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과 도넛 - 존경과 혐오의 공권력 미국경찰을 말하다
최성규 지음 / 동아시아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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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찰 하면 몸 좋은 경찰관이 거칠게 용의자를 제압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총격전과 함께 강한 공권력으로 한국경찰과 비교되곤 한다. 애니메이션 심슨가족에서도 경찰서장 역할인 위검은 항상 제공되는 도넛을 먹으며 다닌다. 이렇게 우대받고 멋있는 경찰이 과잉진압으로 말이 많다. 왜 그리 무지막지한 공권력을 가지게 되었는지부터 시작해 총기문화까지 깊게 다룬다.
현직 경찰서장이 썼지만 어느 한쪽에 치우쳐 있지 않아 좋았다.

한해 십만 명이라는 인원이 총기 사고로 죽거나 다치고 있고, 민간인의 총기소지가 허용된 나라다 보니 그만큼 치안유지가 중요하고 경찰 또한 목숨을 걸고 활동을 한다. 경찰과 검찰사이 경찰 노조라는 단체도 존재해 권리를 나서서 지켜준다. (민원인에게 폭행당하기도 하는 우리나라경찰을 떠올리며 우리도 노조가 존재하는 것이 괜찮지 않을까 생각도 해봤다.)

경찰차를 타고 출퇴근하는 모습도, 1인경찰서가 존재한다는 것도, 퇴근 후 부업이 공식적으로 인정된다는 것도 우리나라와 너무 다른 점에서 흥미로웠다.
조지플로이드사건 후 투표를 통해 경찰서를 해산시킨 것도 우리나라 해경해체가 떠올랐다.

우리나라도 이제 자치경찰제가 도입되었고 점진적으로 실시한다고 한다. 시기적으로 딱 맞는 책을 읽지 않았나 싶다.
미국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발달할 수 있었던 제도가 우리나라에선 어떻게 자리 잡을지, 그리고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간다.

미국은 전국 1만 7,985개 경찰서 각각이 독립적이고 자율적으로 운영된다. 경찰관 수는 50개 주에 50개 주경찰이 6만 명의 경찰관을 고용하고 있고, 3,083개 보안관사무실에서 부보안관(deputy) 18만 명, 1만 2,501개 기초자치단체 경찰서에서 경찰관 46만 명을 고용하고 있다. 이들이 다 다른 제복을 입고 다른 경찰마크를 단 순찰차를 타고 각각의 경찰서장에게 지휘를 받는다. - P17

미니 경찰서가 가능한 이유를 분석해보면 첫째, 경찰 공권력에 대한 존중과 경찰관을 다치게 하면 받게 되는 막중한 처벌이다. 한국이야 경찰관에게 거칠게 항의하고 위력을 가해도 공무집행방해로 처벌하기 쉽지 않다. 반면 미국은 경찰관을 상대로 하는 범죄는 물론이고 정당한 지시에 불응하는 것도 바로 체포가 되고 처벌이 뒤따르니 한 명의 경찰관이 혼자 순찰차를 몰고 순찰을 하는 게 두렵거나 어색하지 않다. 둘째, 시스템의 힘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주경찰관과 보안관 그리고 시경찰이 서로 돕고 협력한다. 만약 미니 경찰서 관할지역에 대형 사건이 발생하면 미리 구축해놓은 인근 경찰서들과의 협력시스템에 의해 도움을 받거나 보안관 또는 주경찰이 즉각적으로 지원한다.
- P74

한국의 국가경찰은 중앙에서 통제하는 대규모 조직인 데다 집회·시위나 혼잡경비를 위한 기동부대도 상당수 보유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집회·시위문화가 달라 상설부대가 없을뿐더러 규모가 작은 경찰서가 많아 범죄정보공유 외에도 자치경찰이 당면한 문제점이 많다. 인구가 200만 명이 훌쩍 넘는 시카고 같은 대도시는 경찰서도 커서 자연재해나 인질극, 대형집회 등 각종 사건사고에 독자적으로 대처할 수 있지만, 대다수의 자치경찰은 대형 사건이나 재난에 혼자 힘으로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그래서 자치경찰들끼리 그룹인 협회를 만들어 자주 모이고 협정을 체결해 서로 돕고 지원하는 일이 자연스러운 문화가 되어 있다. 협업을 위해 작은 규모의 경찰서들이 만든 협력시스템 중에는 일시적인 것도 있지만 별도의 조직을 만들어 상시체제로 꾸려놓고 상근직을 두고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 P80

