대, 글로벌 인재를 키워 내기 위해 사회혁신과 교육혁신에 대해 초점을 두면서 문화 재정비도 함께 이루여 져야한다고 말한다. 이것을 ‘컬처 엔지니어링’ 이라고 한다.
도시 경쟁력, 사회적 신뢰등 여러 사회 문제들을 두고 컬처엔지니어링 관점에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며 논의를 한다. 특히 국제경제기구에서 일을 하는 두 사람의 경험을 듣는 것은 무척이나 흥미롭다.

새로운 사회문제를 접했을 때 상황에 대처하는 사회 구성원 전반의 사고방식이나 대응방식, 의식의 고착화 현상은 정부가 교체되어도 좀처럼 변하지 않았고 그렇기 때문에 문화 재정비의 필요성을 이야기 하게 되었다. 특히 교육 분야에서 사회적인 태도, 습관, 생각의 패턴을 변화시키기 어렵다고 전분가들은 입을 모았고 그 원인을 질문하지 않는 문화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질문하는 문화를 만들 수 있을까. ‘질문하세요’이렇게 외친다고 해결 되는 게 아니었다. 협력적 질문을 만들어 내고 토론을 하며 성장할 수 있도록 프로젝트를 만들어 아이들을 가르쳤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문화를 유도하고 유지할 수 있도록 인위적인 노력을 가해야한다고 말한다.

내가 가장 흥미롭게 본 주제는 ‘다양성’이였다.
4차산업혁명은 이전의 산업혁명과는 다르다. 한 분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야가 협업을 해야 가능하다. 그렇기에 다양한 인재가 필요하고 팀플레이가 중요해진다.
여기서 좋은 예시라고 싱가포르의 이야기가 나온다. 공공아파트를 분양을 할 때 인종의 다양성을 배려했다. 정책적 법률적으로 혼합하여 인위적으로 사회문화를 엔지니어링 해서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싱가포르에 스며들게 만들었다. 어릴 때부터 다양성을 수용하는 감성이 자연스럽게 길러졌고 외국 인재들 역시 싱가포르에 오는걸 주저하지 않는다.
대조적으로 우리나라의 예맨 난민이야기가 나왔다. 이슬람 문화를 적대적으로 이해하고 배척하는 모습에서 더 당황하고 힘들었던 것은 현재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외국계 시민 이였을 것이다.
단일민족을 외치는 우리나라는 다양성에 인색할 수밖에 없다. 구글의 최고 경영자는 인도인이다. 미국 아이비리그의 다트머스대학교 총장은 한국인이다. 우리나라는 최고 경영자로 네팔인이 임명될 수 있을까. 국립대학교의 총장으로 방글라데시인이 될 수 있을까.
다양성과 능력중심이 미래사회의 핵심가치라고 할 때 우리나라는 그 미래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까?

네 명의 인물의 대화로 풀어 나가기에 이해하기 수월했다. 세계화의 흐름 속에 우리나라는 어떻게 글로벌 인재를 키워낼 수 있을까.

저는 개발이나 사회혁신에서 사회갈등의 문제도 기본적으로 교육의 부재와 연결지어 이해합니다. 좋지 못한 질의 학교교육을 받거나, 아예 교육을 받을 수 없는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나 아이들이 스스로 뭘 모르는지조차 모르는 것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가 인권에 대한 것이에요. 아주 기본적 인권에 대해서도 교육을 받지 못합니다. 글을 읽지 못하니까 정부 정책이라든가 이런 것이 뭐가 있는지도 모른단 말이에요. - P45