경찰이 훌륭한 치안행정을 하면 주민들은 그만큼 애정을 표하고 지원하지만, 반대로 부패스캔들이나 범법행위가 드러나면 애정은 분노로 변한다. 2020년 6월 26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의 시의회는 5월 25일 발생한 시경찰관 데릭 쇼빈에 의한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건을 계기로 시경찰을 해산하는 투표를 실시해 가결시켰다. 제적의원 3분의 2 이상 가결하면 시장의 거부권 행사가 불가한데, 만장일치 가결이어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었다. 시의회가 경철서를, 그것도 경찰관이 1100명이나 되는 대규모 경찰서를 투표로 통해 해산시켜버린 것이다. 미니애폴리스가 미네소타주의 가장 큰 도시이고 유명하다 보니 이번 뉴스가 더욱 충격적인데 사실 자치경찰제가 자리 잡은 미국에서는 경찰서 해산이, 물론 미니애폴리스 경찰처럼 큰 조직이 해산하는 일은 극히 이례적이지만, 아주 드문 일은 아니다. - P112

경찰서를 닫으면 경찰관들은 직장을 구해야 하는데 일부는 보안관으로 채용되기도 하고 일부는 다른 도시의 신규채용 경찰서를 알아봐야 한다. 문 닫은 경찰서의 순찰차는 다른 경찰서에 팔리거나 경찰장비를 제거한 후 일반인에게 경매되기도 한다. 자신이 거주하는 도시나 마을의 경찰서가 문 닫는 것을 주민들은 매우 마음 아파한다. 자치 경찰서는 경찰관이 지역 지리와 주민 사정을 잘 알기도 하고 경찰서도 지역 안에 있어서 출동시간이 빠르지만, 보안관과 계약하면 비록 부보안관이 순찰은 하겠지만 전보다 훨씬 적은 이원과 순찰차가 배정되고 보안관사무실도 멀리 있다 보니 치안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 P115

니콜로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지도자는 시민들로부터 존경받거나 두려움을 받아야 한다면 두려움을 받는 쪽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경찰이 그 나라 시민들로부터 존경의 대상인지 두려움의 대상인지 묻는다면 한국경찰은 존경은 몰라도 두려운 존재는 아닌 것 같다. 미국은 공권력이 강하다고 알려져 있다. 확실히 공권력에 도전한다는 것은 혹독한 결과를 감수해야 할 무모한 짓이다. 경찰이라면 공권력이 강한 미국경찰이 부러울 수 있지만, 그래도 가장 좋은 것은 존경과 두려움이 건강한 균형을 이루는 것이다.
미국경찰이 마약수색 위해 주택에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는 장면을 보면 이들의 무서운 공권력을 느낄 수 있다. "문 열어라"라는 경고 후에도 문이 열리지 않으면 쇠봉으로 문을 부수고 진입하고, 영장집행에 저항하는 행위는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 심지어 놀라서 달려드는 개도 사살해버리고 수색을 한다는 이유로 가구나 소파도 처참히 부순다.
- P145

미국경찰의 공권력이 강한 이유는 민간인 총기소유가 가능하고 강한 경찰노조가 존재한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법적 보호장치가 확실하게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불심검문에 해당하는 ‘테리스톱’은 경찰관이 합리적 의심이 들 때 보행자나 운행자를 정지시키고 건문검색을 할 수 있는 권한으로, 통과 20분 정도 억류가 가능하다. 또한 신분확인을 위해 신분증제시나 신분을 밝히라는 요구를 했을 때 이에 협조하지 않으면 지시명령위반으로 즉시 체포될 수 있고, 구류 2일 또는 사회봉사 100시간이 부과될 수 있다. - P146

흑인에게 백인경찰관은 인종차별주의자이고 흑인경찰관은 배신자이다. 한 백인경찰관은 신입 시절 신고현장에서 흑인을 만나면 백인을 대할 때보다 훨씬 더 친절하게 행동했다고 한다. 하지만 자지가 아무리 노력해도 흑인에게 사사건건 트집이 잡히고 결국 인종차별주의자로 불리기는 마찬가지여서 지금은 포기하고 백인이든 흑인이든 똑같이 대한다고 한다. 한 흑인경찰관은 자신이 경찰관을 지원하자 어렸을 때부터 친했던 흑인친구들이 모두 자기를 떠났다고 한다. 인종차별적 법집행이 남긴 상처의 골은 이렇게도 깊다. - P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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