본의 아니게 거의 매일 시위를 보는 생활을 하면서 시위에서 무엇을 어떻게 주장하는 가를 더 자세히 관찰하게 되는데요. 진화된 민주 사회의 수준이 아닌 게 너무 많습니다. 이념적 보수나 진보나 이런 것에 수준차가 구별이 없는 경우도 많아요. 보편적 시티즌십이 없다보니까 많은 시위들이 책임 의식이나 타협적 의지나 수준 있는 커뮤니케이션 스킬도 없이 정부에 대한 일방적 요구로 점철됩니다. 사회 전체에 대한 대의가 거세된 채 당파적이거나 순전히 이해 다툼 요구에 불과한 게 또 많고요. 제도적 민주주의가 이루어졌으나 시민 없는 민주주의의 현장이 그런 시위의 현장이고, 또 한국 상황이 아직도 상당히 시티즌십에 관해서는 부족하다고 여겨집니다. - P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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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내 일의 내일 - 인공지능 사회의 최전선
노성열 지음 / 동아시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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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대, 내 일의 내일.
책의 저자는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을 보며 인공지능을 모르고서 미래를 준비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뒤로 세계 각국을 다니며 인공지능 기술에 관해 취재를 해왔다. 의료, 금융, 정치 등 사회의 중요한 각 분야로 뻗어나가는 인공지능 기술의 현재와 미래를 이야기한다.

많은 사람들은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아 갈 것이라고 말한다. 어떤 직업은 몇 년 안에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한다.

하지만 인간변호사와 법률AI가 법률 분석 능력을 겨루는 대회에서 우승자는 AI도 인간변호사도 아닌 인간과 AI의 협업 팀이었다. 법을 전혀 모르는 일반인과 AI의 협업 팀이 무려 3위를 차지했다.

법률부분만 아니라 의료부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AI가 영상의학진단이 필요한 진료 분야에서 가장 유사한 사진을 골라내면 의사가 결정하는 인간-AI 협업의 결과가 가장 정확했다. 이렇게 AI와의 공존의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

제가 제일 흥미롭게 읽었던 부분은 군사기술에 대한 부분이었다. AI에게 핵미사일버튼을 맡길 수 있을까.

2019년 사우디의 석유 기업에 예멘의 후티반군 드론 한기가 날아왔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소형 드론이였지만 GPS로 타격지점을 확인하고 그대로 타격을 가했고 큰 폭발과 함께 단숨에 초토화 시켜버렸다. 그 뒤로 정상화까지 수개월의 시간과 천문학적인 복구비용이 들어갔다고 한다. 대당 수십 수백억의 초고가 무기로 무장한 강군과 상대적으로 빈약한 무기를 지닌 반군의 커다란 양극화를 메울 수 있는 게 바로 고도화된 무기였다. 군사 전문가들은 미래 전쟁사를 새로 써나갈 기원이라 여기고 면밀히 연구 하고 있다.

군사AI는 윤리적, 법적책임의 한계로 공격활동보다 방어활동과 공격지원활동에 우선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지금도 버튼 하나면 수많은 인명을 앗아갈 수 있는 원격 살인기술이 전장에 많이 보급되어 있지만 AI살상무기는 차원이 다르다. 사람의 개입이 없는 자동 살인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모든 공격 결정의 배후에는 인간이 있었지만 AI 무기는 스스로 알아서 ‘발포’한다. 기계의 배후에 책임을 묻는다고 해도 생산업자인지, 알고리즘을 설계한 기술자일지, 기계를 가동시킨 군인인지, 책임의 소재가 명확하지 않다. 그렇기에 AI윤리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AI가 들어가는 길목마다 단계에 맞는 제도적 통제, 법적 규율을 세우고 과학자들은 윤리 가이드라인을 설정해 협력해야할 것이다.

AI기술을 눈앞에서 지켜봤던 바둑기사들은 패배를 후 좌절하지 않았다. AI를 통해 배우고 공존하며 성장의 기회로 삼았다. 이 들의 모습에서 우리가 나아가야할 길을 볼 수 있다. 무작정 두려워하거나 회피하지 말고 하나의 기회로 만들어 성장의 발판으로 만들어야 한다.

AI와의 공존.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하는 인간은 살아남을 것이고 인식하지 못하거나 두려워하기만 하는 인간은 도태될 것이다.

공포는 무지에서 비롯된다. 기계가 잘할 수 있는 업무는 기계에게 맡기고 인간은 좀 더 창의적이고 상호 소통하는 분야에 힘을 집중해야 한다. 기계와 따뜻한 의사의 협업이 한 사람의 환자 생명을 더 구할 수 있다. AI가 병 진단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지만 결국 최종 판단은 사람 의사이다. - P92

‘군중의 연설’기술은 숙의 민주주의의 든든한 지원도구가 될 전망이다. 정치인과 관료, 기업의 고위 임원 등 조직의 리더가 특정 이슈에 대해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 그 이슈와 관련된 충분한 정보를 사전에 제공받은 조직원들의 찬반 의견을 미리 알 수 있게 됨으로써 보다 신중한 선택이 가능하도록 돕기 때문이다. 조직원 역시 다른 사람들의 찬반 의견 쟁점을 뚜렷이 알 수 있게 돼 최종 의견형성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기술이 정치 시스템의 시대착오적 낙후와 관료화 현상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 P273

인류 역사에서 전쟁의 양상은 과학기술의 발달과 함께 비대면 대량살상쪽으로 기울어졌다. 칼에서 총, 대포, 화학 생물학 무기를 거쳐 핵무기에 이르기까지 눈앞에서 죽어가는 상대방을 보지 않고 단추 한 번 누르면 수많은 인명을 앗아 갈 수 있는 원격 살인 기술이 전장에 널리 보급됐다. 그래도 ‘공인된 살인’으로서의 전투행위는 지금까지 나름의 규칙에 따라 제한을 받아왔다. 항복한 포로를 죽이지 않고, 부상자는 치료해주며, 비전투요원 민간인의 희생을 최소화한다는 제네바협정 등 인도주의에 입각한 국제 법규를 준수하도록 요구받는다. 드론 폭격 등 비대면 원격 살인 기술은 이런 의미에서 방아쇠를 당기는 공격자의 양심상 가책을 희석하고, 공격당하는 희생자의 민간인 식별을 어렵게 만든다는 점에서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AI살상무기는 차원이 다른 책임 문제를 불러일으킨다. 자율살상, 즉 사람의 개입 없는 자동 살인의 가능성 때문이다. AI의 자율성은 고도의 책임회피 기제가 되기 십상이다. - P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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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의 고고학 - 로마 시대부터 소셜미디어 시대까지, 허위정보는 어떻게 여론을 흔들었나
최은창 지음 / 동아시아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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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해 나라가 뒤숭숭하다. 각종 sns에는 확진자가 도망을 갔다거나, 봉쇄가 이루어진다거나하는 다양한 가짜뉴스가 판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정말 잘 맞는 책이라 생각해 읽어보게 되었다.

가짜뉴스라고 생각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뭐가 있을까.
이러한 가짜뉴스가 판치는 세상에서 어떻게 옳은 정보를 취할 것이며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언론인들이 가져야하는 의무는 뭐가 있을 것이며, 정부가 나서야 하는 일은 뭐가 있을까.

누군가에 의해 조작되어 특정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혹은 불리한 방향으로 흘러가게끔 여론을 조작하는 가짜뉴스의 기원과 종류를 다루었다.

부시대통령과 트럼트대통령에 관한 이야기는 무척 흥미로웠다.
부시대통령은 이라크의 후세인 정권이 얼마나 악독한지 보여주기 위해 인큐베이터속 아기들이 살해당했다는 이야기를 몇 번이고 연설에서 언급했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없었고 cnn뉴스속 영상역시 특정한 방향으로 보이게끔 편집되고 삭제된 것 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페이스북을 이용했다. 사용자들을 사회적, 정치적으로 분열 시키는 메시지를 던졌다. 예를 들어 힐러리가 히잡 쓴 여성과 웃고 있는 사진을 배경으로 ‘아메리칸 무슬림을 구하려면 힐러리를 클릭하세요’라는 광고를 통해 이슬람 혐오를 유도했다. 이러한 광고들은 러시아에서 만들어졌지만 무슬림 커뮤니티가 올린 홍보로 사칭을 했다. 그런 광고들 덕에 힐러리가 무슬림과 가깝고 그들은 옹호한다는 인상을 주었다.

프랑스역시 가짜뉴스로 골머리를 앓았다. 대선을 앞두고 페이스북 가짜계정 3만개를 정지 시키자 언론에서 가짜뉴스가 터져 나왔다. 사이디아라비아가 마크롱에가 자금을 댄다. 미국의 대리인이다. 부자게이가 자금을 준다. 이런 식의 터무니없는 내용이 일간지에 실렸는데 어느 정치인이 인터뷰에서 한 말을 필터 없이 그대로 받아 적은 내용이었다.
독일의 메르켈역시 히틀러의 딸, 극단적 공산주의자라는 가짜뉴스에 시달렸다고 한다.
유로화와 EU의 확고한 지지자인 메르켈이 실각하기를, 더 나아가 유럽연합의 힘이 약화되는 상황을 원하는 것은 누구일까. 여기서 러시아가 지목되었지만 강하게 부인했다고 한다.

필리핀 대선에서 두테르테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가짜뉴스도 있었다. 두테르테측은 마약상이 살해한 피해자라고 공개한 아홉 살 소녀의 사진을 이용해 마약과의 전쟁이 필요하다고 강조해 우호적 여론을 조성했다. 하지만 브라질에서 발생한 사건의 사진이었고 그 사실이 밝혀지고 난 뒤에도 여전히 그 사진은 마약과의 전쟁을 위한 홍보에 활용되고 있다.

홍콩시위 과정에서 중국 측의 가짜뉴스이야기도 인상 깊었다. 시위과정에서 고무탄을 맞아 안구가 파열돼 피를 흘리고 쓰려진 여성의 사진은 나도 본적이 있었다. 그 후 홍콩 시위대는 과도한 폭력 사용에 항의 하는 의미로 한쪽 눈을 붕대로 감고 시위에 나섰다. 중국 측에서는 시위대들이 던진 돌에 맞아 부상을 당한 거라고 보도했다. 불법적 폭도라는 묘사와 함께 중국내 여론은 더욱 격해졌고 중국 네티즌에게 민족주의적 감정을 조장시켰다.

다양한 외국 사례들 속에 우리나라의 이야기도 겹쳐 보였다. 코로나 뿐 아니라 남북관계, 대일관계, 그리고 과거 사건에 관련한 정치인 이야기가 많이 떠돈다. 가짜뉴스라고 밝혀진 사실들도 많지만 아직도 그 가짜를 믿고 있는 사람들 역시 많다.

허위 정보가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을 막기 위해선 저널리즘의 신뢰회복, 팩트체킹의 강화, 정확한 보도 관행으로 변화해야하고 여태껏 방관했던 플랫폼들은 문제를 인식하고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할 것이다.

나 역시 뉴스정보에 대한 비판적 수용을 하고 여론의 흐름에 휩쓸리지 않도록 인터넷기사(댓글)보는 것을 자제 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해본다.

정치적 소문이나 음모론을 믿는 승인률은 심리적인 요인들, 즉 동기화된 추론과 성향이 작동했기 때문이었다. ‘동기화된 추론’은 자신이 이미 합당하다고 믿는 정보를 확인해줄 만한 정보만을 찾는 행동이다. 이미 믿고 싶은 바를 결정한 뒤에 그 결정을 정당화하기 위한 설명만을 찾는 다면 소문이나 음모론의 옳고 그름을 논리적으로 분석하지 않게 된다. 그저 자기가 믿고 싶은 대로 믿고 나머지 정보는 외면하려는 심리적 관성이 자라나게 된다. - P292

오늘날 디지털 플랫폼은 뉴스 정보를 유통하고 누군가의 발언을 증폭시켜서 널리 전달하는 데 필수적 도구가 되었다. 허위정보와 가짜뉴스의 범람을 통제하려면 발언자를 추적하는 일보다는 그 경로가 되는 플랫폼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거나 자율규제를 택할 수도 있겠지만, 플랫폼을 통제하기 위해 법적 강제를 택한 국가들도 나타나고 있다. - P278

정확한 사실의 무미건조한 전달이 아니라 정치적 견해를 담은 자극적인 표현과 추측성 논평을 충분히 섞는 뉴스가 시청률을 올리기에 유리하다. 일부 언론사들은 공정성이 결여되었다는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당파성을 드러내놓고 논평과 보도를 계속한다. 독자들의 이해를 한쪽의 관점으로 몰아가고 어떤 논쟁적 이슈를 분석하면서 ‘어떻게 이해하고 믿으면 된다.’라고 친절하게 안내를 한다. 만일 시청자와 독자들이 여기에 익숙해지면 비판적 사고는 사라지고 특정한 관점을 주입하는 뉴스와 논평을 즐겨 소비하게 된다.
물론 비판적 수용자라면 기사 제목과 논조를 보고 어떤 언론사가 썼는가를 감지해낼 수도 있다. 보도의 관점이나 의도하는 방향이 들어나기 때문이다. 인위적으로 특정 사안에 대한 시각을 주입하거나 여론몰이를 하는 어설픈 기사는 댓글 공감에서 날선 비판과 비웃음을 받기도 한다. - P264

‘가짜뉴스 현상‘은 가짜뉴스 웹사이트나 메신저로 허위정보를 퍼뜨리는 개인들의 일탈이나 선동적 정치 캠페인 때문에 생겨나는 것만은 아니다. 정치인, 저널리즘의 사명을 잊은 정파적 언론, 광고 수익을 노리는 개인 방송도 허위정보의 생산자다. 제한된 정보만으로 사실 확인 없이 작성된 뉴스, 맥락을 왜곡한 정파적 뉴스는 비공식적 경로로 퍼지는 익명의 허위정보와 그리 다르지 않다. 대중은 언론 밖의 누군가가 ‘뉴스기사형식으로 날조한 가짜뉴스’보다는 ‘사실 확인 부족으로 인한 언론 오보’를 더 심각한 가짜뉴스로 여기고 있었다.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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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저자 리차드포럼은 조류학자이다. 세계각지를 돌아다니며 새를 연구하다 그 아름다움이 자연선택으로 설명할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되고 성선택을 연구한다.

성기의 진화로 인해 데이트폭력(강제적인 성관계)를 더 이상 하지 못하게 된 새들은 둥지를 꾸미고, 구애의 춤을 추며, 알록달록한 깃털 같은 신체변화로 이어졌다. 결국 배우자 선택 기준은 순수한 아름다움으로 이어졌으며 생존과 전혀 상관없는, 오히려 생존이 위협받을 수도 있는 퇴폐적 아름다움 (데스탕트)로 이어졌다.

 

적자생존의 법칙에 기인해 생물은 생존을 위해 진화했다는 다윈의 자연선택론은 평소 많이 들어봤지만 다윈의 성선택설은 생소하다. 아름다움을 동물이 판단하거나 선택할 꺼라 믿지 않았고 거부감이 심했기 때문이다.

아름다움을 위해 진화한 새의 깃털은 (다양한 색과 문양을 위해 보송보송한 형태에서 납작한 깃털로 진화) 새의 비행으로 이어졌다니.

 

새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되어 유인원, 인간의 성생활, 가부장제로 이어진다.

중간에 한번 고비가 있었지만 끝부분으로 갈수록 흥미로웠다. 아름다움을 추구해 진화를 거듭하였고 결국 이렇게 다채로운 세상이 되었다니. 놀랍다. 새의 미적취향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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